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문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 유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8년경부터 2023년경까지 울산 울주군 B에 있는 피해자 C 아파트(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 한다)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으로 근무하며 아파트 관리에 관한 업무를 총괄하고 있었다.
피고인은 2022. 2. 11. 17:47경 이 사건 아파트 관리사무실 책상 위에 놓여져 있던 현금 100만 원(이하 ‘이 사건 금원’이라 한다)이 공사업자 D가 아파트 하자보수보증금 명목으로 교부한 돈이라는 것을 아파트 관리소장 E로부터 들어서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업무상 보관하던 중 그 무렵 임의 소비하여 이를 횡령하였다.
2.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 요지
공사업자 D가 교부한 100만 원은 아파트 하자보수보증금이 아니고, 피고인이 위 돈에 대한 보관자, 업무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볼 수도 없으며, 설령 위 돈이 아파트 하자보수보증금 명목으로 교부되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관리소장인 E로부터 이를 듣지 못하였으므로, 업무상횡령의 고의가 없었다.
3. 판단
가. 형사재판에서 공소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0. 11. 11. 선고 2010도9633 판결 등 참조).
나.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공사업자 D가 ‘하자보수보증금’ 명목으로 이 사건 아파트에 이 사건 금원을 지급하였다거나, E가 피고인에게 이 사건 금원이 ‘하자보수보증금’ 명목으로 교부된 돈이라는 점을 이야기하여 피고인이 이를 알고 있었음에도 이 사건 금원을 임의로 소비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1) 2022. 1.경 발생한 차량 사고로 인해 이 사건 아파트 2동의 벽과 시설물 등이 파손되고 향나무가 부러져, 공사업자 D가 그 무렵 위 파손된 벽과 시설물 등에 대해 공사대금을 500만 원으로 정하여 복구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를 하였다.
이후 가해 차량의 보험회사가 2022. 2. 11.경 이 사건 아파트자치운영회 명의 예금계좌로 보험금 600만 원(이 사건 공사비 500만 원 및 향나무 비용 100만 원)을 입금하였고, 이 사건 아파트 관리사무소(이하 ‘관리사무소’라 한다)의 경리직원인 F가 같은 날 D에게 공사대금 500만 원을 송금하였다. 그런데 D는 같은 날 관리사무소에 방문하여 현금 100만 원을 봉투에 담아 관리소장 E에게 교부하였고, 이 사건 아파트자치운영회 대표자인 피고인이 같은 날 관리사무소의 피고인 책상에 있던 위 현금 봉투를 가져갔다.
2)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비교적 일관되게 ‘E가 D로부터 100만 원을 받아도 된다고 하였고, E가 돈을 가져가라고 하여 가져간 것이다. 나는 E가 D로부터 받은 돈이 내가 사용하라고 만들어 주는 돈이라고 생각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3) 관리사무소 경리직원 F는 수사기관에서 ‘관리소장(E)이 보험사로부터 돈을 많이 받으면 피고인이 쓰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관리소장에게 공사비로 D에게 500만 원을 지급하였다고 말하자, 관리소장이 ‘그럼 D에게 100만 원을 가져오라고 해야겠다.’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D가 공사비로 생각보다 많이 받아서 고맙다고 주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관리소장이 나에게 ‘내가 100만 원을 만들어 챙겨 주었는데, 내한테는 10만 원, 20만 원도 주지 않고, 혼자 다 가져갔다.’라고 말을 해 피고인이 100만 원을 가져간 것을 알게 되었다. 관리소장과 피고인이 같이 돈을 만들어 사용하기로 하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고(수사기록 45, 47, 48쪽), 이 법정에서 ‘관리소장이 ‘(D에게) 전화해서 돈을 가져오라 해야겠다.’라고 말했다. 그전에 관리소장이 ‘보험회사로부터 이야기를 잘해서 실질적인 공사대금보다 조금 더 많이 받게 했다.’, 그래서 회장님보고 ‘일할 때 돈도 없고 한데 대표들이랑 밥 사 먹는 데 해라. 이번에 좀 많이 받았으니까 내가 얘기할게. 챙겨놔라.’는 식으로 이야기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바, 당시 E의 진술 및 이 사건 금원의 지급 경위 등에 대한 진술이 비교적 구체적이고 일관되어 신빙성이 있다.
