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가 있는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 사건은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로 다루어지고 있으며, 가해자로 지목된 피고인이 실제로 무죄를 받는 사례도 존재합니다. 이 글에서는 장애인준강간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이 무죄를 선고받은 실제 사례를 통해 해당 범죄의 성립요건을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장애인준강간죄는 신체적 또는 정신적 장애가 있는 사람이 그 장애로 인해 저항하기 불가능하거나 저항하기 곤란한 상태에 있음을 이용하여 성관계를 맺는 행위를 처벌하는 범죄입니다.
이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6조 제4항에 규정되어 있으며, 폭행이나 협박이 없더라도 피해자의 취약한 상태를 이용하였다는 점에서 일반 강간죄와 구별됩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6조(장애인에 대한 강간ㆍ강제추행 등) ④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있음을 이용하여 사람을 간음하거나 추행한 사람은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예에 따라 처벌한다.
따라서 피해자에게 장애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이 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장애의 의미
여기서 말하는 ‘신체적 또는 정신적 장애’란 신체적인 기능이나 구조, 또는 정신적인 기능이나 손상 등의 문제로 인해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단순히 장애 등록이 되어 있거나 진단명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 요건이 자동으로 충족되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피해자가 실제로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제약을 받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따져보아야 합니다.
2. 항거곤란 상태와 ‘이용’의 의미
항거곤란 상태의 판단 기준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란 장애 그 자체로 저항이 불가능하거나 곤란한 경우뿐만 아니라, 장애가 주된 원인이 되어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곤란한 상태에 이른 경우도 포함합니다.
이를 판단할 때에는 피해자의 장애 정도뿐만 아니라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 주변 상황 및 환경, 가해자의 행위 내용과 방법, 피해자의 인식과 반응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즉, 획일적인 기준이 아니라 사건의 구체적인 사정을 전반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는 것입니다.
‘이용하여’의 의미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6조 제4항은 피해자의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한 경우를 처벌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이용하여’란 피고인이 피해자의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를 인식하고, 그 상태에 편승하여 간음 행위로 나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그러한 상태를 실제로 인식하였는지 여부가 범죄 성립의 핵심 요건 중 하나입니다.
3. 이 사건의 경과와 법원의 판단
사안의 개요
피고인은 조현병과 시각장애를 가진 피해자와 지인 사이로, 피해자의 연락을 받고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함께 식사와 음주를 하였습니다.
검사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정신적 장애로 인한 항거곤란 상태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하고 추행하였다고 기소하였습니다.
피고인은 성관계 자체가 없었고, 피해자에게 그 정도의 장애가 있다는 사실도 알지 못하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성관계 여부에 관한 판단
법원은 피해자의 신체 부위와 의복에서 피고인의 유전자(DNA)가 검출된 점을 근거로, 성관계가 없었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을 인정하려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수 있는 수준의 엄격한 증거가 필요하므로,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그 증명이 충분하지 않으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따라서 성관계 여부에 대한 의심만으로 곧바로 유죄를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피해자의 항거곤란 상태에 관한 판단
법원은 피해자의 장애 정도 결정서상 일상생활 수행 시 간헐적인 도움만 필요한 수준으로 기재된 점, 피해자를 오랜 기간 알아온 상담사도 피해자에게서 정신장애를 크게 느끼지 못하였다고 증언한 점, 피해자가 법정에서 질문을 잘 이해하고 적절히 답변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였습니다.
그 결과 피해자가 정신장애로 인해 원하지 않는 성관계에 항거하기 불가능하거나 곤란한 상태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피고인의 인식에 관한 판단
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조현병 및 장애 사실을 알고 있었던 점은 인정하였습니다.
그러나 피해자가 실제로 일상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상태로 보이지 않는 점, 피고인이 피해자를 만날 때마다 피해자가 술에 취한 상태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과 피해자가 불과 서너 차례 만난 관계에 불과한 점 등을 고려하였습니다.
따라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항거곤란 상태를 인식하고 이에 편승하여 범행을 저질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관한 판단
법원은 피해자가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과 법정에서 한 진술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 점을 중요하게 보았습니다.
