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문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 유
1. 공소사실의 요지
[범죄전력]
피고인은 2019. 10. 29. 춘천지방법원에서 공무집행방해죄로 불구속 기소되어 징역4월을 선고받아 2021. 5. 7. 안양교도소에서 위 형의 집행을 종료하였다.
[범죄사실]
피고인은 피해자 B(여, 36세)의 부친인 C의 후배로 평소 피해자는 피고인을 삼촌이라고 부르며 잘 따르던 사이이고, 피해자는 중증도 정신지체(지능지수 43, 사회연령 7.25세)가 있는 사람으로 2022. 9. 14. 새벽경 피해자의 부친이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혼자 남아있게 된 피해자가 무서워하며 평소 친밀하게 지내던 피고인의 집으로 찾아가게 되었다.
1. 피고인은 2022. 9. 14. 22:00경 춘천시 D에 있는 피고인의 주거지 내 이불이 깔려져있는 방에서, 피해자에게 위와 같이 정신장애가 있는 사정을 이용해 피해자를 간음하기로 마음먹고 피해자와 같이 누워 피해자의 옷 속으로 손을 넣어 그녀의 가슴과 다리를 만지고, 피해자의 옷을 모두 벗긴 후 피해자의 음부에 피고인의 성기를 삽입하는 방법으로 간음하였다.
2. 피고인은 2022. 9. 15. 22:00경 전항 기재와 같은 장소에서 잠을 자려고 뒤척이고 있는 피해자의 옷을 벗기고 몸 위에 올라타 피해자의 음부에 피고인의 성기를 삽입하는 방법으로 간음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정신적인 장애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있음을 이용하여 장애인인 피해자를 간음하였다.
2.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 요지
피고인과 피해자는 서로 이성적 호감을 가지고 있어 합의 하에 성관계를 한 것일 뿐, 피고인은 피해자의 정신적 장애로 인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한 사실이 없다.
3. 판단
가. 피해자가 장애로 인한 항거불능 내지 항거곤란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
1) 관련 법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6조 제4항에서의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란 같은 조 제1항, 제2항, 제3항, 제5항, 제6항의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와 같은 의미로서 ‘신체적인 기능이나 구조 등 또는 정신적인 기능이나 손상 등의 문제로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상태’를 의미하고,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있음’이라 함은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 그 자체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의 상태에 있는 경우뿐 아니라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가 주된 원인이 되어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곤란한 상태에 이른 경우를 포함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며, 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피해자의 신체적 또는 정신적 장애의 정도뿐 아니라 피해자와 가해자의 신분을 비롯한 관계, 주변의 상황 내지 환경, 가해자의 행위 내용과 방법, 피해자의 인식과 반응의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특히 ‘정신적인 장애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피해자가 정신적 장애인이라는 사정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하므로, 외부적으로 드러나는 피해자의 지적 능력 이외에 정신적 장애로 인한 사회적 지능·성숙의 정도, 이로 인한 대인관계에서 특성이나 의사소통 능력 등을 전체적으로 살펴 피해자가 범행 당시에 성적 자기결정권을 실질적으로 표현·행사할 수 있었는지를 신중히 판단하여야 한다.
이와 같이 피해자가 피고인을 상대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거나 행사하기 곤란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는 피해자의 장애 정도와 함께 다른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범행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 것이고, 피해자의 장애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인지 여부가 절대적인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장애와 관련된 피해자의 상태는 개인별로 그 모습과 정도에 차이가 있다는 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해당 피해자의 상태를 충분히 고려하여야 하고 비장애인의 시각과 기준에서 피해자의 상태를 판단하여 ‘장애로 인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22. 11. 10. 선고 2020도13672 판결).
