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문피고인은
무죄.
이 유
1. 공소사실의 요지
검사는, 피고인이 '커넥팅'이라는 소셜 대화 플랫폼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알게 된 피해자 B(여, 가명, 18세)와 2021. 4. 3.(토요일) 만나 군포시 C건물 9층에 있는 'D' 모텔 객실 E호(이하 '이 사건 모텔방'이라 한다)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중 피고인이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에 피해자가 술에 취해 침대에 누워있자 2021. 4. 4.(일요일) 01:00경 피해자의 음부에 성기를 삽입하고, 같은 날 02:30경 이 사건 모텔방에 찾아온 친구 2명(F,G), 피해자와 함께 술을 마신 이후, 피해자와 (둘만 이불을 머리까지 덮고) 침대에 누워있던 중 갑자기 피해자의 음부 안에 손가락을 집어넣는 방법으로 술에 취해 항거불능 상태에 있는 피해자를 준강간 및 준유사강간하였다는 공소사실로, 이 사건 공소를 제기하였다.
2. 판 단
피고인과 변호인은, 피고인이 당시 피해자와 성관계를 가진 사실(이하 '이 사건 간음'이라 한다) 및 피해자의 음부에 손가락을 집어넣은 사실(이하 '이 사건 유사간음'이라 한다)은 인정하지만, 당시 피해자와 합의에 의한 것이었고, 피해자는 항거불능상태가 아니었다고 다투므로, 이 사건의 쟁점은 이 사건 간음 및 유사간음이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인지 여부이다.
가. 관련 법리
준강간죄에서 '심신상실'이란 정신기능의 장애로 인하여 성적 행위에 대한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고, '항거불능'의 상태란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으로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의미한다(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2도2631 판결 등 참조).
피해자가 깊은 잠에 빠져 있거나 술 · 약물 등에 의해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은 상태 또는 완전히 의식을 잃지는 않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유로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 ·조절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다면 준강간죄에서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해당한다. 이러한 심신상실 · 항거불능의 개념에 비추어, 피해자가 의식상실 상태에 빠져 있지는 않지만 알코올의 영향으로 의사를 형성할 능력이나 성적 자기결정권침해행위에 맞서려는 저항력이 현저하게 저하된 상태였다면 '항거불능'에 해당하고, 이러한 피해자에 대한 성적 행위 역시 준강간죄를 구성할 수 있으나, 피고인이 피해자의 심신상실 · 항거불능 상태를 부인하는 경우 법원은 피해자의 범행 당시 음주량과 음주 속도, 경과한 시간, 피해자의 평소 주량, 피해자가 평소 음주 후 기억장애를 경험하였는지 여부 등의 사정들과 더불어 당시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영상나 목격자를 통하여 확인되는 당시 피해자의 상태, 언동, 피고인과의 평소 관계, 만나게 된 경위, 성적 접촉이 이루어진 장소와 방식, 그 계기와 정황, 피해자의 연령 · 경험 등 특성, 성에 대한 인식 정도, 심리적 · 정서적 상태, 피해자와 성적 관계를 맺게 된 경위에 대한 피고인의 진술 내용의 합리성, 사건 이후 피고인과 피해자의 반응을 비롯한 제반 사정을 면밀하게 살펴 범행 당시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21. 2. 25. 선고 2018도10634 판결 등 참조).
