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문피고인은 무죄.
이 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TV홈쇼핑 등을 이용한 상품 판매업체인 피해자 주식회사 E(이하 , 피해자 회사'라 한다)의 고객서비스 팀장이고, 위 회사의 콜센터 상담원 수급업체인 주식회사 F(이하 'F'이라 한다)과 관련된 상담원 관리, 평가, 정산업무 등을 총괄하는 담당자이다.
피고인은 F에서 허위 직원을 명단에 올려놓고 급여를 지급하였다는 사실 등으로 감사를 받게 되자, 피해자 회사의 콜센터 상담원 및 정산과 관련된 전자문서를 삭제하기로 마음먹었다.
가. G을 통한 범행
피고인은 2019. 8. 말경 <주소>에 있는 피해자 회사의 고객서비스팀 사무실에서, 피고인의 하급자인 고객서비스팀 직원 G에게 상담원 및 도급비 관련 파일 삭제를 지시하는 등 그를 통하여 피해자 회사 소유의 노트북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F 등 수급업체 소속 상담원 현황에 대한 P(상담원 ID, 상담원명, 팀명, 근무 시간대, 팀코드, 부여스킬, 업무, 권한, 입사일, 퇴사일, 도급사명 등 저장)과 수급업체의 정산자료 파일 등 전자문서를 삭제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하여 피해자 회사의 콜센터 상담원 관리·정산 업무 및 감사 업무를 방해하였다.
나. H을 통한 범행
피고인은 제1항 기재 일시 무렵 G을 통하여 F의 콜센터 상담원 관리 담당 직원인 H에게 상담원 관련 파일을 삭제하라고 지시하여, 그 무렵 <주소>에 있는 피해자 회사의 콜센터 사무실에서 H이 피해자 회사 소유의 노트북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F 등 수급업체 소속 상담원 현황에 대한 P(상담원 ID, 상담원명, 팀명, 근무 시간대, 팀코드, 부여스킬, 업무, 권한, 입사일, 퇴사일, 도급사명 등 저장)과 'Q' 프로그램에 저장된 콜센터 상담원들의 상담·근무 관련 기록 등 전자문서를 삭제하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하여 피해자 회사의 콜센터 상담원 관리·정산 업무 및 감사 업무를 방해하였다.
2. 판단
가. 증거능력에 관한 주장 및 판단
1)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 요지
검사가 제출한 증거 중 '파일 예시'(증거목록 순번 26번)와 'F 상담원 P 자료'(증거목록 순번 60번)는 파일의 생성방법, 작성자 등이 모두 불명확하고, 그 출력물이 원본과 동일성·무결성이 확인되지 않은 증거이므로 증거능력이 없다.
2) 판단
가) 먼저 '파일 예시'에 관하여 보건대, 검사가 제출한 2023. 10. 19.자 의견서에 따르면, 위 자료는 G이 사용하던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남아있던 자료를 바탕으로 피해자 회사 감사팀 직원 I이 일부 보완하여 출력한 서류를 수사기관에 제출한 것으로, 그 자체로 원본 파일을 수정한 것이어서 원본과의 동일성·무결성을 인정할 수 없다.
