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문
피고인을 징역 4년에 처한다.
피고인에게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한다.
피고인에게 아동·청소년 관련기관등과 장애인관련기관에 각 5년간 취업제한(운영 및 사실상 노무제공 금지 포함)을 명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장애인복지법위반의 점은
무죄.
이 유
범 죄 사 실
피해자 B(남, 54세)는 지체장애 1급 및 중증의 지적장애(IQ 36, 사회연령 4세 11개월 상당)를 가진 장애인으로서 목포시 C에 있는 ‘D’에서 생활하고 있다. 피고인은 2006. 5. 1.경부터 2021. 8. 15.경까지 위 복지원에서 생활재활교사로 근무하였던 사람으로, 피해자에게 위와 같은 장애가 있어 피고인이 피해자를 추행하더라도 피해자가 저항하거나 신고를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피고인은 2021. 6.경부터 같은 해 8. 3.경
사이에 위 복지원 2층 공동목욕실에서 옷을 벗은 채로 피해자의 샤워를 보조하던 중, 피해자의 성기를 수회 잡아 흔든 뒤 피해자의 항문에 손가락을 삽입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장애인의 보호, 교육 등을 목적으로 하는 시설의 종사자로서 보호, 감독의 대상인 피해자가 정신적인 장애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있음을 이용하여 피해자에 대하여 유사성행위를 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1. E, F, G, H, I, J, K에 대한 각 일부 경찰 진술조서
1. 입건전조사보고서(E 상담 등), 입건전조사보고서(B와 E 장애인증 첨부) 중 B와 E 장애인증 첨부 부분
1. 수사보고서(‘D’ 신고증, 허가증, 직원연락처 등 첨부), 수사보고서(피해자 입소확인서, 월 계획서, 월 평가서, 관찰기록지 첨부), 수사보고서(L언론 기자가 제출한 녹음자료 첨부), 수사보고서(피해자 속기록 첨부), 수사보고서(피해자 진술분석 의견서 첨부), 수사보고서(피의자와 L언론기자와의 대화 내용 녹취록 첨부), 수사보고서(피해자 임상심리평가서 첨부)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6조 제7항, 제4항, 제2항 제2호
1. 정상참작감경
형법 제53조, 제55조 제1항 제3호(아래 양형의 이유 중 유리한 정상 참작)
1. 이수명령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6조 제2항 본문
1. 취업제한명령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56조 제1항 본문, 장애인복지법 제59조의3 제1항 본문
1. 공개명령 및 고지명령의 면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7조 제1항, 제49조 제1항,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49조 제1항 단서, 제50조 제1항 단서(피고인에 대한 형의 선고, 이수명령, 취업제한명령, 신상정보 등록만으로도 재범을 방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보이는 점,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환경, 사회적 유대관계, 범행의 동기, 경위, 범행 과정, 방법, 범죄의 경중, 공개·고지명령으로 인하여 피고인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와 예상되는 부작용, 그로 인해 달성할 수 있는 성폭력범죄의 예방 및 피해자 보호 효과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에게 신상정보를 공개·고지하여서는 아니 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된다.)
피고인 및 변호인 주장에 대한 판단
1. 주장의 요지
1) 피고인이 피해자의 성기를 잡아서 흔든 사실은 있으나, 피해자의 항문에 손가락을 삽입한 사실은 없다.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한 피고인의 자백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유일한 증거에 해당하므로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
2) 피해자는 당시 정신적인 장애로 항거불능 내지 항거곤란 상태에 있지 않았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요구에 따라 성기를 만진 것이므로 추행(내지 유사강간)에 해당하지 않는다.
2. 판단
가. 피고인이 피해자의 항문에 손가락을 삽입한 사실이 있는지
1) 관련 법리
자백에 대한 보강증거는 범죄사실의 전부 또는 중요부분을 인정할 수 있는 정도가 되지 아니하더라도 피고인의 자백이 가공적인 것이 아닌 진실한 것임을 인정할 수 있는 정도만 되면 족할 뿐만 아니라 직접증거가 아닌 간접증거나 정황증거도 보강증거가 될 수 있으며, 또한 자백과 보강증거가 서로 어울려서 전체로서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면 유죄의 증거로 충분하다(대법원 2002. 1. 8. 선고 2001도1897 판결 등 참조).
