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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출신 송파 형사전문 변호사 법무법인 여암

업무상배임 공범 인정 기준과 무죄 판결 핵심요건

농약 품목등록 관련 업무상배임 사건에서 거래 상대방이 공범으로 처벌받는 사례가 실무에서 꾸준히 문제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업무상배임 공범 성립 요건과 관련하여 실제 사례를 통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검사출신 재산범죄전문 변호사 법무법인 여암

1. 업무상배임죄란 무엇인가

배임죄의 기본 구조

업무상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그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여 본인에게 재산상 손해를 끼치는 범죄로, 형법 제355조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형법
제355조(횡령, 배임)
②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

단순 배임죄와 달리 업무상배임죄는 형법 제356조에 따라 더 무거운 처벌이 적용되며, 피해액이 5억 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에 의해 가중처벌 대상이 됩니다.

형법
제356조(업무상의 횡령과 배임)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제355조의 죄를 범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12.29>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특정재산범죄의 가중처벌)
① 「형법」 제347조(사기), 제347조의2(컴퓨터등 사용사기), 제350조(공갈), 제350조의2(특수공갈), 제351조(제347조, 제347조의2, 제350조 및 제350조의2의 상습범만 해당한다), 제355조(횡령ㆍ배임) 또는 제356조(업무상의 횡령과 배임)의 죄를 범한 사람은 그 범죄행위로 인하여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가액(이하 이 조에서 "이득액"이라 한다)이 5억원 이상일 때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가중처벌한다. <개정 2016.1.6, 2017.12.19>
1.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일 때: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2.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 때: 3년 이상의 유기징역
② 제1항의 경우 이득액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을 병과(倂科)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 내부의 임원이나 직원이 회사 이익을 저버리고 외부에 혜택을 주는 행위는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의 의미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는 배임으로 인한 이득액 또는 피해액이 5억 원 이상일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 원 이상일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합니다.

그런데 이 규정을 적용하려면 이득액이나 피해액이 구체적으로 증명되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피해액을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하지 못할 경우에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아닌 형법상 업무상배임죄만 적용됩니다.

2. 업무상배임 공범 성립의 핵심 기준

거래 상대방은 원칙적으로 공범이 아니다

배임행위는 본질적으로 이익을 주는 쪽과 받는 쪽이 서로 마주 보는 구조, 즉 대향적 거래 관계를 전제로 합니다.

이러한 거래 구조에서 이익을 얻는 수익자는 원칙적으로 배임죄의 공범이 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거래 상대방은 배임행위를 주도하는 실행자와는 독립된 이해관계를 가지고 반대편에서 거래에 임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외적으로 공범이 되는 경우

다만, 거래 상대방이라도 배임행위임을 인식한 상태에서 실행자에게 배임을 교사하거나 배임 행위의 전 과정에 관여하는 등 적극적으로 가담한 경우에는 공동정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단순히 배임 가능성을 알았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하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상대방이 배임 사실을 인식하였다는 정황이 있더라도, 그것이 곧바로 적극 가담의 증거가 되지는 않습니다.

3. 이 사건의 구체적 내용

사안의 개요

피해자 회사의 개발본부 이사인 A는 회사 명의의 농약 시험성적 사용동의서를 무단으로 작성하여 D사 대표이사 B에게 제공하였고, B는 이를 이용해 D 명의로 농약 품목등록을 진행하였습니다.

검사는 B가 A와 공모하여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업무상배임을 저질렀다고 기소하였습니다.

원심은 B가 A의 배임행위 및 문서위조에 적극 가담하였다고 보아 유죄를 선고하였고, 이에 B가 항소하였습니다.

B의 적극 가담 여부에 대한 판단

항소심은 B가 A의 배임 가능성을 인식하였을 수는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품목에 관한 사전 협의는 A가 제안하면 B가 수락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 일상적인 수준에 그쳤고, B가 적극적으로 피해자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품목의 사용동의서를 요구하였다는 증거는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A는 대외적으로 사용동의서 제공 권한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사였으므로, B가 배임 가능성을 인식하였다고 하여 문서위조 가능성까지 인식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하였습니다.