2) 판단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피해자의 장애의 정도,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성관계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는 정신적인 장애를 가진 사람으로서 이 사건 당시 정신적인 장애가 주된 원인이 되어 성적 자기결정권을 실질적으로 표현·행사하기 곤란한 상태, 즉 장애로 인하여 항거가 곤란한 상태에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가) 피해자는 이 사건 무렵 36세로 E센터(F학교)를 다니면서 부친과 둘이 생활하였는데, 17세 무렵인 2004. 5. 10.경 지적장애 2급 판정을 받았고, 일반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별다른 특수교육을 받지 않았다. 피해자는 일상생활에서 자주 익힌 기초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만이 가능한 수준으로, 문장을 직접 구성하여 다른 사람과의 의사소통 및 상호작용에는 제한이 있는 것으로 보이고, 반복적인 훈련 내지 경험을 통해 습득한 단순 작업은 가능하나 복잡한 작업이 요구되는 상황에서는 적응에 어려움이 있고, 생활 전반에 걸쳐 적응에 많은 제한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 이 사건 이후인 2022. 10. 11. 실시한 심리평가에서 피해자에 대하여 전체 지능지수는 43, 사회연령(SA)은 7.25세, 사회지수(SQ)는 44로 ‘중간 정도의 지적장애’수준에 해당하는 것으로 평가되었고(증거기록 227 내지 233면 등), 2023. 4. 27. 실시한 임상심리평가에서 ‘전체 지능지수는 43, 일상생활능력은 44로, 피해자는 부친이 사망하기 전까지 부친으로부터 장기간 성적 학대를 받았는데, 피해자가 부친과의 성관계에 대해 기분이 좋았던 적이 없고 아팠다고 하면서도 자신이 부친을 좋아해서 괜찮다는 반응을 보였고, 성관계와 성폭행의 사전적·사회적 의미는 물론 성적인 행동이 허용되는 대상이 누구인지 등에 대하여 명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성행위 당시 동의여부나 강제성 유무가 아닌, 평소 상대방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인상이나 평가가 긍정적인지 또는 부정적인지에 따라 성관계와 성폭행을 구분하는 등 성인지 수준이 매우 낮으므로, 피해자를 성적 자기결정권 행사에 현저한 지장이 있는 상태’로 평가되었다(증거기록 495 내지 500쪽).
다) 피해자는 이 법정에서도 성관계와 성폭행을 구별하지 못하였고, 수사기관에서도 그 의미를 명확히 구별하지 못하면서 과거 경험 등을 토대로 막연히 이를 구분하는 모습을 보였다. 피해자는 피고인과의 성관계에 대하여 ‘밑에가 아파가지고 밖에 뛰어나가고 싶었다. 하기 싫어서 마음이 아팠다’면서 부정적인 심리상태를 진술하면서도 ‘피고인과 성관계를 하고 나서 기분이 좋았다’는 취지로 상반되는 심리상태를 진술하였는데, 이러한 진술 내용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해자는 성행위나 성적 개념에 대한 인식과 그 의미에 대한 이해가 현저히 부족한 상태로 보인다.
라) 피고인은 피해자의 부친의 지인으로서, 이 사건 무렵 59세였고, 특별한 직업없이 혼자 생활하였다. 피해자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부친을 만날 때 동석하여 교류하면서 어느 정도 친분을 쌓게 되었고, 평소 피고인을 ‘삼촌’이라고 불렀다. 피고인은 피해자를 병원에 데려다주거나 함께 노래방에 놀러가기도 하였고, 이에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먼저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전화를 하는 등 피고인에게 친밀한 감정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마) 피해자는 2022. 9. 14. 새벽 무렵 피해자의 부친이 G정신병원에 응급입원하여 집에 혼자 있게 되자 피고인의 집으로 갔고, 피고인은 같은 날 저녁 22:00경 피해자와 성관계를 하였다. 피해자는 다음 날에도 피고인의 집에서 F학교에 갔다가 다시 피고인의 집으로 돌아왔고, 피고인은 같은 날 저녁 22:00경 피해자와 성관계를 하였다.
