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가 있는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사회적으로 매우 심각한 문제로 다루어지고 있으며, 관련 형사 사건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지적장애 아동·청소년에 대한 간음죄의 성립요건과 피고인의 장애 인식 여부가 쟁점이 된 실제 사례를 통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8조 제1항은 19세 이상의 사람이 장애 아동·청소년을 간음하거나 추행한 경우에 가중처벌하는 규정입니다.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8조(장애인인 아동ㆍ청소년에 대한 간음 등) ① 19세 이상의 사람이 13세 이상의 장애 아동ㆍ청소년(「장애인복지법」 제2조제1항에 따른 장애인으로서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아동ㆍ청소년을 말한다. 이하 같다)을 간음하거나 13세 이상의 장애 아동ㆍ청소년으로 하여금 다른 사람을 간음하게 하는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개정 2020.5.19, 2020.12.8>
여기서 장애 아동·청소년이란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13세 이상의 아동·청소년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피해자가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이 조항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그 장애로 인해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2. 핵심 성립요건: 사물변별능력과 의사결정능력의 의미
사물변별능력과 의사결정능력이란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란 선악과 시비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정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고,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란 그 판단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이 두 가지 능력은 판단능력 또는 의지능력과 관련된 것으로, 단순히 사실을 인식하거나 기억하는 능력과는 구별됩니다.
따라서 피해자가 사건 내용을 기억하고 진술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곧 사물변별능력이나 의사결정능력이 정상이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능력이 미약한지 여부의 판단 기준
이러한 능력이 미약한지 여부는 전문가의 의견뿐 아니라 피해자의 평소 언행에 관한 제3자의 진술 등 객관적 증거, 해당 사건과 관련된 언행 및 사건 경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합니다.
해당 연령의 아동·청소년이 통상 갖추고 있는 능력에 비하여 어느 정도 낮은 수준으로서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이 요건은 충족됩니다.
즉, 반드시 장애 등급이 공식적으로 인정되어 있어야만 이 규정이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피고인의 인식도 처벌 요건에 해당하는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8조 제1항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피해자에게 실제로 위와 같은 장애가 있어야 할 뿐 아니라, 피고인이 그 장애 사실을 인식하면서 간음 행위를 하였다는 점도 입증되어야 합니다.
이 인식 요건은 범죄의 고의와 관련된 것으로, 그 증명 책임은 검사에게 있습니다.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수준의 증명이 없으면, 법원은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합니다.
3. 이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
사안의 개요
피고인은 지인의 소개로 당시 15세이던 피해자를 알게 되어 약 200일간 교제하였고, 그 교제 기간 중 피해자의 동의하에 성관계를 3회 한 것으로 공소가 제기되었습니다.
피해자는 특수학급에서 수업을 받고 있었고, 진술조력인은 피해자의 어휘력이나 문장구성능력 등 인지발달 상태가 또래에 비하여 현저히 낮다고 평가하였습니다.
검사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지적장애 사실을 알면서도 피해자를 간음하였다고 주장하였고, 피고인은 성관계 당시 피해자의 장애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다투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피해자의 장애 인식이 의심스럽기는 하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성관계 당시 피해자의 지적장애를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피해자가 공식적인 장애 등급을 받은 적이 없었고, 진술분석가는 피해자가 상대방의 의도를 적절히 파악하고 반응하는 소통 능력이 충분히 갖추어져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였습니다.
또한 피해자 스스로도 피고인이 장애인 카드를 보게 된 것이 성관계 이전인지 이후인지 기억하지 못한다고 진술하여, 피고인이 성관계 전에 장애 사실을 인식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21. 9.경 친구인 B의 소개로 피해자 C(여, 당시 15세, 지적장애)을 알게 되어 2021. 9. 21.경부터 2022. 3.경까지 교제하였던 사람으로, 교제를 시작할 때 피해자로부터 ‘나는 지적장애가 있는데 사랑해줄 수 있냐’는 말을 들었고, 피해자의 어휘력이나 문장구성능력 등 인지발달 상태가 평균적인 여자 고등학생에 비하여 현저히 부족한 상태였기 때문에 피해자에게 지적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1. 피고인은 2021. 9. 21.경부터 2021. 10.경 사이 일자불상 서울 노원구 D에 있는 피해자의 집에서, 피해자의 부가 집에 없는 틈을 타 피해자와 매트리스에 누워 끌어안고 텔레비전을 보다가 피해자의 동의하에 1회 성관계 하였다. 2. 피고인은 위 제1항 기재 범행 후인 2021. 9. 21.경부터 2021. 10.경 사이 일자불상 위 제1항 기재 피해자의 집에서, 피해자의 부가 집에 없는 틈을 타 피해자와 매트리스에 누워 끌어안고 텔레비전을 보다가 피해자의 동의하에 1회 성관계 하였다. 3. 피고인은 위 제2항 기재 범행 후인 2021. 9. 21.경부터 2021. 10.경 사이 일자불상 위 제1항 기재 피해자의 집에서, 피해자의 부가 집에 없는 틈을 타 피해자와 매트리스에 누워 끌어안고 텔레비전을 보다가 피해자의 동의하에 1회 성관계 하였다. 이로써 19세 이상인 피고인은 13세 이상의 장애아동·청소년인 피해자를 3회에 걸쳐 간음하였다. 2.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의 요지 피고인은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의 동의하에 피해자와 성관계를 한 사실은 있으나, 성관계 당시 피해자에게 지적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는 못하였다. 3. 판단 가. 