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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출신 송파 형사전문 변호사 법무법인 여암

아동 강제추행 무죄판결의 핵심 이유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사회적으로 매우 엄중하게 다루어지고 있으며, 피의자가 장애인인 경우에도 예외 없이 강력한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어 사건의 전개 과정이 더욱 중요합니다.
송파 아청법 변호사가 자폐성 장애를 가진 피고인이 아동·청소년의 신체를 만진 실제 강제추행 무죄 사례에 대해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검사출신 재산범죄전문 변호사 법무법인 여암

 

1. 아동·청소년 강제추행죄의 성립 요건

강제추행의 의미와 법적 근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7조 제3항은 아동·청소년을 강제추행한 사람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는 성인 대상 강제추행보다 더욱 무거운 처벌을 부과합니다.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7조(아동ㆍ청소년에 대한 강간ㆍ강제추행 등)
③ 아동ㆍ청소년에 대하여 「형법」 제298조의 죄를 범한 자는 2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여기서 ‘추행’이란 일반인의 기준에서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고, 건전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단순히 신체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강제추행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추행의 고의 요건

강제추행죄가 성립하려면 추행을 한다는 인식을 전제로, 적어도 이를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합니다.

피고인이 추행의 고의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고의와 상당한 관련이 있는 간접적인 사실들을 종합하여 고의 유무를 판단하게 됩니다.

이때 피고인의 나이, 지능, 판단 능력, 직업과 경력,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피해자와의 관계, 구체적인 행위 태양 및 행위 전후의 정황, 평소 행동 양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장애인의 경우 고의 판단 기준

피고인이 자폐성 장애인이거나 지적장애인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고의 판단 기준은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외관상 드러난 피고인의 언행이 비장애인의 시각에서 이례적이라거나 합리적이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함부로 고의를 추단해서는 안 됩니다.

전문가의 진단이나 감정 등을 통해 피고인의 장애 정도, 지적·판단 능력 및 행동 양식 등을 구체적으로 심리한 후, 피고인이 행위 당시 추행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이를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까지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어야 합니다.

2. 이 사건의 사실관계

사안의 개요

피고인은 자폐성 장애를 가진 사람으로, 길을 걷다가 마주친 11세, 10세 여자 아이들에게 다가가 손가락으로 한 명의 무릎을, 다른 한 명의 허벅지 안쪽을 만졌다는 이유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피고인은 2016년 심리검사에서 전체 지능 52, 사회 지수 42로 평가되어 만 6~7세 수준의 의사결정 능력을 보였고, 재판 당시에도 만 5~7세 수준의 의사결정 능력이 확인되었습니다.

주치의는 피고인의 자폐성 장애로 인한 돌발 행동이나 상동적 행동이 성적 의도를 가진 행동으로 오인될 가능성이 높다는 소견을 밝혔습니다.

추행의 고의에 대한 쟁점

검사는 피고인이 처음 보는 어린 피해자들에게 다가가 무릎과 허벅지 안쪽을 만졌다는 점에서 추행의 고의가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반면 피고인 측은 해당 행위가 자폐성 장애인의 상동행동에 해당하며, 피고인은 자신의 행동이 피해자들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다는 점조차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법원은 의사결정 능력이 만 5~7세 수준에 불과한 피고인이 어떠한 경위와 동기로 해당 행동을 하였는지 알 수 없고, 피고인의 성적 관심 정도나 성에 관한 인지 능력에 관한 증거도 제출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하였습니다.