바)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성관계를 시도하면서 위협적인 언동이나 강제력을 행사하지는 않았고, 피해자는 피고인의 요구에 별다른 거부 의사를 표시하지 않고 응하였던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피해자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온전히 행사할 수 있었는지 여부는 피해자의 상태가 충분히 고려되어야 하는바, 위와 같은 성관계를 할 무렵 피고인과 피해자는 서로 성적인 행위를 허용할 정도의 특별한 친분관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피해자는 평소 상대방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긍정적 내지 부정적 평가에 따라 성관계와 성폭행을 구분할 정도로 성인지 수준이 매우 낮은 상태에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평소 친밀감을 느끼고 있던 피고인의 성관계시도를 거절하거나 회피할 수 있다는 인식이나 의사를 가지고 성관계에 응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 피고인이 피해자의 정신적인 장애로 인한 항거곤란 상태를 이용하였는지 여부
1) 관련 법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6조 제4항의 죄는 피해자의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한 경우를 처벌하고 있는데, 여기서 ‘이용하여’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를 인식하고 이에 편승하여 간음행위에 나아가는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2022. 11. 10. 선고 2020도13672 판결).
2) 판단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정신장애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하였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가) 피해자는 피해자의 부친이 G정신병원에서 퇴원하자 부친에게 피고인과 성관계를 한 사실을 말하였다가 부친으로부터 몽둥이와 망치로 온몸을 맞는 폭행을 당하였고, 피해자의 부친이 112 신고를 하여 2022. 9. 21. H해바라기센터에서 최초 피해사실을 진술하였다. 피해자는 최초 피해사실을 진술할 때에는 ‘피고인이 강제로 성관계를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당시에도 ‘아빠가 억지로 했다고 얘기하라고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이후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부친이 시켜서 강제로 성관계를 하였다고 한 것이고, 피고인과 성관계를 할 당시 피고인이 폭행이나 협박 등의 행위를 한 사실이 없고, 피고인과 성관계를 하여 기분이 좋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한편, 피해자는 2022. 9. 14.자 피해사실과 관련하여 ‘피고인에게 하지 말라는 말을 하였다’고 진술하거나 ‘기분이 나빴다’는 취지의 진술도 하였으나, 위 진술은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피해자가 성관계 자체에 대하여 거부의사를 표시하였다기보다는 피해자의 몸을 가리고 있는 이불을 치우려는 피고인의 행동에 대한 거부의사를 밝힌 것으로 보이고, ‘기분이 나빴다’는 진술 부분도 성관계 도중 부친의 생각이 떠오르는 등 피고인의 행동 외에 다른 원인으로 그러한 감정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적어도 외관상 피해자의 동의를 얻어 피해자와 성관계를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나) 피고인은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서 ‘피해자와 같이 살려는 생각으로 성관계를 하였다’는 취지로 변소하였고, 피해자도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서 ‘성관계를 한 후 피고인이 나에게 “성관계를 하였으니 같이 살자”고 말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여 위 변소에 부합한다. 피해자는 평소 피고인에게 친밀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고, 이 사건 당일에도 집에 혼자 남게 된 것이 무서워 피고인의 집을 찾아간 것이었으며, 이 사건 성관계를 전후하여 피고인에게 ‘사랑한다’는 등의 호감을 표현하는 문자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내기도 하였다. 피해자는 이 법정에서 ‘피고인을 남자친구로 생각하여 사랑한다고 말했던 것이고 지금도 남자친구로 좋아하고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데, 피고인이 피해자를 성관계의 대상으로 삼기 위해 피해자로부터 호감을 얻었다거나, 호감을 표시하는 피해자를 상대로 오로지 성욕을 해소할 목적으로 성관계를 하였다고 볼 만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고, 그 밖에 피고인이 성관계를 전후하여 피해자에 대하여 자존감에 상처를 주거나 배신감을 느끼게 할 만한 태도를 보였다는 정황도 발견되지 않는바, 피고인도 피해자에게 호감을 가지고 합의 하에 성관계를 하였다는 피고인의 변소를 배척하기 어렵다.
다) 피고인은 평소 피해자의 말투, 행동 등을 통해 피해자에게 지적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와 성관계를 할 당시 외관상 피해자의 동의가 있었고, 피고인도 피해자에게 호감을 가지고 성관계를 하였다는 피고인의 변소를 배척하기 어려운바, 피고인이 피해자의 장애상태를 알고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피해자가 지적장애로 인하여 성적 자기결정권을 온전히 행사하기 곤란한 상태에 있었다는 점까지 인식하고 이에 편승하여 간음에 나아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무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