관련 법리 1)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8조 제1항에서 말하는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란 사물의 선악과 시비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정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고,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란 사물을 변별한 바에 따라 의지를 정하여 자기의 행위를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는데, 이러한 사물변별능력이나 의사결정능력은 판단능력 또는 의지능력과 관련된 것으로서 사실의 인식능력이나 기억능력과는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한편 위 각 능력이 미약한지 여부는 전문가의 의견뿐 아니라 아동·청소년의 평소 언행에 관한 제3자의 진술 등 객관적 증거, 공소사실과 관련된 아동·청소년의 언행 및 사건의 경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 있는데, 이때 해당 연령의 아동·청소년이 통상 갖추고 있는 능력에 비하여 어느 정도 낮은 수준으로서 그로 인하여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충분하다(대법원 2015. 3. 20. 선고 2014도17346 판결). 2) 형사재판에서 공소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다. 이때의 증명은 증명력이 있는 증거에 의하여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것이어야 하고, 단지 범행의 의심이 있다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아니하다. 그와 같은 증명이 없으면 법원은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도14240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1) 검사가 제출한 증거에 의하면 피해자가 2022. 11. 3. E해바라기센터에서 이 사건에 대한 피해진술을 할 당시 진술조력인으로서 조사과정에 참여한 F이 피해자의 특이사항에 관하여 “피해자는 만 16세 청소년으로 덩치가 아주 크고 머리에 짙은 염색을 하고 있어 외형상 고등 1년으로 보이지 않고 있으며 대화를 하다 보면 지적장애가 있다는 것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것이 특징임”이라고 기재하고, 피해자 평가에 대해 “알고 있는 단어나 문장구성능력 등 인지발달상태가 또래에 비하여 현저히 떨어지고 대처능력도 없는 것으로 지적장애가 드러나고 있음”이라고 기재한 진술조력인 보고서를 작성하여 제출한 사실, 피해자는 이 사건 당시 고등학교 1학년 학생으로 특수학급에 배정되어 수업을 받고 있었던 사실, 피고인은 지인으로부터 피해자를 소개받아 피해자와 교제하던 중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성관계를 하였고, 그 교제기간이 200일 정도에 이르렀던 사실, 피해자가 피고인과 성관계를 한 후 수개월간 생리를 하지 않았음에도 임신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던 중 출산이 임박한 시점에야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고, 화장실에서 힘을 주다가 자신의 집 화장실에서 아기를 출산하게 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지적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 피해자와 성관계를 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기는 한다. 2) 그러나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에게 지적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 피해자를 간음하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가) 이 사건 당시 피해자는 특수학급에서 수업을 받고 있었으나, 장애등급을 받은 적이 없다. 피해자에 대하여, 진술조력인 F은 진술조력인 보고서에 피해자의 특징으로 ‘지적장애(경증)‘이라고 표시하고 있을 뿐이며, 진술분석가 G은 피해자의 인적사항에 ’지적장애의심‘이라고 표시하고 있을 뿐이다. 나) 진술분석가 G은 2022. 11. 3. E해바라기센터에서 피해자가 한 피해진술에 대해 분석한 결과를 기재한 진술분석의견서에서 ‘피해자가 비장애인 평균연령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나 상대방의 의도를 적절히 파악하고 이에 반응하는 정도의 소통 능력이 충분히 갖추어져 있고, 회상 능력 또한 자신이 경험한 일반적이지 않은 경험을 떠올리고 관련 정보를 전달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는 것으로 사료된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다) 피해자는 E해바라기센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오빠(피고인)는 피해자가 장애가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였고, 복순이 카드(장애인 카드)를 보고 알았다. 피해자가 무엇을 사먹기 위해 지갑에서 티머니 카드를 꺼내려다 실수로 위 장애인 카드를 꺼내서 오빠가 피해자의 장애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피해자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장애인 카드를 보게 된 것이 성관계 이전인지, 성관계 이후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대답하였는데, 이러한 피해자의 진술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와 성관계를 하기 이전에 피해자가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라)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에 의하면 피고인이 피해자와 교제를 시작할 당시 피해자로부터 “나는 지적장애가 있는데 사랑해줄 수 있냐”는 말을 들어 지적장애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되어 있으나, 이러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 마) 피해자는 E해바라기센터에서 경찰 조사 과정에서 2021. 9. 21.부터 피고인과 사귀었다고 진술하였으나,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성관계가 정확히 언제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기억하지 못하고 있고, 피고인이 장애인 카드를 보게 된 것도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고 있어 그 선후관계가 불분명하다. 그 밖에 피고인이 피해자와 성관계 당시 피해자의 지적장애를 직접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볼 만한 객관적인 사정을 찾기 어렵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본문에 따라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한다.
4. 결론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사건은 혐의 자체만으로도 사회적 낙인이 매우 크기 때문에, 피고인이 혼자 대응하는 경우 증거 수집과 법리적 반박에서 심각한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습니다.
형사전문 변호사는 피해자의 장애 인식 여부, 진술의 신빙성, 증거의 증명력 등 핵심 쟁점을 면밀히 분석하여 적절한 방어 전략을 수립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사건에 연루되었다면 즉시 형사전문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