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문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당심 배상신청인의 배상명령신청을 각하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사실오인, 법리오해)
1) C대학교 D 교실의 사무 처리자 여부와 관련하여, B(이하 'B'이라 한다)의 주최기관은 C대학교 병원이고 C대학교 D 교실(이하 'D 교실'이라 한다)이 아니므로, B의 운영은 피해자 D 교실의 사무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B의 실무를 맡았던 피고인은 D 교실의 사무 처리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2) D 교실의 재산상 손해 발생 유무와 관련하여, D 교실은 C대학교 내 F과 학과의 법인격 없는 내부조직에 불과하고, 독자적인 권리·의무의 주체가 될 수 없다. 사립학교법에 의하면 이러한 대학 내 조직이 취득한 재산은 학교법인 H에 귀속되어야 하고, D 교실이 소유할 수 없으므로 피해자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할 여지가 없다.
3) 재산상 이익 취득 유무와 관련하여, 피고인은 B 운영비로 사용하지 않은 동문회 지원금을 다시 동문회에 반환하였는데, 동문회는 B 운영에 사용될 목적으로 이 사건 지원금을 지급한 것이고 잔여 지원금을 D 교실이 임의로 나누어 가지거나 유용할 의사로 지급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B 운영비로 사용되지 않은 동문회 지원금을 다시 동문회가 소유하는 것이므로 동문회가 재산상 이익을 얻었다고 할 수 없다. 또한 D 교실이 취득한 재산은 학교법인 H에 귀속되어야 하므로, 피고인이 잔여 B 등록비를C대학교 병원에 기부하였더라도 C대학교 병원이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고 볼 수 없다.
4) 배임죄의 고의와 관련하여, D 교실에서 B 운영과 관련해 어떠한 회의나 결의를 한 사실이 없고, D 교실과 B 사이에서 어떠한 금전 교류도 이루어진 사실이 없기에 피고인은 D 교실의 임무를 수행한다는 인식으로 B을 운영하지 아니하였고, 동문회 지원금 및 등록비가 D 교실의 재산이라고 인식하지 못하였으므로 불법영득의사가 없었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의사 없이 위 금원을 적절히 처리한다는 선의로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은 행위를 하였고, 피고인의 위와 같은 인식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
나. 검사(양형부당)
원심의 형[선고유예(벌금 200만 원)]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직권판단(공소장 변경)
검사는 당심 제2회 공판기일에서, 공소사실 마지막 문장인 "이로써 피고인은 D 교실에 8,654,383원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 부분을 "이로써 피고인은 동문회에 6,000,000원, C대학교 병원에 2,654,383원의 재산상 이익을 각 취득하게 하고, D 교실에 8,654,383원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로 변경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 허가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은 이를 허가하여 심판대상이 변경되었으므로, 원심판결은 그대로 유지될 수 없다.
그러나 이와 같은 직권파기사유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심판대상이 되므로, 아래에서 이에 대하여 판단하기로 한다.
3.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가.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B(이하 'B'이라고 한다)을 운영, 관리하는 사람이다. B은 C대학교 D 교실에서 주최, 주관하는 행사로서 그곳에 지원되는 자금 일체는 D 교실 공금으로 피고인은 이 공금을 보관하고 있어야 할 임무가 있었다.
그러나 피고인은 위와 같은 임무에 위배하여 D 교실의 아무런 의결 없이 2023. 1.27. 동문회 지원금 6,000,000원을 동문회에 반납하고 등록비 잔액 2,654,383원을 C대병원에 기부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동문회에 6,000,000원, C대학교 병원에 2,654,383원의 재산상 이익을 각 취득하게 하고, D 교실에 8,654,383원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D 교실은 법인격을 가지는 단체는 아니지만 의사 구성원들의 집합을 칭하는 것으로 볼 수 있고, B은 D 교실에서 주최, 주관하던 행사이므로 피고인이 B을 위하여 관리하던 돈은 D 교실의 돈이라 볼 수 있는 점, 피고인이 홀로 B을 운영하였다고 하여 D 교실과 B이 관계가 없다고 할 수 없는 점, 피고인이 취득한 이익이 없다고 하여 피고인에게 배임죄 불법영득의사가 부정되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D 교실의 의결 없이 동문회 지원금 600만 원을 동문회에 반납하고, 등록비 잔액2,654,383원을 기부하여 피해자에게 8,654,383원을 손해를 가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한편, 피고인이 C대학교 병원에 기부한 300만 원 중 위 등록비 잔액이 아닌 자비로 기부한 345,617원 부분에 대하여는 무죄로 판단하였다).