검사의 피해액 주장에 대한 판단

검사는 이 사건 배임으로 인한 피해액이 약 7억 원을 초과한다고 주장하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을 다투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시험성적 사용동의서의 적정 가액을 산정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가 없고, 보편화된 기준도 존재하지 않으며, 일부 거래 사례만으로 적정 가액을 산정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피해액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적용 기준에 해당한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원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였습니다.

최종 결과

항소심은 B에 대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한편 A에 대해서는 피고인 A의 양형부당 항소와 검사의 양형부당 항소를 모두 기각하여, 업무상배임 및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원심에서 선고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이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

서울고등법원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B에 대한 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 B는 무죄.
피고인 A의 항소와 검사의 피고인 A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A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형(징역 2년 6개월)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피고인 B
1)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
피고인은 A의 요청에 따라 C을 위하여 D 명의로 이른바 ‘품목파킹’을 위한 품목등록을 해주었을 뿐이고, A로부터 제공받은 시험성적 사용동의서가 위조된 것이라거나 배임행위로 인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으며, A의 배임행위에 가담한 사실은 전혀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인이 A의 문서위조행위에 가담하는 등으로 A의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하였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2) 양형부당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형(징역 1년 6개월)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다. 검사
1)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
이 사건 배임행위로 인한 피해액은 거래관행을 기준으로 객관적으로 산정하되 통상적인 업계의 관행보다는 낮게 산정한 것으로, 실제로 피해자 회사가 입은 피해는 공소사실 기재 금액인 약 7억 원을 훨씬 초과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피해 내지 이득의 가액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특정경제범죄법위반(배임)의 공소사실을 무죄(이유무죄)로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2) 양형부당
원심의 피고인들에 대한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피고인 B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가. 공소사실과 원심판결의 요지
1) 공소사실의 요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해자 회사의 개발본부 이사로서 피해자 회사가 등록한 농약품목을 피해자 회사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관리하여야 할 업무상 의무가 있는 A와 D의 대표이사로서 그 업무를 총괄하는 피고인이 공모하여, 원심 별지 ‘범죄일람표 1’ 기재와 같이, A는 ‘피해자 회사가 등록한 농약품목의 시험성적(자료)을 D가 품목등록용으로 사용하는 데 동의한다’는 내용의 시험성적 사용동의서를 임의로 만들어 피고인에게 제공하고, 피고인은 위와 같은 사정을 알면서도 이에 동조하여 A로부터 피해자 회사의 농약품목 시험성적 사용동의서를 제공받아 이를 첨부하여 D 명의로 농약품목 등록신청을 함으로써, 총 32회에 걸쳐 권리의무 내지 사실증명에 관한 피해자 회사 명의의 시험성적 사용동의서 32매(이 사건 사용동의서)를 위조 및 행사하여 피해자 회사에 액수 미상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고, D로 하여금 동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였다는 것이다.
2) 원심판결의 요지
원심은 아래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은 A와 공모하여 피해자 회사 명의의 이 사건 사용동의서를 위조하여 이를 관할 행정관청에 제출하였고 이러한 방법으로 피해자 회사에 등록된 농약품목과 동일한 농약품목을 D에 등록함으로써 A의 업무상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하였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을 업무상배임,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의 공동정범으로 인정하였다.