3. 법원의 판단

강제추행 혐의에 대한 판단

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들의 무릎과 허벅지 안쪽을 만긴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장애 정도와 지능 수준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자신의 행위가 피해자들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추행 행위라는 점을 인식할 수 없었던 것으로 판단하였습니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에게 추행의 고의가 있었다는 점을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보아, 결국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제추행)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다만 법원은 피고인의 자폐성 장애로 인해 사물에 대한 변별 능력과 행위 통제 능력이 결여된 심신상실 상태에서 피해자들을 폭행한 사실은 별도로 인정하면서도, 이 역시 심신상실로 인해 처벌할 수 없다고 보아 최종적으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대전고등법원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검사
피고인이 길을 가다 마주친 10세 남짓의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범행을 한 점, 피고인이 만진 부위가 피해자들의 무릎, 허벅지 안쪽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추행의 고의로 이 사건 범행을 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럼에도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강제추행)의 점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나. 피고인
1)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가) 이 사건 범행의 진범이 피고인이 아닐 가능성이 있고, 피고인을 용의자로 특정한 범인식별 절차에는 하자가 있음에도, 원심은 범인식별 절차에 문제가 없다고 잘못 판단하였다.
나) 원심은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강제추행)죄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면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있음에도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직권으로 폭행죄를 인정하였으므로 위법하다.
다) 피고인의 행동은 자폐장애인의 ‘상동행동’에 해당하고, 피고인은 자신이 피해자들의 신체를 만지는 것이 불편함을 느끼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보아야 하므로 피고인에게 폭행의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에게 폭행의 고의가 있다고 잘못 판단하였다.
라) 설령 피고인에게 폭행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은 심신미약이 아닌 심신상실 상태였다고 보아야 함에도, 원심은 피고인이 심신미약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2) 양형부당
피고인에 대하여 벌금형의 선고유예를 하지 아니한 원심의 형(징역 6월의 선고유예)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
피고인은 자폐성 장애 등으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2023. 9. 4. 16:24~16:25경 대전 유성구 B에 있는 C도서관 앞 인도에서 걸어오고 있는 피해자 D(여, 11세), 피해자 E(여, 10세)을 발견하고, 피해자들에게 다가가 갑자기 손가락으로 피해자 E의 무릎을 만지고, 피해자 D의 허벅지 안쪽을 만지는 방법으로 아동·청소년인 피해자들을 강제추행하였다.
나. 관련 법리
강제추행죄에서 ‘추행’이란 일반인을 기준으로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강제추행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주관적 구성요건으로서 추행을 한다는 인식을 전제로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이를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하므로, 피고인이 추행의 고의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따를 수밖에 없다. 이 경우 피고인의 나이·지능·지적능력 및 판단능력, 직업 및 경력,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구체적 행위 태양 및 행위 전후의 정황, 피고인의 평소 행동양태·습관 등 객관적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하고, 피고인이 고의로 추행을 하였다고 볼 만한 징표와 어긋나는 사실의 의문점이 해소되어야 한다. 이는 피고인이 자폐성 장애인이거나 지적장애인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서, 외관상 드러난 피고인의 언행이 비장애인의 관점에서 이례적이라거나 합리적이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함부로 고의를 추단하거나 이를 뒷받침하는 간접사실로 평가하여서는 아니 되고, 전문가의 진단이나 감정 등을 통해 피고인의 장애 정도, 지적·판단능력 및 행동양식 등을 구체적으로 심리한 후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 행위 당시 특정 범행의 구성요건 해당 여부에 관한 인식을 전제로 이를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까지 있었다는 점에 관하여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에 이르러야 한다(대법원 2024. 1. 4. 선고 2023도13081 판결 참조).