나) 다음으로 'F 상담원 P 자료'에 관하여 보건대, 피해자 회사는 피고인의 지시로 삭제한 파일을 복구하였다고 하면서 이를 수사기관에 임의제출하였였으나, 위 자료는 원본과의 동일성·무결성을 확인할 아무런 자료가 없고, 오히려 검사가 제출한 2023. 10. 19.자 의견서에 따르면, 피고인의 지시로 삭제한 P 중 복원된 파일은 없는 것으로 보이는바(2쪽 5행), 위 자료는 그 출처 및 작성자가 불분명하여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다) 설령 위 각 자료가 정보저장매체의 출력물이 아닌 피해자 회사에 보관하고 있던 문서로 원본과의 동일성·무결성을 확인할 필요가 없는 증거서류로 보더라도,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에 따라 위 각 자료는 피고인 또는 피고인이 아닌 자가 작성하였거나 진술한 내용이 포함된 출력물로 공판준비나 공판기일에서의 그 작성자 또는 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된 때에 증거로 할 수 있는데, H은 제4회 공판기일에 출석하여 위 각 자료를 작성했는지 묻는 질문에 "예"라고 진술(증인신문조서 3쪽)하였다가, 이후 "'10월' 저렇게 적혀있는 파일을 작성한 것은 아닙니다. 지금 보여주시는 파일. 그 밑에 있는 목록을 작성한 것은 맞는데, '10월'이라고 쓰여 있는데, 그거는 제가 그 위에 제목을 제가 달지는 않았다고요. 제 컴퓨터에 나온 파일은 아니라는 것이지요."라고 진술(증인신문조서 26, 27쪽)하였는바, H을 위 각 자료의 작성자나 출력자로 볼 수 없고, 그 밖에 위 각 자료의 작성자나 출력자를 확인할 아무런 자료가 없다. 따라서 위 각 자료는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어 그 내용을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라) 그런데 이 법원은 '파일 예시'(증거목록 순번 26번)와 'F 상담원 P 자료'(증거목록 순번 60번)를 모두 증거로 채택하여 증거조사를 마쳤으므로, 형사소송규칙 제139조 제4항을 준용하여 증거배제결정을 한다.
나. 범죄성립 여부에 관한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각 증거에 따라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G 및 H에게 공소사실 기재 각 전자문서의 삭제를 지시하였다거나 그 지시에 따라 위 전자문서가 삭제되었다고 볼 수 없고, 설령 피고인의 지시에 따라 위 전자문서가 삭제되었다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피해자 회사의 업무가 방해되었다거나 업무방해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성이 있다고 볼 수 없으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이 사건 공소사실에는 피고인의 지시로 G 또는 H이 'P', '수급업체 정산자료 파일', 'Q 프로그램에 저장된 콜센터 상담원들의 상담·근무 관련 기록(이하 'Q 파일'이라 한다)'을 삭제하였다고 특정하고 있으므로, 위 각 전자문서를 개별적으로 본다.
1) P
가) P은 수급업체인 F의 직원 H이 생성한 것으로, 상담원 ID, 상담원명, 팀명, 근무시간대, 팀코드, 부여스킬, 업무, 권한, 입사일, 퇴사일, 도급사명 등이 정리된 파일이다.
나) H은 제4회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위 파일의 생성 목적과 용도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진술하였다(증인신문조서 18쪽).
나아가 H은 G에게 P을 보낸 이유를 G이 도급비용 정산에 필요하다고 하여 보내주었다고 진술하나, G은 제3회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다음과 같이 진술하였는바(증인신문조서 12쪽), G 역시 P을 도급비용 정산에 사용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한편, F의 본부장으로서 피해자 회사와 도급비 정산을 담당한 K이 이 법정에서 한 진술에 따르면, 피해자 회사 콜센터에 파견된 F 직원은 현장대리인이라고 하는 매니저와 상담원을 지휘하는 팀장 및 두 명의 총무가 있는데, 도급비용 정산과 관련된 업무는 이를 담당하는 다른 총무가 있었고, H은 상담원 ID 관리 및 좌석 배치 정도의 업무를 담당하였을 뿐 H에게 도급비용 정산과 관련된 자료를 생성하거나 취급하는 업무가 부여된 사실이 없음을 알 수 있다.
H과 G의 위 각 진술에 더하여 K의 진술을 통해 알 수 있는 H의 지위를 더하여 보면, H이 생성한 P은 도급비용 정산을 목적으로 작성되거나 도급비용 정산에 활용된 자료로 보기 어렵고, 오히려 수급업체인 F이 그 상담원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생성한 자료로 보인다.
