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문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들은
무죄.
원심판결 중 배상명령 부분을 모두 취소하고, 배상신청인들의 배상신청을 모두 각하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법리오해
피고인들이 각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당시에는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할 의사와 능력이 충분하였으나 예상치 못한 자금 사정 악화와 현저히 낮은 경매 낙찰가액 때문에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한 것일 뿐이므로 피고인들에게 편취의 고의가 없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피고인들에 대한 양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
2. 사실오인,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공소사실의 요지
[전제사실]
피고인들은 2015. 7. 10.경 부산 동구 E건물(다가구 주택, 11가구)을 매수하기로 계획하고 피고인 B의 부친인 F 명의로 매매예약을 체결하고, 2017. 8. 28.경 위 E건물을 매매대금 6억 5,000만 원에 매수하면서 담보대출 채무 1억 8,000만 원, 임대차보증금채무 3억 7,000만 원 상당을 승계하고 실제 1억 원 상당을 지출하여 피고인 B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였다.
그러나 피고인들은 별다른 자산이나 일정한 소득이 없는 상황에서 위 E건물의 월세 수입만으로는 대출원리금 등 필요 경비는 물론 생활비를 충당할 수 없어 카드론 등을 이용하며 변통하였고, 2018. 10. 29.경 부산 서구 G건물(다가구 주택, 12가구)을 추가매수하면서 자금 사정은 더욱 어려워져 2018. 12. 말경부터 카드론 연체 이력이 다수 발생하는 등의 상황에 이르렀다.
[구체적 범죄사실]
1) 피해자 D에 대한 사기
피고인들은 2020. 10. 12.경 부산 동구 E건물에서, H 동네 게시판에 붙어있는 임대광고 게시물을 보고 찾아온 피해자 D와 사이에 E건물 I호에 관하여 보증금 7,500만 원을 지급받고 2020. 10. 29.경부터 2022. 10. 28.경까지 2년간 임대하고, 임대차 기간 만료시 보증금을 반환하기로 하는 내용의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러나 사실 피고인들은 앞서 기재한 것과 같이 2018. 12. 말경부터 카드론 연체 이력 다수 발생하는 등 자금 사정이 어려웠고, 위 E건물은 불법 증축된 건물이고 이미채권최고액 2억 3,400만 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상태에서 대출원리금 납입 지체, 기타 채무 연체 등의 사정으로 경매가 진행되는 경우 임대차보증금에 대한 전액배당을 기대하기 어려웠으며, 임대차 기간 만료시 임대차보증금을 정상적으로 반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위와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2020. 10. 12.경부터 2020. 10. 28.경까지 피고인 B 명의의 부산은행 계좌로 임대차보증금 명목으로 7,500만 원을 송금받았다.
2) 피해자 C에 대한 사기
피고인들은 2021. 1. 26.경 부산 서구 소재 J부동산공인중개사사무소를 통해 찾아온 피해자 C과 사이에 E건물 K호에 관하여 보증금 4,000만 원을 지급받고 2021. 1. 26.경부터 2023. 2. 26.경까지 2년간 임대하고, 임대차 기간 만료시 보증금을 반환하기로 하는 내용의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러나 사실 피고인들은 전항 기재와 같이 자금 사정이 어려웠고, 경매가 진행되는 경우 임대차보증금에 대한 전액 배당을 기대하기 어려웠으며, 임대차 기간 만료시 임대차보증금을 정상적으로 반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위와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2021. 1. 26.경부터 2021. 2. 26.경까지 피고인 B 명의의 신협 계좌로 임대차보증금 명목으로 4,000만 원을 송금받았다.