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따라 ① 피고인이 심한 정도의 자폐성 장애를 가진 사실, ② 피고인에 대한 2016년 심리검사 결과 전체지능 52, 사회지수42로 평가되었고 만 6~7세 수준의 의사결정능력을 보인 사실, ③ 피고인을 진료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L는 2025. 1. 27. 피고인에 대하여 현재도 5~7세 수준의 의사결정능력이 확인된다는 취지의 소견을 밝힌 사실 등을 인정하며,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특정한 상황에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거나 이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능력이 결여되어, 공소사실 기재 행위가 피해자들에게 불편함이나 성적 불쾌감을 일으킬 수 있음을 인식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볼 여지가 크고, 피고인이 평소 성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지, 그 정도가 어떠한지 등에 관한 자료를 찾을 수 없는 이 사건에 있어(피고인이 2021년 11세 여성 피해자의 발목을 손으로 잡아 폭행한 사실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사실은 있으나, 그 당시 경찰 및 검사는 강제추행이 아닌 폭행으로 의율하였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피고인에게 공소사실 기재 행위에 관하여 추행의 고의가 있었다는 점을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보아, 피고인에 대한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강제추행)의 점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라. 당심의 판단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를 위 법리에 비추어 면밀히 살펴보건대, 피고인이 처음 보는 어린 피해자들에게 다가가 이들의 무릎, 허벅지 안쪽을 만지기는 하였으나, 의사결정능력이 만 5~7세 수준에 불과한 자폐성 장애인인 피고인이 어떤 경위와 동기로 이러한 행동을 하였는지 알 수 없고[피고인은 간단한 글을 읽을 수 있고 12개 이상의 낱말을 쓸 수 있는 정도의 의사소통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증거기록 152면), 단편적인 질문에 대한 간단한 대답 정도만 가능할 뿐이지 자신의 생각이나 의사를 전달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피고인의 성적 관심의 정도, 성에 관한 인지능력이나 판단능력 등에 관한 증거는 제출되지 아니하였다. 이 사건 기록과 공판과정을 통해 알 수 있는 피고인의 지능이나 장애 정도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자신의 행위가 피해자들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들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추행행위라는 것을 인식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이 이를 인식한 상태에서 추행의 고의를 가지고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행위를 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원심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행위에 관하여 피고인에게 추행의 고의가 있었다는 점을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한 것은 타당하고, 거기에 검사가 주장하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은 없으므로, 검사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범인식별 절차 하자 여부