2) 피고인의 자백
살피건대, 수사보고서(피의자와 L언론기자와의 대화 내용 녹취록 첨부)에 의하면, 피고인은 2021. 11. 18.경 L언론 소속 M 기자와 D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에 관하여 전화로 대화를 하였는데, 위 기자가 피고인에게 “이제 선생님이 B씨 항문에 삽입을 하였다는 말씀이신거죠?”라고 질문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예. 예. 그분이 해달라 해 가지고.”라고 답변하였다(수사기록 제569면). 형사소송법 제310조에서 규정하는 ‘피고인의 자백’은 반드시 피고인의 지위에서 한 것에 한하지 않고, 수사기관 이외의 사람에게 한 자백도 해당하는바, 피고인의 위와 같은 진술은 피해자의 항문에 손가락을 삽입하였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자백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3) 독립된 보강증거의 존재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따라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참고인 E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는 ‘피해자의 항문에 손가락을 삽입하였다’라는 범죄사실에 대한 독립된 보강증거라고 봄이 타당하다.
① E은 경찰에서 ‘피고인과 피해자가 D 2층 공동목욕실에서 남녀가 성관계를 하는 자세로 함께 누워 있었는데, 당시 피고인은 거품을 내서 피해자의 성기를 잡아 흔들고 있었다.’라는 내용의 진술을 하였는바, 참고인 E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는 피고인의 자백과는 완전히 구별되는 독립된 증거이다.
② 이 사건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장애인피보호자간음)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성기를 잡아 흔든 뒤 항문에 손가락을 삽입하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위 공소사실 중 ‘성기를 잡아 흔든 행위’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6조 제3항의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있음을 이용하여 사람을 추행하는 사람’이라는 구성요건에 해당하기는 하지만, ‘항문에 손가락을 삽입한 행위’가 같은 법 제6조 제2항 제2호의 유사강간 구성요건과 법조경합의 한 형태인 특별관계에 해당하여 따로 수죄를 구성하지 아니한다[같은 법 제6조 제2항 제2호의 구성요건이 같은 법 제6조 제3항에서 규정한 구성요건의 모든 요소를 포함하는 외에 다른 요소(항문에 손가락을 넣는 행위)를 구비하여야 성립한다]. 즉, ‘항문에 손가락을 삽입한 행위’는 추행행위 중 특별한 가중요소로서 ‘성기를 잡아 흔든 행위’라는 추행행위는 이에 흡수되어 따로 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바, 규범적으로 볼 때 ‘성기를 잡아 흔든 행위’는 같은 법 제6조 제2항 제2호의 행위의 일부라고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와 같은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성기를 잡아 흔들었다는 사실에 관한 증거는 이 사건 범죄사실의 전부를 인정할 수 있는 정도의 것은 아니라 할 것이지만, 범죄사실의 일부에 대한 직접증거에 해당한다.
4) 피고인 자백의 신빙성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따라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의 위 자백은 신빙성이 있고, 범죄사실의 일부에 관한 직접증서인 E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와 서로 어울려서 전체로서 이 부분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① D장 I은 2021. 8. 4.경 피고인이 공동목욕실 내에서 피해자의 성기를 수회 잡아흔든 사실을 H 과장으로부터 보고받았고, 같은 날 징계위원회를 소집한 후 사실 확인을 위하여 피고인과 대면으로 대화를 하였는데, 당시 피고인은 위와 같은 행위를 모두 인정하면서 사직서를 제출하였다(수사기록 제171면). 또한, 피고인은 L언론 소속 기자가 전화통화 당시 “경찰에서 지금 이제 장애인 성폭행으로 수사를 하고 있잖아요.“라고 말하자 ”예. 예“라고 대답하고(수사기록 제575면), ”하아~ 징역, 징역이믄 아~ 큰일 났네. 제 실수로 인하여 식구들 먹여 살려야 하는데 큰일 났네. 일단은 저한테 인자 물으고 최대 이제 심하면 징역 이렇게 한다. 그 말이죠?“라고 질문을 하기도 하였다(수사기록 제576면).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자신이 피해자의 항문에 손가락을 넣었다고 기자에게 진술할 당시 이미 자신의 행위가 D에 알려지는 등 수사가 진행 중이고, 향후 성범죄로 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고 인정된다. 더 나아가 L 언론 소속 기자는 당시 자신이 기자로서 피해자에게 발생한 성범죄를 취재하기 위하여 피고인에게 전화를 하였음을 명시적으로 밝혔는바, 피고인은 대화의 상대방이 보도를 목적으로 한 기자임을 잘 알고 있었음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스스로에게 불이익한 내용의 진술을 하였다.