다) 피해자 회사는 수급업체에 지급하는 도급수수료를 ① P, ② CTI 시스템(시스템명: Q), ③ OLAP(Online Analytical Processing), ④ 영업정보시스템(<시스템명>)에 각 저장된 인단가, 콜단가 정보를 기초로 산정하는데, H이 'P' 작성의 기초가 되는 6개 시트로 구성되어 있는 엑셀파일을 작성하고 그 중 '사번' 시트를 발췌하여 'P'을 만든 후 피고인 및 G에게 전달하여 도급수수료 산정 업무에 사용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도급수수료 산정의 기초자료가 되는 위 ②, ③, ④항의 프로그램은 피해자 회사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으로 권한을 부여받는 경우 누구나 접근하여 검토가 가능한 것으로 보이는데 반하여 P은 수급업체 직원인 H으로 하여금 작성하여 도급비용 정산 담당 직원들이 개별적으로 보유하도록 한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앞서 본 것과 같이 위와 같은 매뉴얼에 따라 P을 관리하는 H과 G은 이 사건이 문제되기 전까지는 P이 도급비용 정산 용도로 사용된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바, P이 도급비용 정산 용도로 사용되어 왔다는 피해자 회사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라) 한편, 피고인이 위 P의 존재를 알고 있었는지도 분명하지 않다. 즉 G은 일일보고, 주간보고를 할 때 P의 내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피고인에게 보고가 되는 자료라고 진술하고 있으나(증인신문조서 14쪽), 위와 같은 보고문서나 이메일 자료가 전혀 확인되지 않는다. 또한 피해자 회사의 주장에 따르면, H이 피고인과 G에게 P을 보냈다는 것인데, H의 수사기관 및 법정에서의 진술을 보더라도, H이 피고인에게 P을 보냈다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그 밖에도 피고인이 P의 존재를 알았다고 볼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
마) 설령 피고인이 P의 존재를 알았다 하더라도 앞서 본 P의 생성 목적과 활용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P의 삭제를 지시할 아무런 이유가 없고, 피고인에게 P을 삭제할 동기가 있었다 하더라도, H의 진술에 따르면, H은 G 외에도 다른 매니저들과 위 파일을 공유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바(증인신문조서 19쪽), G, H이 갖고 있는 P을 삭제하는 것만으로 그 목적을 달성할 수도 없다.
바) H과 G의 진술에 따르면, H은 매주 P을 업데이트하여 G과 위 파일을 요청하는 다른 매니저들과 공유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H과 G이 자신들이 사용하는 컴퓨터에 저장된 P을 삭제하였더라도 이를 함께 공유한 다른 매니저들이나 H이 위 파일을 공유하기 위해 사용한 이메일 등의 첨부파일에 P이 남아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피해자 회사에서 진행한 감사나 이 사건 수사과정에서 위와 같은 자료는 전혀 제출되지 않았다. 또한 앞서 '증거능력에 관한 주장 및 판단'부분에서 살핀 것과 같이 피해자 회사는 피고인의 지시로 삭제한 파일을 복구하였다고 하면서 상당한 분량의 'F 상담원 P 자료'(증거목록 순번 60번)를 수사기관에 임의제출하였으나, 검사가 제출한 2023. 10. 19.자 의견서에 따르면, 피고인의 지시로 삭제한 P 중 복원된 파일은 없는 것으로 보이는바(2쪽 5행), 피해자 회사는 여전히 P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의 지시로 삭제된 P이 존재하는지 알 수 없다. 이에 관하여 H과 G의 진술 외에 객관적인 자료는 전혀 제출되지 않았고, H과 G의 진술은 아래 사)항과 같은 이유로 그대로 믿기 어렵다.