4) D는 E의 고발로 수사가 개시된 이후 2023. 12. 29.경 E의 지인인 G 등에게 이 사건 금원을 하자보수비로 지급했다는 취지로 이야기했고, 수사기관에서 ‘E에게 하자보수 비용을 제외하고 남는 금액을 식사비 등으로 사용해도 된다는 말을 한 사실이 전혀 없고, 하자보수 비용이라는 것만 전달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수사기록 74쪽), 이 법정에서는 ‘내가 관리소장에게 ‘100만 원을 찾아줄 테니까 세 분이 밥 한 끼하고, 남은 돈은 아파트 관리비로 놔두든가 아니면 세 분이 나눠서 쓰시든가 알아서 하십시오.’라고 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바, 이 사건 금원의 지급 명목에 대한 진술이 일관되지 않아 이를 그대로 신빙하기 어렵다.
5) D는 수사기관에서 ‘공사는 나와 다른 인부 1명이 주로 진행했고, 공사기간은총 2~3일 정도였던 것 같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바(수사기록 72쪽), 이 사건 공사가 특별히 많은 인력이나 시간, 비용이 요구되는 공사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6) D가 500만 원의 공사대금을 지급받자마자 계약의 상대방측 관련자에게, 하자보수보증금 명목으로 공사대금의 20%에 상당하는 100만 원을 하자보수보증기간을 정하지도 않은 채 현금으로 반환하는 것은 이례적이다(이 사건 이전에는 D가 이 사건 아파트 관련 공사를 하면서 하자보수보증금을 지급한 적이 없었다). 또한 이 사건 아파트에 거주하는 D로서는 하자 발생 여부에 관해 잘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임에도, 약 1년 10개월가량 이 사건 금원의 반환을 요구하지도 않았다(D는 이 사건 수사가 개시된 이후에서야 하자가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으로부터 100만 원을 반환받았다).
또한 D는 이 법정에서 ‘공사대금 관련하여 관리소장하고만 이야기했다. 공사대금도 보험회사하고 관리실에서 계약을 했다. ‘500에 계약을 해 놨으니까 그쪽에서 전화가 오면 답변하세요.’라고 해서 알았다고 했다. 관리소장이 ‘공사를 하고 나면 돈 100만 원 좀 주시면 안 되겠냐.’고 했다. 관리소장이 현금으로 찾아오라고 했다. 하자 생길것도 없고 말 것도 없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위와 같은 이 사건 공사의 규모, 이 사건 금원의 지급 경위, 지급방식, 지급 후 사정, D의 진술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당시 D가 E에게 하자보수보증금 명목으로 이 사건 금원을 지급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7) E는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서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진술하였으나, E는 피고인과 분쟁이 발생하자 이 사건 발생일보다 약 1년 10개월이 경과한 2023. 12. 18.경 피고인을 이 사건 범행으로 고발하였는데, 범행일을 2022. 11. 2.이라고 진술하는 등 이 사건에 대해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고, 앞서 본 F, D의 진술 등에 비추어 E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
8)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최초 조사를 받으면서 ‘D가 공사를 마친 후에 직원들 식사비와 하자보수비용으로 100만 원을 주겠다고 말을 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이 법원에 ‘경찰 조사에서 위와 같이 진술한 것은 이 사건이 문제가 되어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D가 그런 취지로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전해 듣고 진술한 것이다.’라는 취지의 변호인 의견서가 제출되었고, 피고인에 대한 위 경찰 조사는 이 사건 발생일로부터 약 1년 10개월 후인 2023. 12. 27.경 이루어졌으며, 실제 피고인이 조사 받기 전 D와 통화하면서 D에게 ‘직원들하고 회식하라고 100만 원 준 적이 있잖아요.’라고 물어보자, D가 피고인에게 ‘내가 회식하라고 준 것은 아니고 하자담보비용으로 준 것이고, 세 사람 식사나 한 번 하라고 준 것이지.’라고 이야기하였는바(수사기록 29쪽),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피고인이 D의 이야기를 듣고 위와 같이 진술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본문에 따라 무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