② 위 증거에 의하면, L언론 소속 기자가 “아, 근데 그러면 그 항문에다가 이렇게 하셨으면 그 B 이용인은 뭐 상처 같은 것도 나셨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라고 말하자, 피고인은 “상처는 제가 하는데 나지는 않았거든요“라고 대답한 사실도 인정된다(수사기록 제571면).
L언론 소속 기자의 위 진술은 피고인이 항문에 손가락을 삽입한 사실이 있음을 전제로 하여, 그로 인한 추가적인 피해를 입은 사실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질문으로 보이는데, 피고인은 그 전제 사실을 묵시적으로 긍정하면서 추가적인 피해가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하였다. 더 나아가 피고인이 L언론 소속 기자와의 대화 과정에서 항문에 손가락을 삽입한 사실과 배치되는 취지의 진술을 한 사실은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③ 그밖에 L언론 소속 기자는 당시 피고인에게 대가로 편의를 제공하거나 이를 약속한 사실이 없고, 허위사실을 고지하는 등으로 피고인을 기망하여 대답을 유도하지도 않았다. 뿐만 아니라, 피고인과 L언론 소속 기자 사이에 이루어진 대화의 어조(tone), 내용, 형식 등을 고려하여도 피고인 자백의 임의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을 찾아 볼 수 없다. 피고인이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을 허위로 꾸며내어 위와 같이 대답하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기자가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먼저 ‘항문 삽입’ 여부를 언급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 자백의 신빙성을 배척할 수는 없다.
나. 정신적인 장애로 인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
1) 관련 법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6조 제4항의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로 항거불능인 상태에 있음’은 신체장애 또는 정신장애 그 자체로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는 경우뿐 아니라 신체장애 또는 정신장애가 주된 원인이 되어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이른 경우를 포함하는바, 그중 정신장애가 주된 원인이 되어 항거불능인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피해자의 정신장애의 정도뿐 아니라 피해자와 가해자의 신분을 비롯한 관계, 주변의 상황 내지 환경, 가해자의 행위 내용과 방법, 피해자의 인식과 반응의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7. 27. 선고 2005도2994 판결 참조).
2) 구체적인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따라 인정되는 다음 사실 내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당시 정신적인 장애로 인하여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① 피해자는 무학의 55세 남성으로 지능지수(IQ)는 36, 사회지수(SQ)는 31로 사회연령(SA)은 4세 11개월에 불과한 지체장애 1급의 장애인이다. 피해자에 대한 임상심리평가 결과에서는 피해자의 지적능력은 ‘매우 낮음’ 수준에 속하고, 기초학습능력의 발달이 부족하고 지남력, 주의력, 어휘 및 언어표현력, 기본지식, 이해력, 계산능력, 시지각운동통합능력 등의 인지기능이 동일연령대의 평균 수준으로부터 유의하게 낮은 양상을 보이며, 자조능력, 이동능력, 의사소통, 작업능력, 자기관리 및 사회화 등 전반적인 사회적 능력의 발달이 실생활 연령에 비추어 현저히 낮은 편으로 연령에 부합하고 기대되는 역할의 수행에는 어려움이 뚜렷하다고 보고되었다.
② 피해자는 N의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가 씻을 때 다른 사람이 피해자의 성기나 이런 거 만져준 적이 있는지’, ‘다른 사람이 피해자의 신체를 괴롭힌 사실이 있는지’, ‘피고인이 피해자를 불편하게 한 사실이 있는지’, ‘다른 사람이 피해자의 가슴을 만진 사실이 있는지’에 관한 질문에 모두 “예”(‘그런 사실 없어요?’라는 질문에 대하여) 또는 “아니요”(‘그런 사실 있어요?’라는 질문에 대하여)라고 대답함으로써 이 사건 범죄사실과 관련된 일체의 진술을 하지 못하였다. 더 나아가 ‘자위행위나 성기가 무엇인지 아느냐’라는 질문에 대하여는 “아니요”라고 대답하거나 고개를 좌우로 흔들기만 하였다. 이와 같이 피해자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샤워를 도와주고 피해자의 성기를 만졌다는 사실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거나 외부에 진술하지 못할 정도로 지적장애의 정도가 심하다.
