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가 발생하면 운전자는 자동으로 형사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운전자에게 과실이 인정되지 않아 무죄가 선고되는 사례도 존재합니다.
이 글에서는 오토바이 운전자가 우회전 후 횡단보도 부근에서 보행자와 충돌한 사고에서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되지 않아 무죄가 선고된 실제 사례를 통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1.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죄란 무엇인가
범죄 성립의 기본 구조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1항은 차의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 업무상 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교통사고를 일으켜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한 경우 형사처벌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
제3조(처벌의 특례)
① 차의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인하여 「형법」 제268조의 죄를 범한 경우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이 죄가 성립하려면 운전자에게 업무상 주의의무가 존재하고, 그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어야 하며, 그 과실과 피해자의 상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단순히 사고가 발생하여 피해자가 다쳤다는 사실만으로는 이 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업무상 주의의무의 의미
업무상 주의의무란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 직업적으로 당연히 갖추어야 할 주의를 기울일 의무를 말합니다.
도로교통법 제48조 제1항은 모든 차의 운전자는 차의 조향장치와 제동장치, 그 밖의 장치를 정확하게 조작하여야 하고 도로의 교통상황과 차의 구조 및 성능에 따라 다른 사람에게 위험과 장해를 주는 속도나 방법으로 운전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
도로교통법
제48조(안전운전 및 친환경 경제운전의 의무)
① 모든 차 또는 노면전차의 운전자는 차 또는 노면전차의 조향장치와 제동장치, 그 밖의 장치를 정확하게 조작하여야 하며, 도로의 교통상황과 차 또는 노면전차의 구조 및 성능에 따라 다른 사람에게 위험과 장해를 주는 속도나 방법으로 운전하여서는 아니 된다. <개정 2018.3.27> |
그런데 이 주의의무는 운전자가 통상적으로 예견할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하는 것으로 충분하고, 일반적으로 예견하기 어려운 이례적인 상황까지 미리 예상하여 대비할 의무는 없다는 것이 확립된 법리입니다.
2. 업무상 과실 판단의 핵심 기준
예견가능성과 회피가능성
업무상 과실이 인정되려면 운전자가 해당 사고의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고, 또한 주의의무를 다하였다면 사고를 회피할 수 있었다는 두 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합니다.
예견가능성이 없는 경우, 즉 운전자가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사고 발생을 미리 알 수 없었던 경우에는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마찬가지로 예견가능성이 있다 하더라도 주의를 다하였더라면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으면 과실 책임을 묻기 어렵습니다.
불법주차 차량 등 시야 차단 상황의 취급
횡단보도 주변에 불법주차된 차량이 있어 운전자의 시야가 막혀 있는 경우, 운전자로서는 그 뒤에서 갑자기 보행자가 뛰어나올 것을 항상 예견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이러한 상황에서 운전자는 속도를 줄이고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만, 불법주차 차량 사이에서 보행자가 갑작스럽게 뛰어나오는 것은 통상 예견하기 어려운 이례적인 사태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이례적인 사태에 대해서까지 운전자에게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하는 것은 법리상 타당하지 않습니다.
3. 이 사건의 사실관계와 법원의 판단
사안의 개요
이 사건은 125cc 원동기장치자전거(오토바이) 운전자가 신호등이 있는 횡단보도가 설치된 사거리 교차로에서 우회전한 후, 횡단보도 부근에서 13세 남자아이와 충돌하여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목 부위 염좌 및 치아 탈구 등의 상해를 입힌 사건입니다.
검사는 운전자가 보행자 신호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주변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그대로 진행한 과실이 있다고 보아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1항 위반으로 기소하였습니다.
운전자는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사고 당시의 주요 상황
사고 당시 운전자는 횡단보도 앞에서 일단 정지하였다가 보행자들이 모두 건너간 이후에 우회전을 시작하였습니다.
운전 속도는 시속 30킬로미터 이하였으며, 횡단보도를 일부 침범하여 노점상 트럭이 불법주차되어 있었고 그 앞에도 SUV 차량이 주차된 상태였습니다.