3) 피해자 L에 대한 사기
피고인들은 2022. 6. 20.경 부산 동구 E건물에서, H 동네 게시판에 붙어있는 임대광고 게시물을 보고 찾아온 피해자 L와 사이에 E건물 M호에 관하여 보증금 4,000만 원을 지급받고 2022. 6. 25.경부터 2024. 6. 24.경까지 2년간 임대하고, 임대차 기간 만료시 보증금을 반환하기로 하는 내용의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러나 사실 피고인들은 전항 기재와 같이 자금 사정이 어려웠고, 경매가 진행되는 경우 임대차보증금에 대한 전액 배당을 기대하기 어려웠으며, 임대차 기간 만료시 임대차보증금을 정상적으로 반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위와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2022. 6. 15.경부터 2022. 6. 27.경까지 피고인 B 명의의 부산은행 계좌로 임대차보증금 명목으로 4,000만 원을 송금받았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판시 증거들을 종합하여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다. 당심의 판단
1) 관련 법리
사기죄의 성립 여부는 그 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그 행위 이후의 경제사정 변화 등으로 인하여 피고인이 채무불이행 상태에 이르게 된다고 하여 이를 사기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 그리고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이상 범행 전후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고, 그 범의는 확정적인 고의가 아닌 미필적 고의로도 족하다. 그리고 범죄구성요건의 주관적 요소로서 미필적 고의라 함은 범죄사실의 발생 가능성을 불확실한 것으로 표상하면서 이를 용인하고 있는 경우를 말하고,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하려면 범죄사실의 발생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음은 물론 나아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하며, 그 행위자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용인하고 있었는지의 여부는 행위자의 진술에 의존하지 아니하고 외부에 나타난 행위의 형태와 행위의 상황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초로 하여 일반인이라면 당해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고려하면서 행위자의 입장에서 그 심리상태를 추인하여야 하고, 이와 같은 경우에도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의 주관적 요소인 미필적 고의의 존재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8도5618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원심 및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들이 각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보증금을 반환할 의사와 능력이 없었다거나 이를 편취할 의사가 있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는바,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① 피고인들이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카드론 연체 등 자금 사정이 어려웠던 점은 인정된다. 그러나 주택임대차 보호법상 대항력과 우선변제권 보장되는 주거용 건물의 경우, 임차인은 건물의 시가에서 담보로 제공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의 가치를 고려하여 계약을 체결하게 되는 것이지 임대인의 개인적인 경제능력을 파악하여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아니며,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이를 고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임대차보증금이 주택의 담보가치를 초과하지 않는 한, 임대인의 적극적인 기망행위가 없는 상태에서 단순히 별다른 자력이 없다는 사정만으로는 임대차보증금 반환능력이나 의사가 결여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② 피고인들은 2017. 8. 28. 공소사실 기재 E 건물 및 대지(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를 6억 5,000만 원에 매수하면서, 이 사건 부동산에 설정된 근저당권 피담보채무 1억 8,000만 원(채권최고액 2억 3,400만 원)을 피고인 B의 부 F 명의로 인수하는 한편, 피고인들은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 약 4억 원을 인수하였는데, 피해자들은 임대차계약 체결과정에서 중개인 또는 피고인 A를 통하여 이 사건 부동산의 저당권 및 채무현황 등에 관한 설명을 들었던 것으로 보이고, 그 과정에서 피고인들이 임대차목적물인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정보를 왜곡하거나 은폐하는 등 어떠한 기망행위를 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
③ 실제로 이 사건 부동산 K호의 임차인인 피해자 C과 작성한 임대차계약서에는,'임차인은 위 부동산에 존재하는 선순위 권리(근저당권, 임차권 등)로 인하여 경매 등이 실행될 경우 임차보증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반환받지 못할 수도 있음을 확인한다'라는 내용이 특약사항의 일부로 기재되어 있고, 이 사건 부동산 I호의 임차인인 피해자 D도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서, 계약 체결 당시 등기부등본을 확인하여 선순위 채권의 존재를 인식하였으나 통상적인 대출이라 생각하여 크게 문제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바, 이처럼 피해자들은 이 사건 부동산에 설정된 선순위 근저당권의 존재와 그에 따른 위험을 충분히 인식한 상태에서 스스로의 판단 하에 계약을 체결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피해자 D는 계약기간 중 경매가 개시되었다가 취하된 사실을 알았음에도, 임대차계약 만료 전까지 별도의 갱신거절 의사를 통지하지 않았다.