피해자의 진술 내용을 분석한 전문가는 피해자가 조사 당일 날짜와 조사관의 질문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습관적으로 ‘예’라는 대답을 반복하는 것으로 보아 일상적인 대화를 나눌 정도의 언어 구사 및 언어 이해에는 무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하였다. 더 나아가 성폭력 피해자의 진술의 신빙성을 평가하기 위하여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진술분석 방법은 ‘준거 기반 내용 분석’(CBCA, Criteria-Based Content Analysis)인데, 피해자의 진술에서는 논리적 일관성, 세부정보의 풍부함, 사건이 발생하게 된 맥락정보 등 19가지의 CBCA 준거가 전혀 나타나지 않았는바, 피해자의 지적장애로 인하여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및 타당성은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하였다.
③ 피해자는 성적 욕구가 평소에 강한 편이고, 화장실이나 침대에서 혼자 자위행위를 종종하기도 하고, 평소 스킨십을 좋아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안마를 해 주거나 껴안고 뽀뽀하는 등의 행위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가 자위행위를 하는 모습을 생활재활교사가 발견하여 2021. 3. 28. 피고인으로 하여금 위생 등 교육을 받게 하였고, 2021. 7. 16. 다른 이용인인 O의 다리를 마사지하여 다른 사람에 대한 지나친 스킨십을 자제하라고 권고를 받기도 하였으며, 2021. 11. 22. 엘리베이터 안에서 다른 이용인인 P의 성기를 만져 성교육을 받은 사실이 있다.
위와 같은 사정에 앞에서 본 피해자 진술의 분석결과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는 본능적인 성적 욕구를 가지고 있으나, 그 본능적인 성적 욕구를 조절하거나 이를 적절한 방법으로 해소하는 지적능력 또는 사회적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성기나 자위행위, 성관계 등 성행위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지적능력을 가지지 못하는 것으로 인정된다. 즉, 피해자가 본능적인 성적 욕구를 넘어 성관계의 의미, 그로 인한 결과 등을 알고 있음을 전제로 자기가 원하는 상대방을 성행위의 당사자로 선택하고 자신의 의사에 따라 성행위를 하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능력이 있다고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
다.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관한 인식 및 이용
1) 관련 법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6조는 장애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것이므로, 피해자가 지적장애등급을 받은 장애인이라고 하더라도 단순한 지적장애 외에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의 정신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증명되어야 하고, 피고인도 간음 당시 피해자에게 이러한 정도의 정신장애가 있음을 인식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2도12714 판결 참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6조 제4항의 ‘이용한다’의 의미는 피해자가 정신적인 장애로 인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있음을 인식하고 이에 편승하여 간음에 나아갔다는 의미이다. 즉, 가해자가 간음 당시 피해자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의 정신장애를 가지고 있음을 인식하였음에도 간음행위로 나아간 행위가 바로 정신적인 장애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있음을 이용한 행위로 평가된다(헌법재판소 2016. 11. 24. 선고 2015헌바136 전원재판부 결정, 헌법재판소 2016. 11. 24. 선고 2015헌바297 전원재판부결정, 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2도12714 판결 참조).
2) 구체적인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따라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실 내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당시 피해자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의 정신장애를 가지고 있음을 인식하였음에도 추행행위로 나아갔다고 인정할 수 있다.