또한 성범죄 사건을 심리할 때에는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적 관점'을 유지하여야 하므로, 개별적 · 구체적 사건에서 성범죄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지만, 이는 성범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제한 없이 인정하여야 한다거나 그에 따라 해당 공소사실을 무조건 유죄로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성범죄 피해자 진술에 대하여 성인지적 관점을 유지하여 보더라도,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 · 타당성뿐만 아니라 객관적 정황, 다른 경험칙 등에 비추어 증명력을 인정할 수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또한 피고인은 물론 피해자도 하나의 객관적 사실 중 서로 다른 측면에서 자신이 경험한 부분에 한정하여 진술하게 되고, 여기에는 자신의 주관적 평가나 의견까지 어느 정도 포함될 수밖에 없으므로, 하나 의 객관적 사실에 대하여 피고인과 피해자 모두 자신이 직접 경험한 사실만을 진술하더라도 그 내용이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이 항시 존재한다. 즉, 피고인이 일관되게 공소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상황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할 직접적 증거가 없거나, 피고인이 공소사실의 객관적 행위를 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고의와 같은 주관적 구성요건만을 부인하는 경우 등과 같이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만이유죄의 증거가 되는 경우에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더라도 피고인의 주장은 물론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 피해자 진술 내용의 합리성 · 타당성, 객관적 정황과 다양한 경험칙 등에 비추어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기에 충분할 정도에 이르지 않아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수 없게 되었다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24. 1. 4. 선고 2023도13081 판결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검사 제출 증거들에 의하면, ① 피해자가 수사기관 및 이 법정 공판기일 외 증인신문 절차에서 '이 사건 발생 당시 평소 주량을 초과하여 술을 마신 까닭에 만취하여 몸을 가눌 수 없어 피고인의 신체접촉을 거부하거나 저항할 수 없는 상태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② 피고인과 피해자는 2021. 3. 29.부터 카카오톡을 이용해 대화를 주고받았으나 실제 대면한 것은 사건 전날(2021. 4. 3.23:00경)이 처음이고 그로부터 매우 근접한 약 2시간 후(2021. 4. 4. 01:00경) 성관계가 이루어진 점, ③ 피해자는 사건 당일 생리 중이었고 체내 삽입형 생리대를 착용하고 있었는데, 피해자가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생리 중 성관계를 할 이유가 없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는 점, ④ 피해자가 이 사건 당일 12:20 모텔에서 퇴실 후 같은 날 14:55 '강간을 당했다'며 지체 없이 112신고를 한 점, ⑤ 피해자가 이 사건 당일 15:18 피고인과 헤어진 후 "왜 덮친 거야? 술 많이 안취했잖아 너"라는 메시지는 전송한 점, ⑥ 피해자와 피고인은 이 사건 발생 전 상호 호의적이었던 것으로 보이고, 달리 피해자에게 피고인에 대하여 허위진술을 할 동기가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는 점 등을 인정할 수 있으나, 한편, 이 법원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이 피고인과 변호인의 변소에 부합되는 사정에 의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에 의하여 위와 같이 인정할 수 있는 ① 내지 ⑥의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와 성관계를 할 당시 및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유사성행위를 할 당시 피해자가 술에 취하여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는 점과 피고인이 피해자의 그러한 상태를 인식하면서 이를 이용하여 간음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1) 피해자는 이 법정에서 "피고인이 화장실을 간 사이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고, 이때 피고인이 저의 스타킹과 속옷을 벗기고 성관계를 하였는데, 당시 저는 만취하여 저항을 할 수 없는 상태였고, 순간적인 기억만 있을 뿐 전체 상황이 기억나지는 않는다, 취해서 잠들 정도였고,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점점 (잠이) 깨면서 피고인이 안 좋은 짓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 것 같습니다."