다. 당심의 판단
1) 관련 법리
가) 형법 제355조 제2항의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하여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 성립하는 범죄이다. 이러한 배임죄의 본질은 신임관계에 기초한 타인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를 하여 그 타인에게 재산상 손해를 입히는 데에 있다. 따라서 배임죄의 주체로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타인과의 내부적인 관계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할 신임관계에 있게 되어 그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되는 지위에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때 그 사무의 처리가 오로지 타인의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만을 내용으로 할 필요는 없고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성질을 아울러 가질 수도 있지만, 타인을 위한 사무로서의 성질이 부수적·주변적인 의미를 넘어서 중요한 내용을 이루는 경우여야만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대법원 2005. 3. 25. 선고 2004도6890 판결, 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0도3532 판결 등 참조).
나)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여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 배임죄가 성립한다(형법 제355조 제2항). 여기에서 '타인의 사무'라 함은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을 위하여 대행하는 경우와 타인의 재산보전행위에 협력하는 경우라야만 되고, 두 당사자 관계의 본질적 내용이 단순한 채권관계상의 의무를 넘어서 그들 간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관리하는 데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판결 등 참조). 또한,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라 함은 사무의 내용·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당연히 할 것 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에 대한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2도3840 판결, 대법원 2017. 4. 26. 선고 2017도2181 판결 등 참조).
다) 배임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주관적 요건으로서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를 한다는 인식 이외에도 그로 인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이득을 취득하고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점에 관한 의사 내지 인식을 필요로 하는 것이므로, 피고인이 배임죄의 범의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사물의 성질상 배임죄의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고의, 동기 등의 내심적 사실)은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입증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1999. 4. 13. 선고 98도4022 판결 등 참조). 이때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 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4. 3. 26. 선고 2003도7878 판결, 대법원 2011. 7. 28. 선고 2010도9652 판결 등 참조).
라) 형사재판에서 공소제기 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8. 7. 24. 선고 2008도4467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B 홍보 팸플릿 및 대외 자료에 D 교실이 주최자로 기재되어 있고, B은 이에 근거하여 의료기기 및 제약업체로부터 협찬을 받았으므로 B의 주최 기관은 D 교실이라고 일견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D 교실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함에도 D 교실에 재산상 손해를 가한다는 등의 배임의 고의로 배임행위를 하여 D 교실이 손해를 입었음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배임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①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 및 원심 증인 E의 법정진술 등에 의하면, ❶ B은 제1회부터 제15회까지 I이 운영하였으나, 제16회부터는 피고인이 운영을 맡게 된 사실, ❷ B의 운영자로 피고인이 선정되는 과정에서 D 교실의 결의나 별도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피고인은 B 운영에 필요한 업무를 독자적으로 결정하고 진행해 온 사실, ❸ B이 운영된 18년 동안 D 교실에서 B에 대하여 운영비를 지급하였다거나, B의 운영비가 D 교실로 이전되는 등의 금전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사실(E는 2018년도에 한 번 B을 지원해준 사실이 있다고 진술하나 별도의 거래 내역이 없는 이상 위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고, 설령 인정하더라도 1번의 거래로 위와 같은 판단이 달라질 여지는 없다), ❹ 피고인은 B 운영비, 동문회 지원금 및 등록비 등을 모두 피고인 명의 계좌로 지급받았으며 D 교실 명의 공동계좌가 달리 존재하지 않는 사실, ❺ D 교실에서는 B 운영과 관련한 내규 및 지침 등이 전혀 마련되지 않은 사실, ❻ C대학교의료원 공문에 의하면 제18회 B 주최 기관은 C대학교의료원 F과로 되어있고, 부스 전시및 광고비 입금 계좌의 예금주는 C대학교의료원으로 되어 있는 사실, ❼ '온라인 학술대회 개최시 운영비 수입 및 지출 예산서' 기재에 의하면, 주관부서는 F과로 되어있고, 초과지출 부분에 대해 F과에서 부담한다고 되어 있는 사실, ❽ 피고인은 B 운영에서 발생한 수입 및 지출을 C대학교 병원에 보고하고 예산을 확인받아온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다.