① 피고인은 2006. 5. 1.경부터 사직서를 제출한 2021. 8. 4.경까지 D에서 생활재활교사로 근무하였고, 피해자는 피고인이 위 복지원에서 근무를 시작하기 전인 1997. 6. 6.경부터 위 복지원에서 생활하였다. 즉, 피고인과 피해자는 약 15년간 생활재활교사와 이용인 사이로 지냈다. 피고인은 수많은 장애인들을 보호, 교육하였을 것이고 피해자를 오랜 기간 지켜봤던 점을 고려하면, 피해자가 1급 지체장애뿐만 아니라 지적장애도 아울러 갖고 있으며 그 정도가 심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②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원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피고인이 피해자의 샤워를 도와주는 중에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몸짓으로 성기를 만질 것 등을 요구하여 이에 응하여 주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성행위 등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심한 정신장애가 있고, 오직 본능적인 성적 욕구만이 있는 상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설령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자위행위를 해줄 것을 요구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성적 자기결정권의 행사로는 평가할 수 없다.
③ 한편, 피고인은 피해자가 ‘몸짓’으로 피고인에게 성적인 행위를 해 달라고 요구하였다고 주장하는데, 그러한 몸짓이 피해자가 당시 피고인에게 피해자의 성기를 잡고 흔드는 것을 넘어서, 피해자의 항문에 손가락을 넣는 행위까지 요구하였다는 것으로 피고인이 이해할 수 있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피고인이 본인의 성적 만족과는 전혀 무관하게 오로지 피해자의 성적 욕구를 해소시켜 줄 목적으로 피해자의 성기를 잡아 흔드는 것을 넘어 항문에 손가락을 삽입까지 하였다고 보는 것은 상식에 반한다.
양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징역 3년 9개월~22년 6개월
2.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유형의 결정] 성범죄 > 01. 일반적 기준 > 다. 장애인(13세 이상) 및 궁박 청소년 대상 성범죄 > [제3유형] 유사강간
[특별양형인자] 없음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기본영역, 징역 4년∼7년
3. 선고형의 결정: 징역 4년
가. 불리한 정상
1) 피고인은 장애인복지시설에 근무하면서 장애인을 보호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피해자가 중증의 지적장애가 있어 피고인에게 저항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곤란하다는 사실을 이용하여 피해자를 추행하였고, 그 추행 역시 객관적으로 상당한 성적 수치심을 주는 방법으로 이루어졌다. 이 사건 범행의 죄질이 나쁘다.
2) 피해자는 중증의 지적장애인으로 피해사실을 제대로 인식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바, 목격자의 제보가 없었더라면 이 사건은 외부에 알려지지 못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3) 피고인이 피해자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는 취지로 이 사건 범행을 전부 부인하면서 반성하고 않고 있다.
나. 유리한 정상
1) 피고인이 피해자 누나 F에게 소정의 합의금을 지급한 것으로 보이고, F는 피고인에 대한 선처를 탄원하고 있다.
2) 피고인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이다.
3)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 중 일부가 피해자의 본능적인 성적 욕구에 일부 부합했던 측면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가족관계, 범행의 동기 및 경위, 범행 후의 정황 등 여러 양형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신상정보의 등록 및 제출의무
판시 범죄사실에 대하여 유죄판결이 확정되는 경우, 피고인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2조 제1항에 의하여 신상정보 등록대상자에 해당하게 되므로 같은 법 제43조에 따라 관할기관에 신상정보를 제출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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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부분 장애인복지법위반의 점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21. 3.경 D 2층에 있는 피해자의 방에서 피해자에게 자신의 휴대전화를 통해 남녀가 성관계를 하는 영상을 강제로 보도록 하는 등으로 장애인인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을 하였다.
2. 피고인 및 변호인 주장의 요지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남녀가 성관계를 하는 영상을 보여준 사실이 없다. 설령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위 영상을 보여주었다고 하더라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강제로 보여준 사실은 없으며, 위와 같은 행위는 장애인복지법이 정하는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3. 판단
가. 관련 법리
성희롱이란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각급 학교, 공직유관단체 등 공공단체의 종사자, 직장의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①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② 상대방이 성적 언동 또는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그에 따르는 것을 조건으로 이익 공여의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3조 제2호,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라)목 등 참조]. 여기에서 ‘성적 언동’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나 남성 또는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등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가 있고, 그로 인하여 행위의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등 참조).