1)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이 부분 항소이유와 같은 취지로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① 피해자 D가 경찰에 ‘피혐의자는 안경을 착용했고, 주머니가 많이 달린 남색 조끼를 상의로, 남색 운동복을 하의로 착용했다. 피혐의자는 바가지 머리를 한170cm 가량의 보통 체격의 남성’이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데, 이는 피고인이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 CCTV 영상에서 확인되는 피고인의 범행 당일 인상착의와 크게 다르지 않고, ② 피해자 E은 피고인이 자기의 무릎을 만지고 지나간 이후 곧바로 모친에게 전화하였다고 진술하였는데, 위 통화가 2023. 9. 4. 16:26경 이루어진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 범행 일시는 2023. 9. 4. 16:24~16:25경으로 추정할 수 있으며, ③ 위 범행 일시 전후로 피고인이 주거하는 아파트 내 CCTV, 피고인 주거지에서 범행 장소에 이르는 경로의 CCTV, 피고인이 범행 장소에서 벗어난 경로의 CCTV에 촬영된 영상 등이나 그 영상을 촬영한 사진 등을 통해 피고인의 이동 경로가 확인되고, ④ 특히 피해자들은 경찰에 ‘범인이 범행 직후 C도서관으로 통하는 계단을 올라갔다’고 진술하였는데, CCTV 확인 결과 그 무렵 피고인 외에 피해자 D이 진술한 범인의 인상착의와 비슷한 인상착의를 가진 사람은 발견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⑤ F이 범행 일시로부터 길어도 약 3시간가량이 지난 시점에 피해자 D에게 영상통화로 방범용 CCTV 내 용의자 모습 촬영 사진을 보여주었고, 피해자는 기억이 비교적 생생하게 위 사진의 사람이 범인이라고 특정하게 된 사정 등을 종합하여, 피해자의 진술 외에도 피고인을 범인으로 의심할 만한 다른 정황이 존재하므로 범인식별 절차에 하자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2)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면밀히 살펴보건대,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타당하다.
이와 관련하여 피고인은 ‘전문법칙에 따라 증거능력이 없는 피해자들의 진술 부분(위 ①, ②, ④ 중 피해자들의 진술 부분)을 거시하였으므로, 원심의 이 부분 판단은 잘못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어떤 진술이 기재된 서류가 그 내용의 진실성이 범죄사실에 대한 직접증거로 사용될 때는 전문증거가 된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진술을 하였다는 것 자체 또는 그 진술의 진실성과 관계없는 간접사실에 대한 정황증거로 사용될 때는 반드시 전문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3. 6. 13. 선고 2012도16001 판결 등 참조). 원심은 수사기관의 범인식별 절차 하자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수사기관이 범행 일시를 특정하여 관련 CCTV를 열람하게 된 경위 및 그에 따라 피고인을 범인으로 특정하게 된 경위를 설시하며 위 ①, ②, ④ 중 피해자들의 진술 부분을 기재한 것에 불과한데, 이는 이 사건 범죄사실에 대한 직접증거로 사용된 것이 아니라 진술의 진실성과 관계없는 간접사실에 대한 정황증거로 사용된 것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전문법칙이 적용될 것이 아니어서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다.
그리고 이 사건의 경우 피해자들의 위 진술 외에도 이 사건 범행 일시 전후로 피고인의 이동경로에 관한 여러 CCTV 내 영상 등 피고인을 범인으로 의심할 만한 다른 객관적·부가적인 정황이 존재하는 이상 위 피해자들의 진술은 신빙성이 있다고 할 것이다.
3)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나. 공소장변경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폭행죄를 인정한 것이 위법한지 여부
1) 공소사실의 동일성은 범죄의 일시, 장소, 범행의 태양 또는 피해액 등에 다소의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그 사실의 기초가 되는 사회적 사실관계가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하면 그대로 유지된다(대법원 1986. 7. 8. 선고 85도554 판결 참조). 그리고 법원은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포함된 보다 가벼운 범죄사실이 인정되는 경우에 심리의 경과에 비추어 피고인의 방어권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공소장이 변경되지 않았더라도 직권으로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과 다른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01. 12. 11. 선고 2001도4013 판결 참조).
2) 앞서 본 바와 같이 원심은 피고인에 대한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강제추행)의 점을 무죄로 판단하면서도,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포함된 보다 가벼운 범죄사실인 폭행의 점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이는 피고인에게 추행의 고의는 인정되지 아니하더라도 적어도 유형력 행사에 관한 인식과 의사는 있다고 보아 강제추행의 축소된 사실인 폭행을 인정한 것으로, 원심이 인정한 범죄사실이 공소사실과 기본적 사실관계에서 동일성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할 수 없고, 원심이 공소사실에 없는 새로운 사실을 추가하여 인정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또한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범인식별 절차에 문제가 있다며 피고인이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한편, 피고인의 행위가 상동행동일 뿐만 아니라 자폐성 장애인인 피고인에게 책임능력이 없다고 주장하였는데, 이는 폭행의 점에 관하여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주장으로 볼 수 있어, 피고인의 방어권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3) 따라서 ‘원심이 직권으로 축소된 사실인 폭행을 인정한 것은 위법하다’는 취지의 피고인의 주장도 이유 없다.