② 배임죄의 주체로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보았을 때 타인과 내부적인 관계에서 신임관계에 있고, 그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이고, 이때 그 사무는 타인의 재산을 보호·관리하는 것으로서 두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되어야 한다. 위 법리에 앞서 인정한 사실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D 교실의 내규나 의결 절차에 관계없이 독자적으로 의사를 결정하고 B을 운영해 온 것으로 보이므로 D 교실과 피고인 사이에 어떠한 신임관계가 형성되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또한 피고인은 B 운영비 등을 관리하면서 D 교실과 직접 금전 거래를 한 사실이 없고 동의를 구할 필요도 없었던바, 피고인과 D 교실의 관계가 D 교실의 재산관리·보호를 본질적·정형적 내용으로 하는 것이라고 인정하기도 어렵다(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B에 지급된 지원금 및 등록비가 당연히 D 교실에 귀속된다고 볼 수 없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따라서 피고인에게 D 교실을 위하여 동문회 지원금 및 잔여 등록비를 보관하고 있어야 할 임무가 있다고 할 수 없다.
③ 앞서 인정한 사실에 더불어, 위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B에 지급된 동문회 지원금 및 잔여 등록비에 대하여 D 교실에서 정하는 별도의 규정이 없었고, 위 잔여금을 D 교실에 지급하는 관례도 없었던 점, B 운영자는 B이 지속되는 동안에는 잔여금을 다음 년도로 이월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관리해 왔던 점, 피고인이 B 운영을 중단하여 B이 폐지되면서 처음으로 잔여금을 정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에게 D 교실에 B의 지원금 및 잔여 등록비를 전달해 줄 행위가 당연히 기대된다고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이 행동하였더라도 이를 D 교실에 대한 배임행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 오히려 B이 폐지된 후 동문회 지원금 및 잔여 등록비의 소유 관계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피고인으로서는 최선의 방안을 택한 것으로 볼 여지가 많다.
④ C대학교 F과 동문회 구성원과 D 교실의 구성원이 일치하지 않는 점, 위 동문회 회칙 제17조에서는 동문회 지원금을 'D 교실'이 아닌 'B'에 지급한다고 기재한 점, B 강연자들은 다양한 대학교 출신으로 D 교실 구성원만으로 진행되지 않은 점, 원심 증인 E는 D 교실이 C대학교 병원과 C대학교로부터 운영비를 각 지급받고 있다고 진술한 점, 검사가 제출한 증거에 의하더라도 B의 운영비 관리에 대하여 F과 교실의 결의가 있었다거나 이에 대한 보고를 받는 등의 절차가 있었다는 사실이 증명되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설령 D 교실이 B을 주최하였더라도, B이 보유한 동문회 지원금 및 등록비가 곧바로 D 교실에 귀속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인이 위 지원금및 등록비를 반환하거나 기부하였더라도 D 교실에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⑤ 한편, 피고인은 인공와우 분야의 전문가로서 이에 대한 학술적 연구 및 강의가 주된 업무이고 B 운영비용에 대한 업무는 주로 C대학교 병원을 통해 이루어진 점, 피고인이 J협회의 기준을 정확히 숙지하고 있었을 것이라 기대하기 어려운 점,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B과 D 교실 사이에 금전 거래를 포함한 운영 전반에 대하여 어떠한 교류나 결의가 이루어진 사실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으로서는 동문회 지원금및 잔여 등록비가 D 교실의 재산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이를 정산하기 위한 최선의 방식을 취한 것으로 보이므로 위 돈을 동문회에 반환하거나 C대학교에 기부하는 것이 D 교실에 대한 배임행위에 해당한다거나, D 교실의 재산상 손해를 발생시키고, 동문회 및 C대학교 병원에 이익을 취득하게 한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4. 당심 배상명령신청에 대한 판단
당심 배상신청인은 피고인을 상대로 8,654,383원의 지급을 구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는 이상, 당심 배상신청인의 배상명령신청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2조 제1항 제2호(배상명령신청이 이유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당심 배상신청인의 배상명령신청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5.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에는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고,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이 이유 있으므로,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그리고 당심 배상신청인의 배상명령신청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2조 제1항 제2호, 제25조 제3항 제3호에 따라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제3의 가항 기재와 같고, 이는 위 제3의 다항 기재와 같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피고인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