피해자는 이 불법주차된 트럭과 SUV 차량 사이에서 갑자기 뛰어나왔고, 충돌 지점은 횡단보도를 벗어난 도로 위였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운전자가 횡단보도 앞에서 정지 후 보행자 통과를 확인하고 저속으로 우회전을 한 점, 불법주차된 차량들로 인해 시야가 차단된 상황에서 피해자가 갑자기 뛰어나온 점 등을 종합하여, 운전자에게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주의의무를 다하였더라도 이 사고를 회피할 수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운전자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
인천지방법원
주 문
피고인은 무죄. 이 유 1. 공 소 사 실 피고인은 (차량번호 1 생략) WW125 원동기장치자전거(125cc)의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피고인은 2025. 4. 27. 12:25경 위 원동기장치자전거를 운전하여 인천 중구 참외전로68, 화평운교사거리를 화평동 방향에서 송월동 방향으로 편도 2차로 중 2차로를 따라 우회전하여 진행하게 되었다. 그곳은 신호등 있는 횡단보도가 설치된 사거리 교차로이고 횡단보도 주변에 주정차 된 차량들이 있었으므로 이러한 경우 차의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는 도로의 교통상황과 그 차의 구조 및 성능에 따라 다른 사람에게 위험과 장해를 주는 속도나 방법으로 운전하여서는 아니 되고, 속도를 줄이고 전방 및 좌우를 잘 살피면서 조향 및 제동장치를 정확히 조작하는 등 안전하게 운전하여 사고를 미리 방지하여야 할 업무상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이를 게을리한 채 우회전 후 만난 횡단보도의 보행자신호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에도 주변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그대로 진행한 과실로, 마침 피고인의 원동기장치자전거 진행 방향 우측에서 좌측으로 횡단보도를 벗어나 도로를 횡단하던 피해자 B(남, 13세)을 피고인이 운전하는 원동기장치자전거의 앞부분으로 들이받아 도로에 넘어지게 하였다. 결국 피고인은 위와 같은 업무상의 과실로 피해자에게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경추의 염좌 및 긴장, 치아의 아탈구 등의 상해를 입게 하였다. 2. 판 단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1도2823 판결 등 참조). 한편, 자동차의 운전자는 통상 예견되는 사태에 대비하여 그 결과를 회피할 수 있는 정도의 주의의무를 다함으로써 족하고, 통상 예견하기 어려운 이례적인 사태의 발생을 예견하여 이에 대비하여야 할 주의의무까지 있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85. 7. 9. 선고 85도833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 직전에 횡단보도 앞에서 정지하였다가 보행자들이 횡단보도를 모두 통과한 이후에 우회전한 점, ② 당시 피고인이 운전하는 원동기장치자전거의 속도는 '30km/h이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실황조사서에는 사고직전속도가 '0km-20km/h'로 기재되어 있고 피고인은 사고 당시 속도가 약 25km/h 정도였다고 진술하였다), ③ 횡단보도를 일부 침범하여 도로의 오른쪽에 노점상 차량(짐을 싣는 짐칸 부분에 천막이 설치되어 있는 트럭이었음)이 불법 주차되어있었던 점, ④ 피해자가 위 불법주차된 트럭과 그 앞에 주차된 SUV차량 사이에서 뛰어 나왔고 그 지점은 횡단보도를 벗어난 지점이었던 점 등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거나 그 주의의무를 다하였더라면 이 사건 사고를 회피할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아니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
4. 결론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피해자의 상해 사실만으로 운전자가 형사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쉽지만, 실제로 업무상 과실 여부를 제대로 다투지 않으면 억울하게 처벌을 받을 수 있고 당사자 혼자서는 관련 증거를 수집하고 법리를 적용하여 대응하는 데 현실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형사전문 변호사는 사고 당시의 속도, 시야 차단 여부, 보행자의 행동 등 과실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구체적인 사정들을 분석하여 의뢰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사건을 이끌어 나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와 같은 교통사고 형사사건이 발생하였다면, 사건 초기부터 반드시 형사전문변호사의 조력을 받아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