라며 피고인이 피해자가 술에 취하여 잠든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한 것처럼 진술하였고, 이는 "만취로 인해 몸을 가누지 못하는 상태의 피해자를 강간하였다."라고 기재한 피해자 작성 고소장 내용과 일치한다. 그러나 피해자는 이 사건 간음 및 유사간음 다음날인 2021. 4. 5. 수사기관에 출석하여 조사를 받을 때에는, 피해상황에 대하여 "피고인이 화장실을 갔다 온 사이 제가 침대 헤드 쪽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피고인이 터치를 하였다. 그 후 술을 먹고 많이 취해 거의 잠이 들었는데, 그 상태에서 침대에 있던 술상을 다 치우고 저의 몸을 만지기 시작했다. 점점 강도가 세졌다. 스타킹을 벗기고 하의를 먼저 벗겼는데, 저보고 스스로 벗으라고 하였다. (제) 정신은 살아있었는데, (피고인이) 제 옷을 던졌고, 그리고는 가슴을 세게 빨아서멍이 들었고, 제 배 위에 사정을 했고, 그 사이에 부른 친구 2명이 방문을 두들겼는데 끝까지 문을 열어주지 않고 사정까지 하고, 제가 급하게 옷을 챙겨 입었다."라며 당시 피해사실을 구체적으로 진술한 바 있다. 피해자의 법정진술은 이 사건 간음 및 유사간음시점(2021. 4. 4. 01:00~02:30경)으로부터 약 3년 6개월이 지난 2024. 9. 24. 이루어진 까닭에 기억의 한계로 일부 구체적인 기억이 소실되거나 왜곡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반면, 피해자의 수사기관의 진술은 피해를 당한 바로 다음 날 진술한 내용인데다가 직접 경험하지 아니하고서는 진술할 수 없는 세부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수사기관에서 청취한 피해자의 초기 진술이 실제 경험에 보다 가까운 진술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런데 위 피해자의 수사기관 진술내용에 따르면 피해자가 잠이 들기 전부터 피고인의 신체접촉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나 이에 대한 피해자의 거절 등 대응방법을 확인할 수 없다. 반면 피해자는 피해자가 잠들기 직전 피고인이 성관계를 시도하고 종료하기까지 의 과정 즉, 피고인이 술상을 치우는 행위, 피해자의 몸을 만지고 탈의를 시도한 경위 및 성관계 과정, 사정 유무, 피고인의 친구들이 찾아와 방문을 두드린 상황및 이에 피해자가 급히 옷을 입은 사실 등을 비교적 명료하게 기억하고 진술하였다. 물론 피해자가 의식이 있고 당시 상황을 기억한다는 사실만으로 피해자가 성적 행위에 대한 의사를 형성하거나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행위에 맞서려는 저항력이 현저하게 저하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아래와 같은 객관적인 증거에 의하여 확인할 수 있는 사정과 성관계 전후 정황을 모두 종합하여 고려하면 피해자가 피고인의 행위를 거부할 수 있을 정도의 행위제어능력이 있는 상태였던것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배제하기 어렵다.
2) 이 사건 모텔방 입구 및 복도를 비추는 폐쇄회로텔레비전 영상에 의하면 피해자가 2021. 4. 4. 23:41 피고인과 함께 이 사건 모텔방에 입실하고, 약 2시간 후인 다음날 01:57 피고인의 친구 중 1명이 이 사건 모텔방문을 두드리는 장면, 그로부터 8분 후인 02:05 피고인이 아니라 피해자가 멀쩡하게 옷을 입은 상태에서 직접 이 사건 모텔방문을 열고 주위를 둘러본 다음 문을 열어둔 채 다시 이 사건 모텔방으로 들어가는 장면, 곧이어 02:06 피고인의 친구 2명이 피해자가 열어둔 문을 통하여 이 사건 모텔방으로 입실하는 장면이 확인된다. 피해자 진술에 의하면 '이 사건 간음이 종료된 직후 옷을 입었고 곧이어 (피고인과 피해자 중 1인이) 문을 열었다'는 것인데, 성관계가 종료된 직후 피해자가 이 사건 모텔방문을 여는 장면에서 피해자의 옷매무새가 불량하다거나 자신의 몸을 가누지 못하고 비틀거리는 모습이나, 타인의 부축이나 다른 시설물에 의지하는 모습은 전혀 확인할 수 없다. 이는 항거불능상태에 이를 정도로 술에 만취한 상태라는 공소사실과는 전혀 부합하지 아니하고, 이러한 피해자의 모습은 술에 취하였다거나 술에 만취하였다가 정신이 든 직후의 모습으로 보기 어렵다.
