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 화장실과 같은 공중 다중이용장소에서의 불법 침입 문제는 최근 들어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성적 목적에 의한 다중이용장소 침입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이 무죄를 선고받은 실제 사례를 통해, 해당 범죄의 성립요건과 법원의 판단 기준에 대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성적 목적 다중이용장소 침입죄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2조에서 규정하고 있으며, 자기의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으로 화장실, 목욕장, 발한실, 탈의실 등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다중이용장소에 침입한 경우에 성립합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2조(성적 목적을 위한 다중이용장소 침입행위) 자기의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으로 화장실, 목욕장ㆍ목욕실 또는 발한실(發汗室), 모유수유시설, 탈의실 등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다중이용장소에 침입하거나 같은 장소에서 퇴거의 요구를 받고 응하지 아니하는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2017.12.12, 2020.5.19>
이 조항에 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해당 장소에 들어간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반드시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이라는 주관적 요건이 갖추어져야 합니다.
성적 목적의 의미
이 범죄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행위자의 내면적 동기, 즉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이러한 내면적 목적은 외부에서 직접 관찰하기 어렵기 때문에, 침입 경위, 행위자의 상태, 당시의 구체적인 행동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게 됩니다.
반면에 해당 목적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 즉 단순한 착오나 다른 이유로 인해 해당 장소에 들어간 것이라면 이 범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2. 증거가 불충분하면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인정하려면, 법관이 합리적인 의심을 품을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이라는 확신을 줄 수 있는 증거가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수준의 확신을 형성하는 증거가 없다면,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합리적 의심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법원은 무죄를 선고해야 합니다.
3. 이 사건의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법원의 판단
사안의 개요
피고인은 저녁 회식 자리에서 과음을 한 후 지하철을 타고 귀가하던 중 급하게 소변을 해결하기 위해 중간에 내렸고, 지하철역 3층에 있는 여자 화장실에 들어갔습니다.
검사는 피고인이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으로 다중이용장소인 화장실에 침입하였으며, 옆 칸에서 용변을 보고 있던 피해자를 훔쳐보았다고 공소를 제기하였습니다.
이에 원심 법원은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여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하였으나, 피고인은 만취 상태에서 남자 화장실로 착각하고 들어간 것이라고 주장하며 항소하였습니다.
법원이 주목한 사정들
항소심 법원은 여러 가지 구체적인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였습니다.
우선 해당 여자 화장실과 남자 화장실의 표지판이 동일한 남색 바탕에 흰색 픽토그램으로 되어 있어 유심히 보지 않으면 구분하기 어려운 구조였고, CCTV 영상에서도 피고인이 신발 한 짝이 벗겨진 채로 비틀대며 걷는 만취 상태임이 확인되었습니다.
또한 피고인은 화장실에 들어간 이후인 같은 날 역 승강장에서 노상방뇨를 한 사실도 확인되었는데, 이는 피고인이 정상적인 판단이 어려운 상태였음을 뒷받침하는 사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피해자를 따라 들어간 것인지에 대한 판단
CCTV 영상 분석 결과, 피고인은 피해자가 화장실에 들어간 이후에야 해당 역의 다른 쪽 승강장에서 3층으로 올라온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피고인이 피해자를 미리 보고 따라 들어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이 도출되었습니다.
또한 피고인이 화장실에 들어간 뒤 피해자가 나오기까지의 시간이 약 30초에 불과하였고, 당시 피고인이 친동생과 통화 중이었던 점, 칸막이 높이가 약 2m에 달했던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그 짧은 시간에 칸막이를 넘어 피해자를 내려다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는 점도 인정되었습니다.