다. 원심이 직권으로 인정한 폭행죄의 성립 여부
1) 원심이 직권으로 인정한 범죄사실
피고인은 자폐성 장애 등으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2023. 9. 4. 16:24~16:25경 대전 유성구 B에 있는 C도서관 앞 인도에서 걸어오고 있는 피해자 D(여, 11세), 피해자 E(여, 10세)을 발견하고, 피해자들에게 다가가 갑자기 손가락으로 피해자 E의 무릎을 만지고, 피해자 D의 허벅지 안쪽을 만지는 방법으로 피해자들을 폭행하였다.
2) 폭행의 고의 여부
가) 원심은, 피고인이 피해자들에게 다가와서 갑자기 살짝 웅크려서 피해자들의 무릎이나 허벅지 안쪽을 만지고 간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피고인이 피해자들에게 접근하여 피해자들의 신체를 만지는 일련의 행위를 전체적으로 관찰하여 보면 피고인의 행위는 다분히 의도적으로 보이는데, 위와 같은 피고인의 행위가 몸을 주기적으로 흔드는 등 특정한 행동을 반복적으로 하는 ‘상동행동’의 일환일 가능성은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없이 배제할 수 있다고 판단되고, 피고인에게 피해자들에 대하여 유형력을 행사한다는 ‘폭행’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에는 충분하다고 판단하였다.
나)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① 감각자극에 대한 이상한 흥미도 상동행동에 포함되는데, 피고인이 피해자들에 대하여 한 행위는 상동행동에 해당하고, ② 피고인이 피해자들의 신체를 만지는 것이 불편함을 느끼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였으므로 폭행의 고의가 인정되지 아니한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이유로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1) 자폐성 장애의 특징 중 하나인 ‘상동행동(尙同行動, Stereotypy)’은 몸을 주기적으로 흔드는 등 특정한 행동을 반복적으로 되풀이하는 것인데, 이는 일정한 방식으로 나타나는 반복적인 운동으로서 사람마다 구체적인 형태·양상·정도가 매우 다양하다. 피고인은 길을 걷다가 피해자들을 발견하고 이들에게 다가가서 갑자기 손가락으로 피해자 E의 무릎을 만지고, 피해자 D의 허벅지 안쪽을 만졌는데, 그 행동 양태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피고인의 행위만으로는 ‘특정한 행동을 반복적으로 되풀이하는 상동행동’의 일종이라고 볼 수는 없다. 피고인은, 상동적 행동은 반복적 동작만이 아니라 감각자극에 대한 이상한 흥미, 즉 상동적 ‘관심’도 포함한다고 주장하면서 인터넷에 게시된 자료 중 일부 문구를 발췌하여,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동이 ‘감각자극에 대한 이상한 흥미로서 상동행동의 일종’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이 제시한 자료(공판기록36, 37면)에도 장난감 트럭의 차바퀴만 돌리는 경우, 입에 셔츠를 무는 버릇, 끊임없이 자기 손을 빠는 습관 등을 ‘감각자극에 대한 이상한 흥미’의 예시로 들고 있고, 이는 감각자극에 대한 이상한 흥미를 느껴 반복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전제하는 것으로 보일 뿐이므로, 위 자료 중 일부 기재만을 근거로 피고인이 피해자들의 무릎, 허벅지 안쪽을 만지고 간 행위가 상동행동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한편 피고인의 주치의인 충남대학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의사 L는 피고인에 대하여, 2021. 1. 6. 및 2021. 3. 3. 자 의무기록지에 ‘상동행동 매우 심함’이라고 기재하였고, 2021. 4.경부터 2023. 4.경까지의 의무기록지에 ‘매우 심한 상동행동. 충동조절의 어려움’이라고 기재하였으며, 2023. 7.경부터 2024. 12.경까지의 의무기록지에 ‘심한 상동행동. 충동조절의 어려움’이라고 기재하였고, 2025. 1. 27. 자 소견서에서는 ‘자폐성 장애로 인한 돌발행동, 상동적 행동이 성적 의도를 지닌 행동으로 오인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됨’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에 따르면, 피고인이 상당기간동안 심한 상동행동 양상을 보였음을 알 수 있지만, 이를 근거로 피고인의 이 사건 행동(피고인이 피해자들의 무릎, 허벅지 안쪽을 만진 것)이 상동행동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피고인의 이 사건 행동은 위 소견서에 기재된 ‘돌발행동’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돌발행동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적어도 피고인에게 유형력 행사에 관한 인식과 의사는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폭행의 고의를 인정하는 데에 방해가 되지 아니한다.