3) 나아가 피해자는 위와 같이 이 사건 간음이 있은 다음 피고인의 친구 2명이 이 사건 모텔방에 입실한 후 상황 또한 매우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있다.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의 친구들은 이 사건 모텔방으로 들어오자마자 피고인에게 '뭐하냐?'라고 말을 했고, 침대 밑에 있던 접이식 테이블을 침대 위에 올려놓고, 테이블 위에 술을 올려놓은 뒤, 저, 피고인, 친구 1명(F)은 술을 같이 먹고, 다른 친구 1명(G)은 (침대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데스크톱 컴퓨터용 탁자 위에 놓인 컴퓨터와 그 모니터를 이용하여 그 컴퓨터용 의자에 앉아) 컴퓨터게임을 하였다. 추가로 술을 마시다가 술을 먹던 친구(F)는 컵라면을 먹고 다른 친구(G)는 계속 게임 중이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이와 같이 피해자가 피고인의 친구 2명이 방문한 후 이 사건 유사간음 무렵 상황을 매우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점, 피고인의 친구 G은 개인의 선택에 따라 술을 마시지 않은 것으로 보아 피해자도 추가적으로 술을 마시지 않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러한 선택을 하지 아니한 점, 달리 피고인이나 피고인의 친구들이 피해자에게 술을 강권한 정황이 없는 점과,앞서 살핀 것과 같이 폐쇄회로텔레비전 영상에서 확인되는 피해자의 정상적인 모습을 함께 고려하면 이 사건 간음 후 피고인의 친구들이 도착하기 전후로 피해자가 음주로 인하여 피고인의 행동을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현저히 행위통제능력을 상실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4) 다음으로 검사 주장 이 사건 유사간음에 대하여 살피건대, 피해자는 이 법정에서 피고인의 유사성행위 시도 당시 "움직이거나 몸을 가누는 데는 문제가 없을 정도였다."라며 당시 음주상태였으나 신체를 제어하는 능력은 충분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사실이 있고, 수사기관에서는 "저와 피고인은 함께 누워 이불을 덮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저는 천장은 보고 피고인은 저를 보고 있었고, 피고인이 '화장실로 갈까?'라고 물어보아 싫다고 거절하니 갑자기 피고인이 손가락을 음부 안에 집어넣었다. 제가 놀래서 손을 빼려고 하는데 피고인이 손을 안 뺐다. 제가 피고인에게 귓속말로 하지 말라고도 했다. 그렇게 손가락을 집어넣은 상태로 10분 정도 있다가 게임을 하러 갔다."라고 진술하였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유사 간음 당시 피해자가 현저히 행위통제능력을 상실하였다고 볼 자료가 없는데다가, 피해자 기억의 구체성, 피고인의 행위에 관한 피해자의 판단과 대처내용과 피해자의 공판기일 외 법정진술을 종합하면, 피해자가 당시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조절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를 정도였다고 선뜻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피해자의 이 사건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를 확인할 수 있는 감정서, 범행 전후 피해자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사진, 영상, 음성녹음 등 다른 객관적인 증거가 제출된 바도 없다.
5) 피해자와 같은 객실 내에서 머물렀던 피고인의 친구 F와 G도 수사기관과의 통화에서 "피고인과 피해자는 한 침대에 누워있었는데 이불을 머리까지 덮고 있어 무엇을 하는지는 보지 못하였고, 피해자가 많이 취한 것으로 보이지는 아니하였다."라는 취지로 각 진술하였던 것으로 수사보고서에 기재되어 있다.
6) 그밖에 ① 피고인과 피해자가 이 사건 당일 처음 대면한 사이이기는 하나, 2021. 3. 29. 소셜 대화 플랫폼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알게 된 후 수시로 카카오톡 메시지로 일상을 공유하고 상호 호의적인 대화를 함으로써 이미 친밀감이 형성되어 있었건 것으로 보이고, 특히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자신이 피해자에게 이성적으로 관심이 있다는 것을 직 · 간접적으로 표현해왔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② 피해자는 피고인을 만나기 위하여 지하철 운행종료가 임박한 22:00경 무렵 서울 경복궁역에서 군포시 산본역까지 1시간이 넘는 거리를 이동하였고, 이 사건 모텔방에 입실하기까지 모텔숙박비와 주류 등을 피해자가 모두 결제하는 등 피고인에게 호의 적이었으며, 수사당국에 이 사건과 관련하여 진술하면서도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에 대하여 "연인으로 발전하기 바로 전 단계"라고 표현하였던 점, ③ 더욱이 피고인과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성관계 전 서로 손을 잡거나 피고인이 피해자를 안는 등의 스킨십"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거부하지 아니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피해자의 수사기관 진술에 의하면 피해자가 '거의 잠들기 전'부터 피고인의 신체접촉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대하여 피해자가 거부한 정황을 확인할 수 없는 점, ④ 피고인은 피해자와 성관계를 마친 후 피고인의 친구들이 입실하여 함께 있을 때에도 피해자에게 신체접촉을 시도하였으나, 당시 피해자가 싫다고 밀어내니 바로 수긍하고 더 이상의 신체접촉으로 나아가지 않는 등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는 태도를 보였던 점까지 인정할 수 있는바, 이는 이 사건 간음 및 유사간음이 피해자의 항거불능상태를 이용하여 이루어졌다는 공소사실보다는 오히려 피해자와 피고인의 합의에 의한 것이라는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에 더 부합해 보일 따름이다.