④ 피해자 D는 수사기관에서, 피고인들로부터 어떠한 점을 속았다고 생각하느냐는 수사관의 질문에, '피고인 B가 계약 당시 자신이 부동산 쪽에서 일하고 했었다며 자기가 잘 안다고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했습니다'라고 진술하였다. 그러나 피고인들이 임대차 물건에 대한 어떠한 거짓정보 등을 제공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반적으로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하였다는 것을 두고 사회통념상 기망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또한 피해자 L의 누나이자 L와 함께 이 사건 부동산 M호에 거주하고 있는 N은, 이 사건 부동산에 이사를 오고 난 뒤 이 사건 부동산에 경매가 개시된다는 소문을 듣고 피고인들에게 물었더니 피고인 A로부터 시세가 8억 원이니 만약 경매가 되어도 배당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으니 안심하라는 말을 듣고 속았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피고인 A의 위 발언은 임대차계약이 체결된 이후에 이루어진 것이어서 이를 계약 당시의 편취 고의를 추단할 자료로 삼기 어렵다. 나아가 위 발언 내용을 살펴보더라도 이는 피고인의 주관적 가치 평가나 전망을 언급한 것에 불과할 뿐, 객관적인 사실을 왜곡하거나 거짓 정보를 제공하였다고 볼 수는 없는바, 이를 사기죄의 기망행위로 보기도 어렵다.
⑤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경매개시 당시 최초 감정가는 약 8억 2천만 원이었던 반면, 임대차보증금 채무(약 3억 3천만 원)와 근저당권 피담보채무(약 1억 3천만 원)의 합계액은 약 4억 6천만 원에 불과하였다. 이처럼 경매개시 시점의 부동산의 담보가치가 전체 채무액을 상회하여 보증금 반환 자력이 충분했던 점에 비추어 볼 때, 그보다 훨씬 이전인 계약 체결 당시에 피고인들이 보증금 반환 불능의 위험을 인식하거나 이를 용인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비록 이후 5차례의 유찰 끝에 이 사건 부동산이 3억 2천만 원에 낙찰되어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는 결과가 발생하였으나, 이러한 결과론적인 사정만을 근거로 계약 당시 피고인들에게 편취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는 것은 발생한 결과에 의하여 범죄의 성부를 결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부당하다.
⑥ 이 사건 부동산에 2021. 2경부터 카드론 채무 등으로 인한 가압류, 압류 등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이는 등기부등본을 통해 공시되어 누구나 확인 가능한 사항이고 피고인들이 계약 체결 당시 가압류 등의 존재를 축소하거나 은폐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는 없다. 오히려 피고인들이 이 사건 부동산을 매수한 이래 대출원리금을 지속적으로 상환하여 경매 개시 무렵에는 피담보채무를 약 1억 8,000만 원에서 1억 3,300만 원으로 감소시킨 점, 2021년경 단 한 차례를 제외하고는 임차인들에게 보증금을 모두 반환하는 등 장기간에 걸쳐 대다수의 임차인들에게 보증금을 차질없이 반환해 온 점 등을 고려해 볼 때, 설령 피고인들이 보증금 반환의 어려움을 일부 인식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충분히 극복 가능한 위험이라 믿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성실히 노력할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바, 피고인들이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할 가능성을 용인한 채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3. 원심판결 중 배상명령 부분에 관한 직권 판단
유죄판결에 대한 상소가 제기된 경우, 배상명령에 대한 불복이 없더라도 배상명령은 확정이 차단되어 피고사건과 함께 상소심으로 이심된다(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3조 제1항). 이 법원이 원심의 유죄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사건에 대하여 무죄의 재판을 하는 이상, 원심판결 중 배상명령 부분은 모두 취소되어야 하고(소송촉진 등에 관한특례법 제33조 제2항), 배상신청인의 배상명령신청은 모두 각하되어야 한다(소송촉진등에 관한 특례법 제32조 제1항 제2호).
4. 결론
따라서 피고인들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2의 가.항 기재와 같고, 이는 위 2의 다.항에서 본 바와 같이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피고인들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원심 배상신청인들의 배상명령신청은 부적법하므로 원심판결 중 배상명령 부분은 모두 취소하고 배상신청인들의 배상명령신청을 모두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