(2) 형법 제260조에 규정된 폭행죄는 사람의 신체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를 가리키고, 그 유형력의 행사는 신체적 고통을 주는 물리력의 작용을 의미하는데(대법원 2003.1. 10. 선고 2000도5716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이 길에서 걸어오고 있는 피해자들의 무릎, 허벅지 안쪽을 손가락으로 만진 것은 피해자들의 신체에 직접 접촉한 불법한 유형력의 행사로서 폭행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비록 자폐성 장애인인 피고인이 돌발적으로 그와 같이 행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피고인에게 ‘타인의 신체에 대한 유형력을 행사한다’는 인식과 의사는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즉, 2023. 11. 30. 시행된 피의자신문 당시 경찰이 피고인에게 “무슨 일을 하고 있나요.”라고 묻자 피고인은 “없어요.”라고 답하였고, “집 앞에 C도서관(책 빌리는 곳)을 알고 있나요.”라는 질문에는 “알아요.”라고 답하였으며, 경찰이 피고인에게 엘리베이터 CCTV 등을 보여주며 영상 속 사람이 누구인지 묻자 “A이요.”라고 하며 자신의 이름을 말하기도 하였다. 이 사건 당시 피고인은 혼자 나가서 근처 폐가에 있는 토끼를 보러간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의 부친은 ‘피고인이 단편적인 문장에 대한 이해나 답변은 가능한 정도’라고 진술하였다. 또한 불기소 결정서 등(증거목록 순번 33)에 의하면, 피고인은 2021. 7.경에도 ‘초등학교 건물 입구에서 11세 여아의 발목을 손으로 잡아 폭행하였다’는 범죄사실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사실도 있다. 이러한 피고인의 인지력이나 행동 양태 등에 비추어 보면, 폭행에 관한 인식과 의사가 있다고 인정된다.
다) 따라서 원심이 피고인에게 피해자들에 대하여 유형력을 행사한다는 폭행의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한 것은 타당하고,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3) 책임능력 인정 여부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당시 자폐성 장애 등으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였던 사실은 인정할 수 있으나, 피고인이 평소제한적으로나마 일상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이러한 사정을 고려할 때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당시 자폐성 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고는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나) 당심의 판단
(1) 관련 법리
형법 제10조에 규정된 심신장애는 생물학적 요소로서 정신병 또는 비정상적 정신상태와 같은 정신적 장애가 있는 외에 심리학적 요소로서 이와 같은 정신적 장애로 말미암아 사물에 대한 변별능력과 그에 따른 행위통제능력이 결여되거나 감소되었음을 요하므로, 정신적 장애가 있는 자라고 하여도 범행 당시 정상적인 사물변별능력이나 행위통제능력이 있었다면 심신장애로 볼 수 없다. 심신장애의 유무는 법원이 형벌제도의 목적 등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할 법률문제로서 그 판단에 전문감정인의 정신감정결과가 중요한 참고자료가 되기는 하나, 법원이 반드시 그 의견에 구속되는 것은 아니고, 그러한 감정결과뿐만 아니라 범행의 경위, 수단,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행동 등 기록에 나타난 여러 자료 등을 종합하여 독자적으로 심신장애의 유무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8도7658, 2018전도54, 55, 2018보도6, 2018모2593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① 피고인은 2006. 4. 13. 최초 등록된 자폐성 장애인(심한 장애)으로, 2016. 3.28. 시행된 심리학적 평가에서 ‘자폐 평정척도의 점수가 40.5점으로 일상에서 다른 사람과 적절한 상호작용이 어렵고, 기이한 언어가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융통성이 없는 행동과 반복적인 행동이 자주 나타나 일상에서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큰 상태에 있다’고 평가되었다. 또한 피고인의 주치의인 충남대학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의사 L는 2025. 1. 27. 자 소견서에서 ‘2016년 심리검사 결과 전체지능 52, 사회지수 42로, 만 6~7세 수준의 의사결정능력을 보이고, 2020. 5.부터 현재까지 진료 중으로 현재도 동일한 만 5~7세 수준의 의사결정능력이 확인되며, 피고인의 경우 자폐성 장애로 인한 돌발행동, 상동적 행동이 성적 의도를 지닌 행동으로 오인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② 앞서 본 바와 같이 2023. 11. 30. 자 피의자신문 당시 이름, 직업을 묻는 등 간단한 질문에 대하여는 피고인이 어느 정도 답변을 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그 외의 질문에 대해서는 ‘아니요’, ‘없어요’라고 답변하기만 할 뿐 경찰의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고, 수사 도중 강한 틱 장애 증상을 보였으며, 혼자서 노래를 부르기도 하여, 경찰은 더 이상 조사 진행이 불가능하다고 보아 피의자신문을 종료하였다.
