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피고인은 지적장애 2급에 해당하여 자신의 행동이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킬 수 있다고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피해자를 밀쳤던 것이고, 그와 같이 피해자를 밀치게 된 것도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껌을 건네주기 위한 행동이었으므로, 피고인에게는 강제추행의 고의가 없다.
나. 검사(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1년 6개월)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피고인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지적장애 2급으로 피해자 B(여, 40세)과 모르는 사이이다.
피고인은 2023. 6. 20. 00:24경 청주시 청원구 C아파트 D동 앞 주차장에서 산책을 하고 돌아오는 피해자를 쫓아가다가 이를 눈치챈 피해자가 도주하자 뛰어가서 피해자를 뒤에서 껴안은 후 계속하여 피해자를 앞에서 끌어안은 다음 피해자의 이마에 입맞춤을 하고, 이에 피해자가 “뭐하는 짓이야, 미쳤냐 새끼야”라고 말하며 피고인을 밀치자 피해자의 어깨 부위를 잡고 주차된 차량 사이로 밀어붙여 넘어뜨린 후 피해자를 팔로 짓누르며 반항을 억압한 다음 피해자의 상의 티셔츠를 잡아당겨 벗기려고 하는 등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고, 이로 인하여 피해자에게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우측 슬관절부 찰과상을 입게 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추행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설시한 다음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자신의 행위가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행위라는 것을 인식한
상태에서 원심 판시 범죄사실과 같은 행위를 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인에게추행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① 이 사건 범행 현장인 C아파트 D동 앞 주차장을 비추는 CCTV 영상에 의하면, 피고인은 2023. 6. 20. 00:23:43경 산책을 마치고 귀가하는 피해자에게 달려와 피해자의 몸을 뒤에서 감싸 안았고, 같은 날 00:23:48경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떨어져 돌아가는 듯 하다가 같은 날 00:23:50경 다시 피해자에게 돌아와 00:23:57경 피해자를 주차된 차량들 사이로 넘어뜨렸으며, 같은 날 00:24:12경 도주하였다.
②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피고인이 처음에 피해자에게 다가와 뒤에서 피해자의 몸을 감싸 안은 뒤 피해자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고, 그 이후 피고인이 되돌아가는 듯 하다가 다시 피해자쪽으로 다가와 힘으로 피해자의 어깨부위를 잡고 차량 사이로 밀어붙인 후 피해자를 넘어뜨렸고, 피해자가 반쯤 누운 상태로 양손으로 땅을 잡고 눕지 않기 위해 버텼는데, 피고인이 피해자의 몸 뒤에 앉은 상태에서 피해자를 짓누르며 피해자의 상의 옷을 잡고 계속 벗기려 했으며, 피해자가 살려달라고 소리를 지르고 인근 주민이 ‘저 새끼 잡아’라는 말을 하자 피고인이 도망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바(증거기록 40쪽, 증인신문녹취서 3쪽), 이 사건 범행 당시 현장 CCTV 영상 및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이 자신의 위와 같은 행위가 도덕적으로 옳지 못한 행위이고, 다른 사람들에 눈에 띄어서는 안 되는 범죄 행위라는 것을 충분히 인식한 상태에서 이 사건 범행으로 나아갔음을 보여준다.
③ 또한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직후 곧바로 도주한 점, 피고인이 2023. 6. 20.03:25경 자신의 주거지에 도착한 후 주변을 살피며 현관문을 닫는 모습을 보인 점(증거기록 122, 123쪽)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자신의 행위가 피해자에 대한 침해행위 내지 가해행위라는 점을 인식한 가운데 자신의 침해행위가 발각될 것을 우려하고 이에 대해 반응하였던 것으로 보이는바, 이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자신의 행위가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침해행위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다. 당심의 판단
1) 관련 법리
피고인이 추행의 고의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따를 수밖에 없다. 이 경우 피고인의 나이·지능·지적능력 및 판단능력, 직업 및 경력,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구체적 행위 태양 및 행위 전후의 정황, 피고인의 평소 행동양태·습관 등 객관적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하고, 피고인이 고의로 추행을 하였다고 볼 만한 징표와 어긋나는 사실의 의문점이 해소되어야 한다. 이는 피고인이 자폐성 장애인이거나 지적장애인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서, 외관상 드러난 피고인의 언행이 비장애인의 관점에서 이례적이라거나 합리적이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함부로 고의를 추단하거나 이를 뒷받침하는 간접사실로 평가해서는 안 되고, 전문가의 진단이나 감정 등을 통해 피고인의 장애 정도, 지적·판단능력 및 행동양식 등을 구체적으로 심리한 후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 행위 당시 특정 범행의 구성요건 해당 여부에 관한 인식을 전제로 이를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까지 있었다는 점에 관하여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에 이르러야 한다(대법원 2024. 1. 4. 선고 2023도13081 판결 참조).
2) 구체적인 판단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당시 피고인에게 강제추행의 고의 가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에게 강제추행의 범의가 있었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바,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다.