사) H은 P을 삭제하라는 지시를 피고인으로부터 직접 들은 것이 아니라 G으로부터 전달받아 그 지시대로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증인신문조서 5쪽)하는 한편, 피고인에게 P을 삭제하게 되면 자신의 업무를 파악하기 힘들다는 말을 하였다는 취지의 진술(증인신문조서 8쪽)도 하고 있는바, 뒤의 진술은 G으로부터 피고인의 지시를 전달받아 삭제하였다는 앞서 진술과 모순된다(H은 피고인이 직접 컴퓨터 포맷을 지시하였다는 진술도 하고 있으나, 이는 G을 통해 P 및 Q 파일의 삭제 지시를 전달받아 그 지시를 이행한 이후의 일이다.). 또한 G의 진술에 따르면, 피고인은 G에게 P 삭제를 지시하면서 복구가 불가능하게 삭제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G이 파일을 삭제하는 것을 지켜본 것으로 보이는데, P을 생성한 H에게는 위와 같은 삭제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은 채 G을 통해 삭제할 것을 요청하기만 하였다는 것은 앞서 본 피고인의 태도와 달라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아) 설령 피고인의 지시로 G과 H이 P을 삭제하였더라도 앞서 본 것과 같이 P은 H이 F의 소속 직원으로서 F의 업무에 관하여 생성하고 활용한 파일로 보이는바, 이로 인하여 피해자 회사의 업무가 방해되거나 업무방해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
2) 수급업체 정산자료 파일
가) 제3회 공판조서 중 G의 진술기재와 도급사 위탁업무수수료 정산 결재 자료(증거목록 순번 20번)에 따르면, 각 수급업체가 피해자 회사에 '업무위탁수수료 세부내역'을 첨부하여 도급비를 청구하면, G이 위 세부내역을 기초로 내부결재 자료인 품의서와 도급비 분석 보고서를 작성하며, 위 품의서(업무위탁수수료 세부내역과 도급비 분석 보고서가 첨부자료로 포함된다)는 G, 피고인을 거쳐 경영지원본부장과 대표이사의 결재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수급업체 정산자료 파일은 G이 내부결재 자료 작성 과정에서 보관하게 된 품의서, 업무위탁수수료 세부내역, 도급비 분석 보고서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나) 그런데 G은 경찰 조사에서, 피고인이 수급업체로부터 전달받은 월별 정산 상세내역 자료를 가공하여 그 출력물을 G에게 주면, G이 위 자료를 PDF 파일로 저장한 후 이를 토대로 대표이사에게 전달해야 할 도급비 분석 보고서를 작성한 후 재무팀에 위 자료들을 전달해 왔다는 취지로 진술(증거기록 78쪽)하였는바, 이에 따르면, 수급업체 정산자료 파일은 재무팀에 제출되어 재무팀에서 그대로 보관하고 있는 자료에 불과한 것으로 보일 뿐 재무팀에 제출된 자료의 검증을 위해 필요한 별도의 정산자료로 보이지 않는바, 피고인으로서 이미 재무팀에 보관된 내용과 동일한 파일의 삭제를 지시할 아무런 이유가 없을 뿐만 아니라, 위 파일이 삭제되었더라도 피해자 회사의 업무가 방해되거나 업무방해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
3) Q 파일
가) Q 프로그램은 상담원이 출근하여 로그인 한 후 콜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으로 위 프로그램에 콜센터 상담원들의 상담·근무 관련 기록이 자동으로 저장되는 것으로 보인다.
나) 제4회 공판조서 중 H의 진술기재에 따르면, H 외에도 G 역시 Q 프로그램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피고인이 자신의 부하 직원인 G을 배제하고 수급업체 직원인 H에게 파일을 삭제할 것을 지시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앞서 1)의 사)항에서 본 것과 같이 파일 삭제 지시 경위에 관한 H의 진술은 모순되어 그대로 믿기 어려우며, 달리 피고인이 H에게 Q 파일의 삭제를 지시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
다) 한편, H의 아래와 같은 진술(증인신문조서 24쪽, 25쪽)에 비추어 보면, H은 Q 파일 가운데 퇴사자들의 정보를 수시로 삭제해 왔던 것으로 보이는바, 설령 위 파일이 삭제되었더라도 피해자 회사의 업무가 방해되거나 업무방해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성이 있다고 볼 수도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