① 피고인과 A는 가까운 친분관계를 유지하여 온 사람으로, A는 D의 설립 당시 배우자 E 명의로 D 주식 7.5%를 취득하기도 하였고, 피고인은 2021. 1. E을 실제 근무 없이 형식상 채용하여 19개월 동안 급여 명목으로 약 6,600만 원(실수령액 기준)을 지급하기도 하였다.
② 이 사건 사용동의서를 첨부한 D 명의의 농약품목등록신청은 피고인과 A 사이의 협의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으로, 피고인도 A 등과 협의 하에 농약품목을 정하여 시험성적 사용동의서를 교부받은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③ 이 사건 사용동의서를 교부받은 경위에 관하여, 피고인은 제1, 2회 경찰조사 때에는 ‘C으로부터 품목파킹의 의미로 이 사건 사용동의서를 받아 품목등록을 하고, C으로부터 공급받은 원제로 완제품을 제조하여 C에 저가로 공급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데, 이는 C의 운영자인 F의 원심법정에서의 진술과 배치되고, 피고인 주장과 같은 거래는 D에게만 유리한 거래로서 그 자체로 상당히 이례적이다. 피고인은 이후 수사기관에 피해자 회사와 D 사이의 2017. 1. 5. 자 농약품목개발합의서를 제출하였는데, 이 또한 D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것일 뿐만 아니라 A 스스로도 위 계약서는 위조한 문서라고 진술한 바 있다. 피고인은 원심법정에서 A에 대한 사건의 증인으로 증언하면서는 ‘C이 피해자 회사와 원제구매․농약제조위탁생산․완제품구매 등의 거래를 하는 과정에서 농약제조업등록을 한 D가 일부 농약품목에 대하여 품목파킹을 받은 것이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데, 이는 이전의 주장과는 전혀 다른 거래구조의 주장으로서 A의 진술과도 배치되고, 이러한 거래구조에서도 D는 이익만을 누릴 뿐 어떠한 반대급부도 제공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④ 피고인은 관련업계에 오래 종사한 사람으로 농약품목등록의 가치 등에 관하여 이해가 깊은 사람으로, 2017. 6.경부터 2020. 11.경까지 친분관계가 있는 A를 통하여 총 31개 품목에 관한 피해자 회사 명의의 시험성적 사용동의서를 아무런 대가 지급 없이 교부받았고, 거기에는 일반적으로는 다른 업체에 제공되지 않는 단독품목의 시험성적 사용동의서도 포함되어 있는바, 피고인은 시험성적 사용동의서를 교부받은 경위에 관하여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고 회사간 거래임에도 불구하고 관련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아무런 자료도 남아 있지 않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보면, 피고인으로서는 A가 피해자 회사 명의의 시험성적 사용동의서를 대표이사의 위임이나 승낙 없이 위조하였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였거나 적어도 그러한 위조 가능성에 대한 인식 하에 이를 용인하였다고 판단된다.
⑤ 피고인은 A와 D가 등록할 농약품목에 대하여 사전 협의를 하고, 미필적이나마 위조의 고의로 피해자 회사 명의의 시험성적 사용동의서 위조에 관여한 후 그와 같이 위조된 시험성적 사용동의서를 제출하여 D 명의의 농약품목사용등록을 마쳤으므로, 피고인은 피해자 회사의 이사인 A의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한 것으로 판단된다.
나. 이 법원의 판단
1) 관련법리
거래상대방의 대향적 행위의 존재를 필요로 하는 유형의 배임죄에서 거래상대방은 기본적으로 배임행위의 실행행위자와 별개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반대편에서 독자적으로 거래에 임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업무상배임죄의 실행으로 인하여 이익을 얻게 되는 수익자는 배임죄의 공범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이 원칙이고, 실행행위자의 행위가 피해자 본인에 대한 배임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식한 상태에서 배임의 의도가 전혀 없었던 실행행위자에게 배임행위를 교사하거나 또는 배임행위의 전 과정에 관여하는 등으로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한 경우에 한하여 배임의 실행행위자에 대한 공동정범으로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16. 10. 13. 선고 2014도17211 판결 등 참조).
2) 피고인이 A의 배임행위를 인식하였는지 여부
농약품목등록을 위한 시험성적서나 그에 대한 사용동의서는 관련업계에서 일정한 경제적 가치를 지닌 자산으로 취급되고, 특히 단독품목에 대한 시험성적 사용동의서의 제공은 특정 회사가 큰 비용을 들여 개발한 품목의 제조판매에 관한 독점적 지위를 포기하는 것이므로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수반되지 않는 한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인바, 원심이 지적하는 바와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인은 관련업계에 오래 종사하여 농약품목등록의 의미와 시험성적 사용동의서의 가치 등에 관하여 잘 알고 있는 사람인 점, ② 피고인이 A로부터 이 사건 사용동의서를 교부받은 경위에 관하여 일관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고, 