7) 한편 피해자는 피고인과 이 사건 모텔방에 입실하게 된 경위에 대하여 이 법정 공판기일 외 증인신문 절차에서 "피고인을 만났을 때에 코로나 시국으로 모든 가게가 영업을 종료하여 갈 곳이 없었는데, 피고인과 피고인 친구 2명이 모텔에 같이 가는 조건하에 모텔에 가자는 이야기가 되었다. 그 당시 제가 피고인의 친구들에게 피고인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했었다."라며 피고인의 친구들과 함께 이 사건 모텔방에서 술을 마시기로 사전에 협의를 마친 후 모텔에 입실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런데 이는 피해자가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을 만나 30분 정도걷다가 막차가 끊겨 모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고, (이 사건 모텔방에 입실한 다음) 술을 마시는 도중 피고인의 친구들로부터 피고인에게 전화가 오기에 그 친구들에게 저희가 있는 장소를 이야기해주면서 오라고 했다. 그 전화를 끊고 50분 정도 뒤에 친구들이 도착했다."라고 진술한 내용과 불일치한다. 따라서 피해자의 이 사건 관련 기억이 시간의 경과 또는 자연스러운 방어기제에 따라 피고인에게 더욱 불리하게 변경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8) 피해자가 이 사건 당일 15:18 피고인과 헤어진 후 피고인에게 "왜 덮친 거야? 술많이 안취했잖아 너"라며 피고인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성적접촉을 한 것에 대하여 항의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전송한 사실이 있으나, 이는 이 사건 당일 15:02~15:22 피해자의 112신고를 받고 출동한 수사관의 지시로 피고인에게 전송한 메시지로서(기록 2권 26쪽), 피해자의 자발적 의사로 전송한 메시지가 아니므로 당시 피해자의 심리상태를 정확히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없고, 이러한 피해자의 메시지에 "술에 안취하면 안 되는 거야?"라고 답한 피고인의 메시지 내용은 '피고인과 피해자가 술에 안 취한 상태에서 성적인 접촉을 하였다'는 피고인의 상황판단이 함축되었다고 볼 여지도 있으므로, 위와 같은 메시지 내용을 피고인이 피해자의 항거불능상태를 이용하여 성적접촉을 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정황으로 평가할 수 없다.
9) 피고인은 이 사건 간음 및 유사간음 당시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전혀 없고,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원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였다. 피고인은 이 사건 간음 및 유사간음 전후 피해자와 나눴던 대화내용, 피해자와 피고인의 자세, 피해자의 감정 상태, 성행위 중 피해자의 행동 및 표정, 성적인 접촉 후 피고인과 피해자의 행동 등에 대하여 비교적 일관되고 상세하게 진술하였다. 그 중에는 피고인의 임의로 지어냈다고 보기 어려운 세부적인 진술도 포함되어 있고 그 대화 맥락과 상황의 전개 과정이 인위적이거나 합리성이 결여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물론 피고인이 이 사건 간음 및 유사간음 전 피해자에게 명시적으로 동의의사를 묻지 아니한 점을 피고인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으나, 그러한 언어적 동의를 받지 아니한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준강간 및 준유사강간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3.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