또한 피해자가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이 사정하였다고 진술하였으나 실제 감정 결과 정액 반응은 음성으로 나왔고, 자신이 신고하여 경찰이 출동했음에도 인신매매인 줄 알았다고 진술하는 등 당시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였습니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여 법원은 피해자의 수사기관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1. 공소사실 [경위사실] 피고인은 피해자 B(가명, 여, 50세)를 2022. 4.경 처음 알게 되었으며, 2차례 피고인의 집에서 피해자에게 밥을 해 준 적이 있는 지인 사이이다.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자신이 조현병을 앓고 있고 왼쪽 눈이 실명되었다는 말을 들었으며 피해자를 대하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정신적 장애로 인하여 성폭력 피해를 입더라도 항거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범죄사실] 피고인은 2022. 6. 29. 02:39경 피해자로부터 밥을 사달라는 전화를 받고 차를 운전하여 피해자의 집 앞으로 가 피해자를 태워 창원시 의창구 C 소재 피고인의 주거지에 데리고 왔다. 피고인은 위 주거지에서 피해자와 함께 삼겹살을 구워 소주 2병을 마신 후 같은 날 04:50경 정신적 장애로 인하여 대처능력이 부족하여 항거가 곤란한 상태에 있는 피해자를 안방 침대에 눕히고 피해자의 옷을 벗긴 다음 피해자의 음부 부위를 입으로 빨고, 피해자의 성기에 피고인의 성기를 삽입하고, 피해자를 욕실로 데리고 가 "씻겨 주겠다"라며 피해자의 성기 부위를 손으로 만졌다. 이로써 피고인은 정신적인 장애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있음을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하고 추행하였다. 2. 피고인의 주장 피고인은 피해자의 성기에 피고인의 성기를 삽입한 적이 없다. 피해자를 씻겨주는 과정에서 음부를 만지기는 했지만 피해자의 동의를 받아서 한 것이고, 피해자에게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의 장애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설령 피해자에게 그 정도의 장애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은 알지 못하였다. 3. 판단 가. 피고인 주장의 신빙성 피고인은 피해자의 성기에 자신의 성기를 삽입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피해자의 질 내부, 자궁경부, 외음부를 닦은 면봉, 피해자가 당시 입고 있었던 바지(속옷 미착용)에서 피고인의 DNA가 검출되었다. 피고인의 주장처럼 피고인이 피해자를 씻겨주기만 했다면, 피해자의 질 내부와 자궁경부에서 피고인의 DNA가 검출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따라서 피해자와 성관계를 한 사실이 없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그러나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검사의 입증이 위와 같은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충분히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비록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는 등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5. 13. 선고 2010도16628 판결). 나. 피해자가 정신적 장애로 항거곤란 상태에 있었는지 (1)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정신적 장애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있는 피해자를 간음하고 추행하였다는 것이다. 여기서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란'신체적인 기능이나 구조 등 또는 정신적인 기능이나 손상 등의 문제로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상태'를 의미하고,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있음'이란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 그 자체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의 상태에 있는 경우뿐 아니라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가 주된 원인이 되어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곤란한 상태에 이른 경우를 포함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며, 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피해자의 신체적 또는 정신적 장애의 정도뿐 아니라 피해자와 가해자의 신분을 비롯한 관계, 주변의 상황 내지 환경, 가해자의 행위 내용과 방법, 피해자의 인식과 반응의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대법원 2022. 11. 10. 선고 2020도13672 판결). (2) 피해자의 복지카드에는 '장애유형: 정신 · 시각장애, 장애정도 중증'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그러나 피해자에 대한 2015. 3. 20.자 장애정도 결정서에는 '정신증상은 있으나 인격변화나 퇴행은 심하지 않으며, 기능 및 능력저하로 인해 일상생활 수행시 간헐적인 도움이 필요, GAF 척도 점수가 51-60인 상태로 인정되어 정신장애 3급으로 판정함'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3) 그리고 D상담소의 상담사이자 2022. 7. 27. E해바라기센터에서 피해자의 신뢰관계인 자격으로 조사에 참여하였던 증인 F은 이 법정에서 피해자의 상태에 대하여 '본인의 생각과 경험에 대해서는 말을 한다. 2017년부터 피해자를 알고 지내왔는데, 피해자가 정신장애에 대해 이야기해주기는 하였으나 그런 부분(정신적 장애)을 많이 느끼지는 않았다. 