설명 내용을 보더라도 D가 이 사건 사용동의서를 제공받은 대가로 피해자 회사에 지급되는 것이 아무 것도 없으며, 피고인의 설명 내용을 뒷받침하는 계약서 등의 자료가 제출되지도 아니한 점, ③ 피고인과 A는 개인적인 친분관계뿐만 아니라 경제적․사업적으로도 협력관계를 맺어 온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으로서는 A의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사용동의서 제공행위가 피해자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로 배임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3) 피고인이 A의 문서위조행위와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하였는지 여부
이와 같이 피고인이 A의 이 사건 사용동의서 제공행위가 배임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였을 수는 있으나,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과 이 법원이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A의 시험성적 사용동의서 위조행위에 가담하였다는 점과 그러한 방법으로 A의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하였다는 점까지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① 피고인과 A가 개인적 친분관계뿐만 아니라 일정한 경제적․사업적 협력관계를 갖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A가 그의 처 명의로 D의 주식을 취득한 것은 이 사건 사용동의서의 제공이 시작된 2017. 6.보다 1년 9개월 정도 앞선 2015. 9.경이고 투자금액은 225만 원, 지분비율은 7.5%에 불과하다. 또한 A의 처가 D에서 급여 명목의 돈을 받기 시작한 것은 이 사건 사용동의서의 제공이 중단되고 1~2개월이 지난 뒤인 2021. 1.부터이고, 그 액수는 약 6,600만 원(19개월, 월 약 347만 원)으로 이 사건 사용동의서의 추정가치에 훨씬 못 미친다. 더구나 A의 처는 D가 법적 요건을 갖추기 위하여 필요한 연구요원으로 등재되었으므로, 위 수령액에는 명의대여의 대가도 포함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② 피고인과 A가 사전협의를 하여 농약품목을 정하고 그에 따라 D가 시험성적 사용동의서를 제공받기는 하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협의는 A가 특정 품목의 시험성적 사용동의서를 제공하겠다고 하면 피고인이 승낙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고, 일부 몇 개 품목의 시험성적 사용동의서는 피고인이 요구하기도 하였으나 최종 결정은 A가 하였다. D로서도 특정 농약품목의 등록을 하기 위하여는 사전에 일정한 준비를 하여야 하므로 위와 같은 정도의 품목에 대한 사전협의는 시험성적 사용동의서를 제공하는 자와 제공받는 자 사이에서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고, 더 나아가 피고인이 적극적으로 피해자의 이익에 반하여 D에 필요한 품목의 시험성적 사용동의서 제공을 요구하였다는 증거는 없다.
③ 피고인이 관련업계에 오래 종사하여 시험성적 사용동의서의 거래에 관하여 잘 아는 사람임에도 이 사건 사용동의서의 제공 경위에 관하여 일관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피고인의 설명은 ‘피해자 회사와 C 사이의 거래관계에 관하여는 정확히 알지 못하나, 피해자 회사의 임원인 A의 제안에 따라 D가 피해자 회사 명의의 시험성적 사용동의서를 품목파킹의 의미로 제공받아 품목등록을 한 뒤 C으로부터 해당 품목의 원제를 제공받아 완제품을 제조하여 C에 납품함과 아울러 자체적으로도 판매하였다’라는 점에서는 어느 정도 일관성을 갖는다. 물론 A나 F 등 관련자들의 진술이 피고인의 주장에 배치되기도 하나, 그들의 진술도 일관된 것은 아니며, 모두들 각자의 형사책임을 회피하거나 방어하여야 할 필요 하에서 한 진술이므로, 이들의 진술과 피고인의 진술이 부합하지 않는다고 하여 피고인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것은 아니다. 또한 A가 전체 거래구조를 기획하였다면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 회사와 C 사이의 거래관계에 관하여는 정확히 알지 못할 수도 있고, D 명의의 품목등록이 품목파킹에 의한 것이라면 그것은 언젠가 피해자 회사 또는 C에 반환되어야 할 것이므로 단독품목이라도 직접적인 대가의 제공 없이 품목등록이 이루어질 수 있다.
④ 원심은 위 가.2)의 ①~③항 기재 사정에 몇 가지 사정을 더하여 피고인이 A의 문서위조 사실까지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였다고 인정하였고[위 가.2)의 ④항], 여기에 피고인과 A가 품목 협의를 하였다는 점을 더하여 피고인이 A의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하였다고 인정하였다[위 가.2)의 ⑤항].
그러나 A는 피해자 회사의 개발본부 이사로서 농약제품의 개발․등록․관리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 대외적으로는 시험성적 사용동의서 제공 권한이 있는 것으로 오인될 수 있는 사람이었으므로, 피고인이 A의 배임 가능성을 인식하였다고 하여 문서위조 가능성까지 인식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이 품목협의는 일상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어 이를 피고인이 A의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하였다는 정황으로 보기는 부족하다. 결국 위 ①~③항에서 본 바와 같이 원심이 든 위 가.2)의 ①~③항 기재 사정들은 그 자체로 피고인이 A의 문서위조행위나 배임행위에 가담 또는 적극 가담하였음을 추단하기에 부족할 뿐만 아니라, 이를 종합하더라도 피고인이 A의 배임행위를 알고 있었다고 인정할 수 있을 뿐이고 이로써 피고인이 A의 문서위조행위나 배임행위에 가담 또는 적극 가담하였다고 인정하기는 부족하다.