법원의 최종 판단
항소심 법원은 이와 같은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볼 때,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으로 여자 화장실에 침입하였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피해자가 ‘인기척이 느껴져 위를 보니 남자가 보였다’고 진술하였으나, 당시 피해자 역시 음주 상태였던 점을 고려하여 상황을 오인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이 2023. 1. 3. 23:12경 서울 용산구 B에 있는 C역 3층 여자 화장실(이하 '이 사건 여자 화장실'이라 한다)에 들어간 사실은 인정한다. 그러나 피고인은 당시 만취한 상태에서 이 사건 여자 화장실을 남자 화장실로 알고 잘못 들어간 것이지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으로 이 사건 여자 화장실에 들어간 것이 아니고, 이 사건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 옆 칸에서 용변을 보고 있던 피해자를 홈쳐본 사실도 없으며, 피고인은 피해자를 따라 이 사건 여자 화장실에 들어간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벌금 300만 원, 이수명령 40시간, 취업제한명령 2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23. 1. 3. 23:12경 서울 용산구 B에 있는 C역 3층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 비어있는 용변 칸에 들어간 다음 칸막이와 천정 사이 틈새로 얼굴을 올려 바로 옆 칸에서 용변을 보고 있던 피해자 D(가명, 여)을 훔쳐보았다. 이로써 피고인은 자기의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으로 다중이용장소인 화장실에 침입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자기의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으로 다중이용장소인 이 사건 여자 화장실에 침입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다. 당심의 판단 1) 관련 법리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이러한 정도의 심증을 형성하는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4도11771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원심 및 당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자기의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으로 이 사건 여자 화장실에 침입하였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가) 당시 이 사건 여자 화장실의 바로 맞은편에는 남자 화장실이 위치해 있었는데, 두 화장실의 각 입구에는 동일한 바탕색(남색)과 성별표시색(흰색)을 사용한 사람 모양 픽토그램이 절반만 그려져 있었고, 그 옆에 성별을 표시한 문구가 상대적으로 작게 기재되어 있었는바, 해당 남녀화장실은 표지판을 유심히 보지 않는 이상 구분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나) 피고인은 경찰 조사 시부터 일관하여 '이 사건 당일 저녁 회식에서 과음한 상태에서 22:58경 종각역에서 목적지인 부개역으로 가는 지하철을 탔다가 소변이 급해 중간에 C역에 내렸고 북쪽 전철 환승통로를 통해 C역 3층 맞이방으로 들어왔다가 23:12경 이 사건 여자 화장실을 남자 화장실로 착각하고 들어가게 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CCTV 영상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이 사건 여자 화장실에 들어갈 당시 신발 한쪽이 벗겨진 상태로 만취한 것처럼 비틀대며 걸어가는 모습이 확인되는 점, 피고인은 이 사건 이후인 23:20:29경 사람들이 왕래할 수 있는 C역 12, 13번 홈 국철 승강장에서 바지 지퍼를 내리고 20초간 노상방뇨를 하기도 하였던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의위 진술과 같이 피고인이 만취한 상태에서 여자 화장실을 남자 화장실로 착각하고 들어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 CCTV 영상에 의하면, 피해자는 이 사건 당일 23:09:19경 C역 1번 출구를 통해C역 3층 맞이방으로 이동하여 23:10:18경 C역 2번 출구 쪽에 위치한 이 사건 여자 화장실에 들어갔고, 피고인은 피해자가 이 사건 여자 화장실에 들어간 이후인 23:11:00경C역 4, 5번 승강장에서 C역 3층 북쪽 전철 환승 통로로 올라와 23:11:15경 C역 북쪽전철게이트 쪽으로 이동하여 23:12:33경 이 사건 여자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렇다면 피고인으로서는 이 사건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기 전 피해자를 보지 못했을 것으로 보이는바, 피고인이 피해자를 따라 이 사건 여자 화장실에 들어간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라) CCTV 영상에 의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 당일 23:12:33경 이 사건 여자 화장실에 들어갔고 피해자는 그로부터 약 30초 후인 23:13:03경 이 사건 여자 화장실에서 나왔는바, 피고인이 이 사건 여자 화장실 입구에서 용변 칸에 들어가는 시간, 피해자가 용변 칸에서 이 사건 여자 화장실 입구로 나오는 시간을 감안하면 피고인과 피해자가양 옆 용변 칸에 들어가 있던 시간은 최대 20여초였을 것으로 보이는데, 당시 피해자가 들어갔던 용변 칸과 피고인이 들어갔던 용변 칸 사이의 벽의 높이가 약 2m인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당시 만취상태였고 23:12:26부터 23:12:59까지 친동생과 통화한 내역이 존재하는 점, 피고인의 체격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20여초 내에 용변 칸벽에 올라가 피해자가 있는 용변 칸을 내려다보는 것은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마) 피해자는 수사기관 및 원심 법정에서 '인기척이 느껴져 왼쪽 위를 보았는데 남자가 보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당시 CCTV 영상에 의하면 피해자가 이 사건 직후 남자친구에게 피해를 호소하는 듯한 모습이 확인되기는 하나, 당시 피해자는 술을 마신 상태였던바, 앞서 본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당시 상황을 오인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아래와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제2의 가항 기재와 같은바, 제2의 다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은 이유로 위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4. 결론
성적 목적 다중이용장소 침입 혐의와 같은 사건에서 피고인이 스스로 자신의 무고함을 입증하고 법적 절차에 대응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한계가 분명합니다.
이 사건에서처럼 CCTV 영상 분석, 표지판의 구조적 특성, 피고인의 만취 상태 등 다양한 간접 사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법리에 맞게 주장하는 것은 형사 사건에 풍부한 경험을 갖춘 형사전문 변호사만이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와 같은 혐의로 수사 또는 기소를 당하였다면, 즉시 형사전문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