위 피의자신문 당시 대전광역시 Q센터 R팀 S 팀장이 진술조력인으로 참여하여 피고인이 경찰의 질문을 이해하고 대답할 수 있게 노력하였으나, 피고인의 장애 정도가 심하여 더 이상의 조사가 불가능하였는데, S은 ‘보통의 지적장애인(등급 분류가 사라지기 전 2~3급 상당)은 어느 정도의 대화가 가능하고 간단한 질문을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이지만, 피고인과 같은 자폐성 장애는 개개인마다 편차가 심하고, 피고인의 경우에는 장애의 정도가 심한 편이어서 본인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질문에 대한 어떤 답변을 하는지 인지를 못하는 수준’이라고 하였다(증거기록 123면).
㈏ 위와 같은 사실을 종합하여 알 수 있는 피고인의 자폐성 장애의 내용과 정도및 변론과정에서 확인된 피고인의 행동 양태 등을 고려하면, 설령 피고인이 피해자들에 대한 유형력을 행사한다는 인식과 의사를 가지고 피해자 E의 무릎을 만지고, 피해자 D의 허벅지 안쪽을 만지는 방법으로 피해자들을 폭행하였다고 하더라도, 사물에 대한 변별능력과 그에 따른 행위통제능력이 결여된 심신상실 상태에서 이와 같은 행동을 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피고인이 평소에 제한적으로나마 일상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 으로 보인다고 하더라도 이를 달리 볼 수 없다). 그럼에도 피고인이 심신미약 상태에서 피해자들을 폭행을 하였다고 판단하여 강제추행의 축소된 사실인 폭행이유죄가 됨을 전제로 피고인에 대하여 선고유예를 한 원심의 판단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다만 피고인이 어린 피해자들의 무릎, 허벅지 안쪽을 만진 사실은 분명하고, 이로 인해 피해자들이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피해자 E의 모친은 형사조정회부 의사 조사 과정에서 ‘피고인이 장애인이라는 입장은 알겠지만 피해자가 남성만 봐도 깜짝 놀랄 정도로 트라우마가 심각한 상태이고 선처를 하면 같은 행동을 할 것 같아 합의할 생각이 없다’고 하였다). 피고인의 행동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하였으므로, 자폐성 장애를 가진 피고인을 대신해서 피고인의 보호자들이 피해자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전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제대로 하지 아니한 것으로 보이고(피해자 D의 모친은 ‘이 사건 발생 직후에 피고인의 모친을 만났을 때 사과를 하지 않았고 이제 와서 하는 사과는 늦은 감이 있으며 피고인이 이러한 행동을 여러 번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선처를 하면 또 반복될 수 있기 때문에 합의할 생각이 없다’고 하였다), 오히려 법정에서 계속하여 ‘이 사건 범행의 진범이 피고인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는 식으로 주장하기도 하였다. 피고인의 유무죄 여부 다툼을 떠나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에 대한 제대로 된 사과와 배려가 없었던 것은 적절하지 아니함을 지적해둔다].
4. 결론
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없으나,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으므로, 피고인의 나머지 항소이유에 관한 판단은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앞서 본 제2의 가.항 기재와 같다. 앞서 제2의 라.항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다만 피고인의 심신장애로 인해 무죄판결공시 취지의 선고에 대하여 피고인의 동의를 받을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무죄 판결의 요지는 공시하지 아니한다.

4. 결론

이처럼 장애 여부, 고의 인정 여부, 심신장애 판단 등 복잡한 법적 쟁점이 얽혀 있는 사건에서 당사자 혼자 대응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장애인의 범죄 행위 능력 및 고의 유무는 전문적인 의학 지식과 법리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치밀하게 다투어야 하므로, 송파 아청법 변호사의 조력이 있어야만 효과적인 방어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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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출신 변호사 - 사기죄전문변호사,횡령죄전문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