⑤ 나아가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고인이 A의 문서위조행위나 배임행위에 가담 또는 적극 가담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첫째, 피고인이 A로부터 마지막으로 시험성적 사용동의서를 제공받은 것은 2020. 11.경으로 관련서류가 마련되지 않아 해당 품목에 관하여는 품목등록을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피고인은 2021. 8. 12.경 피해자 회사의 대표이사 G를 만나 ‘A에 대한 내부수사가 있어 확인하러 왔다, 어떻게 피해자 회사가 등록한 품목 위주로 D가 농약품목 등록을 하느냐’는 질문을 받은 바 있음에도, 2021. 12. 27. 위 시험성적 사용동의서를 이용하여 D 명의로 농약품목등록신청을 하였다. 만일 피고인이 A의 문서위조행위와 배임행위에 가담 또는 적극 가담한 것이라면, G를 만난 이후에는 추가 범행을 멈추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할 것인바, 피고인으로서는 A의 배임행위 가능성을 인식하기는 하였으나 그것은 피해자 회사 내부의 문제이고 D로서는 정상적인 거래를 하였다고 생각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둘째, 이 사건 사용동의서 제공이 피고인의 적극 가담에 의한 것이라면 A도 공동범행에 따른 이익을 누리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C에 대한 시험성적 사용동의서 제공의 경우 A가 피해자 회사에 근무할 당시부터 C의 운영에 관여하였을 뿐만 아니라 최종적으로는 C의 권리를 승계한 H의 대표이사로 취임하였다는 점에서 그 취득한 이익이 비교적 명확하게 확인되는 반면, D에 대한 이 사건 사용동의서의 제공으로 A가 D 또는 피고인으로부터 얻은 이익은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A가 D에 시험성적 사용동의서를 제공하여 해당 품목을 등록하게 한 다음 이를 C과의 거래(C으로부터 해당 품목의 원제를 공급받고 해당 품목의 농약을 제조하여 C에 납품)에 활용되게 하였다면, C의 운영에 관여하였던 A로서는 일정한 이익을 취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거래구조는 피고인의 주장에 부합하는 것이기도 하다.
4) 소결
A와 피고인이 대리 또는 대표하여 한 피해자 회사와 D 사이의 이 사건 사용동의서 수수는 대향적 거래행위의 성격을 가지므로, 피고인이 A의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한 경우에 한하여 피고인을 A의 배임행위에 대한 공동정범으로 처벌할 수 있는데, 피고인이 A의 배임행위를 인식하였을 수는 있으나 나아가 A의 문서위조에 가담하였다거나 이를 통하여 A의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 부분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배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검사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원심판결의 요지
원심은 ⑴ 업무상배임으로 취득한 재산상 이익의 가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특정경제범죄법 제3조를 적용할 수 없다는 법리(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4도12619 판결 등)에 따라 ⑵ ① 이 사건 배임행위로 무단 제공된 시험성적 사용동의서의 재산가치에 관하여는 그 적정 가액을 산정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 점, ② 수사기관의 I협회, 농약제조회사 등에 대한 수사협조 의뢰 회신 내용에 따르더라도 가치 산정을 위한 보편화된 기준은 존재하지 않고 시험에 소요된 비용, 시장성, 매출 실적 및 그 추이, 최초 등록 시점, 등록한 업체의 수 등에 따라 교환가격이 달라질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상대방과의 거래 관계 역시 적정 가액 산정에 고려 요소가 되는 것으로 보이고, 일부 거래 사례만을 기준으로 적정 가액을 산정할 수도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배임행위로 인한 재산상 손해액 내지 이득액이 공소사실 기재 금액과 동일하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특정경제범죄법위반(배임)의 점에 관하여는 무죄(이유무죄)로 판단하였다.
나. 이 법원의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면밀히 검토해 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검사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의 위법은 없다. 따라서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4. 피고인 A와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원심판결의 요지