술을 좋아하는 것 말고는 (다른 문제를 느끼지는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4) 피해자는 이 법정에서 피해사실에 대하여 증언하였는데, 피해자는 질문자의 질문을 잘 이해하고 답변도 제대로 하였으며, 본인의 기억에 반하는 내용을 질문할 경우 본인 기억에 따라 답변을 하였다. 증인신문 과정에 마음에 들지 않는 사항이 있으면 화를 내기도 하였으나 증인신문을 하는데 문제가 생길 정도는 아니었다. (5 이런 사정을 종합해보면, 피해자가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정신장애로 인하여 자신이 원하지 않는 성관계에 대하여 항거가 불가능하거나 항거가 곤란한 상태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 피고인이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였는지 (1)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6조 제4항의 죄는 피해자의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한 경우를 처벌하고 있는데, 여기서 '이용하여'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를 인식하고 이에 편승하여 간음행위에 나아가는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2022. 11. 10. 선고 2020도13672 판결 등 참조). (2) 피고인은 이 사건이 발생하기 전부터 피해자에게 조현병이 있는 사실 및 피해자에게 정신적, 신체적 장애가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앞서 본 것처럼 피해자가 '정신적인 기능이나 손상 등의 문제로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상태'라고는 보이지 않는 점, 피해자를 오랜 기간 알고 지내 온 상담사 역시 피해자에게 정신장애 부분을 많이 느끼지는 않는다고 증언한 점, 피고인은 피해자와 3-4번 정도 만난 사이일 뿐이고 피해자를 만날 때마다 피해자가 술에 취한 상태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의 사정을 종합해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를 인식하고 이에 편승하여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이지는 않고,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 라.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1) 피해자는 수사과정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성기에 성기 및 손가락을 삽입하고 사정도 하였다. 욕실로 데리고 가서 씻겨주면서 "집에 못간다"고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2) 그러나 피해자는 이 법정에서 '강간당했다'고 진술하면서도, '피고인이 자신을 덮치려고 하여 신고하였다. 성관계는 하지 않았다.'고 진술하였다. 피해자의 이 법정에서의 진술은 공소사실의 내용 및 수사기관에서의 진술내용과 맞지 않는다. 그리고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이 사정하였다고 진술하였으나 피해자의 질 내부, 자궁경부, 외음부를 닦은 면봉, 피해자의 바지에서 모두 정액반응은 음성이었다. (3) 한편 수사기관 및 법정에서의 진술 내용에 의하면 피해자는 당시 술을 제법 마신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피해자는 E 해바라기 센터에서 조사받을 당시 '파출소에서 출동을 했는데, 파출소 차가 아니라 봉고차가 왔다. 놀래서 인신매매인 줄 알고 지인에게 전화를 했다.'라고 진술하였는데, 자신이 112에 신고하여 경찰이 출동하였는데 인신매매인 것으로 생각했다는 피해자의 진술 내용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당시 술에 취해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 (4) 그리고 피해자는 이 사건 당일 피고인이 밥을 사준다며 먼저 자신에게 전화하였다고 하였으나, 피고인의 발신내역을 살펴보면 피고인이 사건 당일 및 전일(2022. 6.28. ~ 29.)에 피해자에게 발신한 내역이 없다. (5 이런 사정을 종합해보면, 피해자에게 정신적 장애가 있음을 감안하더라도 피해자가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마. 소결 따라서 성관계가 없었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믿을 수 없지만,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가 정신적인 장애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있음을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하였다고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확신하기 어렵다. 5. 결론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피고인이 원하지 않으므로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않기로 한다.
4. 결론
장애인준강간·준강제추행 혐의는 사실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고, 항거곤란 상태의 인정 여부나 피고인의 인식 여부 등 다양한 법적 쟁점을 동시에 다루어야 하므로 피고인 혼자서 이 모든 쟁점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데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습니다.
이 사건처럼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탄핵, 장애 정도에 관한 의학적 자료 분석, 피고인의 인식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다투기 위해서는 형사전문 변호사의 체계적인 법리 분석과 증거 검토가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사건에 연루되었다면 즉시 형사전문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것이 필수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