한편,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의 구성요건을 이루는 사실은 그 증명책임이 검사에게 있고,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검사의 증명이 그만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설령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어 유죄의 의심이 가는 등의 사정이 있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7도1549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인 판단
1) 영상을 보여준 사실이 있는지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통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판시 공소사실 기재 일시 및 장소에서 피해자에게 자신의 휴대전화로 남녀가 성관계를 하는 영상을 보여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E은 수사 과정에 ‘피고인이 2021. 3.경 피해자의 방에서 피해자에게 휴대전화로 남녀가 성관계를 하는 영상을 보여주는 장면을 목격하였다’라고 진술하였다. 위와 같은 E의 진술은 일관되고 구체적이며,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다. 그밖에 피고인의 휴대전화에서 성행위와 관련된 자료(사진 58개, 동영상 7개, 불상의 남자 성기가 찍힌 동영상 2개)가 다수 발견된 점, 이용인 Q은 ‘이용인 들끼리 휴대전화로 음란물을 시청하며 다른 이용인에게도 보여주는 경우가 있고, 이러한 경우 생활재활교사들의 제지는 없으며 간혹 같이 시청하는 경우가 있다.’라고 진술하는 등 D 내에서 이용인과 생활재활교사가 남녀가 성관계를 하는 영상을 종종 보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E의 진술은 신빙성이 있다.
2) 강제성에 관하여
한편 피고인 및 변호인은, 설령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남녀가 성관계를 하는 영상을 보여주었다고 하더라도 ‘강제로’ 보여주지는 않았기 때문에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앞서 든 증거에 따르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남녀가 성관계를 하는 영상을 보여주었다는 객관적인 사실 외에 피고인이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거부의사를 표시하거나 원하지 않을 것임이 분명한데도 이러한 의사에 반하여 위 영상을 보여주었다는 등 위와 같은 행위에 ‘강제성’이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사정이 전혀 나타나 있지 않다(오히려 E의 진술에 따르면 피해자는 당시 남녀가 성관계를 하는 영상을 보며 좋아하였고 피고인에게 반항하거나 싫다고 표현하지 않았고, 좋은 줄로 알고 당연하게 받아들였다고 한다).
다만, 남녀가 성관계를 하는 영상을 보여주는 행위가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성희롱에 해당하는지는 위 행위에 강제성이 있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검토될 필요가 있으므로, 이하에서는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가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살펴본다.
3)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이 부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증거로는 E의 수사단계에서의 진술이유일하고,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남녀가 성관계를 하는 영상을 보여준 사실이 인정됨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앞서 인정한 사실에다가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따라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가 객관적으로 피해자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한다거나 위와 같은 행위로 인하여 실제로 피해자가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 ‘남녀가 성관계를 하는 영상’은 드라마나 영화에서부터 일명 ‘포르노’에 이르기까지 해당 영상에서 나타나는 신체 부위, 노출의 정도, 세부적인 행위 태양 등이 그 종류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따라서 ‘남녀가 성관계를 하는 영상’의 개별적인 내용에 따라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지 여부가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이 당시 피해자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의 영상을 보게 하였는지 특정되지 아니한 채 기소되었는바, ‘객관적으로 피해자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만한’ 남녀가 성관계를 하는 영상이라는 점을 확인할 별다른 자료가 없다.
② 피해자가 정신적인 장애를 가지고 있기는 하나 본능적인 성적 욕구를 가진 성인남성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남녀가 성관계를 하는 영상을 시청하게 하였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피해자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피해자는 중증의 지적장애가 있으나 자기 주관에 따라 좋은 것과 싫은 것을 어느 정도 구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위 영상을 시청하게 한 행위와 관련하여 어떠한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게 되었는지에 관하여는 이를 확인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오히려 피해자는 N에서 조사를 받으며 ‘A랑 친해요. A가 잘해주었어요.’라고 진술하는 등 피해자가 피고인이 D을 그만 둔 이후에도 피고인에 대하여 긍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일 뿐 아니라, D의 이용인 P은 ‘야동을 본 적이 있으며, 본인 컴퓨터에 야동이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준 적이 있다’라고 진술하기도 하였다. 위와 같은 진술 내용 등을 고려하면, D 내에서 성인 남성 장애인들이 그들의 의사에 따라 음란물을 보는 일이 종종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바, 이러한 사정들은 피해자가 성관계를 하는 영상을 시청한 이후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다는 것과는 배치되는 사정이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되,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무죄판결의 요지는 공시하지 않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