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사건에서 약식명령에 불복하여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특히 약식명령과 동일한 벌금형이지만 새롭게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이 추가되는 경우 이것이 불이익변경에 해당하는지 문제됩니다.
이 글에서는 약식명령 후 정식재판에서 이수명령이 추가된 사안에서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의 적용에 대해 실제 사례를 통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1. 불이익변경금지 원칙과 이수명령의 법적 성격
약식명령에 대한 정식재판 청구 시 제한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는 약식명령에 대하여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하여는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피고인이 불복 절차를 이용하는 것을 보장하고 방어권 행사를 위축시키지 않기 위한 제도입니다.
|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형종 상향의 금지 등) ①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하여는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종류의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 ②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하여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판결서에 양형의 이유를 적어야 한다. |
형의 경중 판단은 개별적·형식적으로 고찰할 것이 아니라 주문 전체를 고려하여 피고인에게 실질적으로 불이익한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합니다.
이수명령의 법적 성격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6조 제2항에 의한 이수명령은 범죄인에 대한 사회내 처우의 한 유형으로서 형벌 그 자체가 아니라 보안처분의 성격을 가지는 것입니다.
그러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의 의무적 이수를 받도록 함으로써 실질적으로는 신체적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되므로, 형의 경중을 판단할 때 고려되어야 합니다.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6조(형벌과 수강명령 등의 병과) ① 법원이 성폭력범죄를 범한 사람에 대하여 형의 선고를 유예하는 경우에는 1년 동안 보호관찰을 받을 것을 명할 수 있다. 다만, 성폭력범죄를 범한 「소년법」 제2조에 따른 소년에 대하여 형의 선고를 유예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보호관찰을 명하여야 한다. ② 법원이 성폭력범죄를 범한 사람에 대하여 유죄판결(선고유예는 제외한다)을 선고하거나 약식명령을 고지하는 경우에는 500시간의 범위에서 재범예방에 필요한 수강명령 또는 성폭력 치료프로그램의 이수명령(이하 “이수명령”이라 한다)을 병과하여야 한다. 다만, 수강명령 또는 이수명령을 부과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개정 2016.12.20> … |
따라서 이수명령은 형식적으로는 보안처분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처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2. 이 사건의 경과와 쟁점
사안의 개요
피고인은 술에 취하여 인력개발원에 들어가 잠이 든 피해자의 몸을 수회 더듬어 추행하였다는 준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검찰은 피고인에게 벌금 300만 원의 약식명령을 청구하였고, 법원은 이를 그대로 인용하여 벌금 3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발령하였습니다.
이에 피고인은 자신은 피해자의 몸을 만진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며 정식재판을 청구하였고, 제1심 법원은 유죄를 인정하면서 벌금 300만 원과 함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24시간의 이수명령을 병과하였습니다.
법원의 판단
제1심과 항소심은 피고인의 범행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나, 대법원은 약식명령에서 정한 벌금형과 동일한 벌금형을 선고하면서 새로 이수명령을 병과한 것은 전체적·실질적으로 볼 때 피고인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한 것이므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는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의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서, 이수명령이 비록 보안처분이지만 실질적으로 신체적 자유를 제한하는 불이익한 처분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대법원은 원심판결과 제1심판결을 모두 파기하고, 피고인을 벌금 300만 원에만 처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으며 이수명령은 부과하지 않았습니다.
| 대법원 【주 문】 원심판결과 제1심판결을 모두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3,0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5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이 유】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사실의 인정과 그 전제로 행하여지는 증거의 취사선택 및 평가는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한 사실심법원의 전권에 속하는 것인바, 원심판결 이유를 원심이 유지한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형사재판에서 유죄 인정을 위한 증거의 증명력 정도에 관한 대법원판례를 위반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가. 약식명령에 대하여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하여는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형사소송법 제457조의2). 이때 그 형이 피고인에게 불이익하게 변경되었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은 형법상 형의 경중을 기준으로 하되 이를 개별적·형식적으로 고찰할 것이 아니라 주문 전체를 고려하여 피고인에게 실질적으로 불이익한지 아닌지를 보아 판단하여야 한다. 한편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6조 제2항에 의한 이수명령은 이른바 범죄인에 대한 사회내 처우의 한 유형으로서 형벌 그 자체가 아니라 보안처분의 성격을 가지는 것이지만, 성폭력 치료프로그램의 의무적 이수를 받도록 함으로써 실질적으로는 신체적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된다(대법원 선고 2012도8736 판결, 대법원 선고 2014도3390 판결 등 참조). 나.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준강제추행을 범하였다는 것으로서, 피고인에 대하여 벌금 3,000,000원의 약식명령이 발령되자 피고인은 이에 대하여 정식재판을 청구하였고, 제1심은 피고인에 대하여 벌금 3,000,000원에 처하는 판결을 선고하면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6조 제2항에 의하여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24시간의 이수명령을 병과하였으며, 이에 대하여 피고인이 항소하였으나 원심은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다. 이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벌금 3,000,000원의 약식명령에 대하여 피고인만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이 사건에서 제1심이 약식명령에서 정한 벌금형과 동일한 벌금형을 선고하면서 새로 이수명령을 병과한 것은 전체적·실질적으로 볼 때 피고인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한 것이므로 허용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에게 새로 이수명령을 병과한 제1심판결이 정당하다는 이유로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였으므로, 이러한 제1심판결과 이를 그대로 유지한 원심판결에는 불이익변경의 금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되, 이 사건은 이 법원이 판결하기에 충분하다고 인정되므로 형사소송법 제396조 제1항에 의하여 다음과 같이 직접 판결한다. 피고인의 항소이유 요지는, 피고인은 술에 취하여 ○○인력개발원(호수 생략)에 들어간 사실은 있으나 피해자의 몸을 만진 사실이 없음에도 피고인이 잠이 든 피해자의 몸을 수회 더듬어 피해자를 추행하였다고 본 제1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제1심이 선고한 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수 있고, 기록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제1심이 선고한 형이 지나치게 무거워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으므로, 피고인의 항소이유 주장은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다만 직권으로 살피건대, 제1심판결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으므로 이를 파기한다. 이 법원이 인정하는 피고인에 대한 범죄사실 및 그에 대한 증거의 요지는 제1심판결의 각 해당란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99조, 제369조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이러한 피고인의 행위는 형법 제299조, 제298조에 해당하므로, 정해진 형 중 벌금형을 선택하여 피고인을 벌금 3,000,000원에 처하고, 피고인이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형법 제70조, 제69조 제2항에 의하여 5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동안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고영한(재판장) 이인복(주심) 김용덕 김소영 |
4. 결론
성범죄 사건에서 약식명령에 불복하여 정식재판을 청구할 때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정확히 판단하기는 일반인에게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특히 이수명령과 같은 보안처분이 실질적으로 불이익한 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법률 전문가의 판단이 필요한 복잡한 법률문제입니다.
따라서 이 사건과 같이 약식명령에 불복하거나 성범죄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면, 형사전문변호사의 조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