① 피고인에 대한 정신감정결과에 의하면, 피고인은 지적능력 수치는 42이고, 사회적응능력 수치도 32.86으로 ‘지적장애, 중증도’ 수준인데, 이러한 수준에서는 문자나 음성 언어를 통한 자기표현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피고인의 사회연령은 5세로 평가 된다. 피고인의 사회적응능력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의사소통능력은 자신의 이름 쓰기만 가능하고, 구어적 표현은 거의 발달되지 못하였고, 손짓이나 몸짓 등 신체를 이용하여 자신의 욕구를 표현한다. 자기관리 능력의 경우에는 익숙한 가게에 가서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물건을 사지만 계산은 하지 못하고, 질병이나 사고 예방 등에 대해서도 인식하지 못한다. 사회화 능력의 경우에는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하지 못하며 타인과 한 자리에 있는 정도만 가능하다.
② 피고인이 정신감정을 위하여 국립법무병원에 약 1개월 머물렀는데, 그곳에서 성적인 행동이나 폭력성, 거짓 행동 등에 대하여 관찰된 바 없고, 그곳에서 이루어진 정신과 의사와의 면담에서도 성적 관심을 드러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피고인의 정신감정을 담당한 의사는 ‘피고인은 중증도 지적장애라는 정신장애를 앓고 있고, 성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사안에 대해 지적능력이나 판단능력이 부족한 상태이다.
이 사건 당시에도 중증도 지적장애로 인해 사물변별능력과 의사결정능력이 미흡한 심신미약 상태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피고인은 중증도 지적장애로 인해 자기 행동이 초래할 결과를 충분히 예측하거나 분별하지 못한 상태였고, 이에 따라 이 사건 범행과 같은 행동이 나타났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생각된다. 피고인이 집으로 도망치고 문을 닫는 행위를 한 것도 피고인의 지적능력을 고려하면 합리적 판단에 기반한 행위일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라는 감정의견을 밝혔다.
③ 공소사실에 기재된 피고인의 추행 행위는 ㉠ 피해자를 뒤에서 껴안은 행위, ㉡ 피해자를 앞에서 끌어안은 다음 피해자의 이마에 입맞춤을 한 행위, ㉢ 피해자가 피고인을 밀치자 피해자의 어깨 부위를 잡고 주차된 차량 사이로 밀어붙여 넘어뜨린 후 피해자를 팔로 짓누르며 반항을 억압한 다음 피해자의 상의 티셔츠를 잡아당겨벗기려고 한 행위이다. 그런데, 피고인과 피해자의 진술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피해자를 따라가다가 “껌, 껌”거리며 껌을 보여주었는데, 피해자가 ‘안 먹는다’라고 말을 하며 계속 걸어가자 피고인이 갑자기 피해자에게 뛰어가 피해자를 뒤에서 안은 것으로 보이는데, 앞에서 살펴본 피고인의 지적능력과 사회적응능력을 고려하면, 이러한 행위는 자신의 의사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컴을 주기 위하여 피해자를 붙잡는 행위일 수도 있어 보인다. 그리고 이 사건 범행을 전후하여 피고인의 모습이 촬영된 CCTV 영상에 의하면, 피고인은 집에서 나올 때부터 얼굴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고, 그 이후 피해자의 뒤를 따라갈 때, 피해자로 벗어나 아파트 분리수거장 쪽으로 갈 때, 분리수거장을 지나갈 때, 그리고 다시 피고인의 집으로 돌아갈 때 모두 피고인은 얼굴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따라서 피해자의 진술과 달리 피고인이 피해자의 이마에 직접 입맞춤을 한 것으로는 보지지 않는다. 그리고 피고인의 지적능력과 사회적응능력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밀쳐 넘어뜨리고 피해자의 상의 티셔츠를 잡아당긴 행위는 그 직전에 피해자가 자신을 밀친 행위에 대하여 대항하거나 반격하려는 행위로 볼 여지도 있어 보인다(보통 상의를 강제로 벗기려면 상의의 아랫부분을 잡아 위로 올려서 벗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은 그 당시 피해자 상의 티셔츠 아랫부분을 잡고 위로 올리려고 한 것이 아니라 상의 티셔츠목덜미를 잡아당겼을 뿐이다). 그리고 피고인은 피해자의 가슴, 엉덩이, 음부 등 일반적으로 접촉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킬 만한 신체 부위를 직접 만지는 행위를 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④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직후 곧바로 도주하였고, 그로부터 3시간 정도 경과한 후에 집으로 돌아왔으며, 자신의 주거지에 도착한 후 주변을 살피며 현관문을 닫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피고인에 대한 정신감정결과에 의하면,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가 합리적인 판단에 기초한 행위라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이러한 행동을 토대로 피고인의 인식 등 고의를 추단하여 평가할 수는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으므로 검사의 항소이유에 관한 판단은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앞서 본 제2의 가.항 기재와 같다.
2. 판단
앞서 제2의 다.항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피고인의 심신장애로 인하여 무죄 판결의 공시에 피고인의 동의를 받을 수 없어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무죄 판결의 요지는 공시하지 않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