원심은 ⑴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의 이사로 상당한 기간 신임을 받으며 재직하였음에도 그 신임관계를 저버리고 사적 이익 등을 위해 배임, 사문서위조 등 다수의 범죄로 피해자 회사에 액수 미상의 손해를 입힌 것으로서, 범행의 동기, 내용, 수법, 기간 및 횟수 등에 비추어 그 죄질이 좋지 않고 비난 가능성이 큰 점, 구체적 손해액을 산정할 수는 없지만 이 사건 범행으로 피해자 회사가 상당한 재산상 손해를 입은 것으로 보이는 점, 그럼에도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에 대한 진지한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은 점 등을 불리한 사정으로, ⑵ 피고인은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피해자 회사를 위하여 1억 원을 형사공탁한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하여 피고인에 대한 형을 정하였다.
나. 이 법원의 판단
피고인과 검사가 이 법원에서 주장하는 양형부당의 사유들은 원심이 피고인에 대한 형을 정하면서 이미 충분히 고려한 사정들이고, 원심판결 선고 이후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 및 양형기준에 관한 별다른 사정변경을 찾아볼 수도 없다.
피고인은 자신이 시험성적 사용동의서를 제공한 농약품목 대부분이 최초등록 후 10년이 경과하거나 임박한 것이어서 농약관리법 제8조 제2항 단서, 농약관리법 시행령 제6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해당 농약품목의 등록에는 시험성적서 등의 제출이 면제되므로 시험성적 사용동의서에 큰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하나, 약효․약해․독성․잔류성 시험성적서 전부의 제출이 면제되는 것은 제조처방(원제와 그 밖의 성분의 종류와 각각의 투입비율)이 같은 경우에 한하는 것이고 제조처방이 다른 경우에는 잔류성 시험성적서의 제출만 면제되는 것이고(농약관리법 시행규칙 제14조 제1의2호), D가 피해자 회사와 같은 제조처방을 갖고 있었다면 농약품목등록신청을 하면서 굳이 피해자 회사 명의의 시험성적 사용동의서를 첨부하지도 않았을 것이므로, 피고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한편 원심 별지 ‘범죄일람표 1’ 연번 8의 품목(아세타미프리드․피메트로진 입상수화제)에 관하여는 피해자 회사가 2017. 1. 26. 품목등록을 한 후 2017. 8. 25. 주식회사 J(이하 ‘J’이라고 한다)도 품목등록을 하였으므로, D가 품목등록을 한 2020. 2. 14. 당시 위 품목은 위 범죄일람표 기재와는 달리 ‘공동품목’에 해당하였던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J은 적용 대상 병해충 및 농작물을 5가지로 하여 위 품목을 등록하였고 그중 3가지[고추(단고추류포함)/목화진딧물, 고추(단고추류포함)/복숭아혹진딧물, 딸기/목화진딧물]만 피해자 회사의 등록 사항과 중복되는 반면, D는 적용 대상 병해충 및 농작물을 13가지로 하여 위 품목을 등록하였고 이는 피해자 회사의 등록 사항 14가지 중 1가지(양배추/무테두리진딧물)를 제외한 나머지와 일치한다(증거순번 9). 따라서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원심과 양형판단을 달리 할 것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성행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요소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지나치게 무겁거나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따라서 피고인과 검사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5. 결론
가. 파기하는 부분
피고인 B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 중 피고인 B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나. 항소를 기각하는 부분
피고인 A의 항소와 검사의 피고인 A에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한다(원심판결 중 피고인 B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는 이상 주문에서 따로 검사의 피고인 B에 대한 항소를 기각하지 아니한다).
【피고인 B에 대하여 다시 쓰는 판결 이유】
피고인 B에 대한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 B가 피고인 A와 공모하여 위 제2. 가.1)항 기재와 같이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업무상배임의 행위를 함으로써 원심 ‘별지 범죄일람표 3’ 기재와 같이 피해자 회사에 합계 6,06,829,500원 상당의 손해를 가하고 동액 상당의 재산상 이득을 취득하였다는 것이다.
살피건대, 위 제2.나.항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 B가 피고인 A와 공모하여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업무상배임을 저질렀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고, 따라서 공소사실 전체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 B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4.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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