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문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법리오해, 양형부당)
가. 사실오인, 법리오해
피고인은 피무고자 B으로부터 준강간을 당하였다는 확신이 있어 이 사건 신고에 이른 것으로 무고의 고의가 없었으며, 피고인의 합의금 요구는 정당한 권리행사에 해당하는 것으로 공갈죄의 수단으로서의 협박으로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이 사건 각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1년 6월)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사실오인,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공소사실
『1. 무고
피고인은 2023. 6. 29. 06:23경 경기 수원시 팔달구 C에 있는 D은행 수원역지점 부근 앞에서 B으로 하여금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한 달 전에 강간을 당했다’는 내용의 112신고를 하고, 2023. 7. 17. 10:18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 서부로 1673, 경기 수원서부경찰서에서, ‘2023. 5. 20. 새벽경 수원역 주변의 E모텔에서 B과 같이 넷플릭스를 보다가 잠들었는데 일어나보니 B이 저의 바지를 입혀주고 있었고, 주변에 찢어진 콘돔 포장지가 있었고, 성기에서 액체가 흐르고 있어 자는 사이에 강간을 당한 것을 알게 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사실은 피고인은 위 B과 2023. 초경부터 합의 하에 성관계를 하던 사이로, 2023. 5. 20.에도 합의 하에 성관계를 하였을 뿐 준강간을 당한 사실이 없었다.
이로써 피고인은 B으로 하여금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하여 B을 무고하였다.
2. 공갈
피고인은 제1항 기재와 같이 실제로는 피해자 B으로부터 준강간을 당한 것이 아님에도 준강간을 당한 것처럼 행세하여 피해자로부터 합의금 명목의 금원을 갈취하기로 마음먹고, 피해자에게 2023. 5. 21. 20:32경 “신고하면 이거 준강간으로 들어가는 거고, 합의 안하면 애초에 들어가는 건데, 내가 어떻게 해야 맞는 걸까?”라는 인스타그램 메시지를 보내고, 2023. 5. 22. 17:34경 “그럼 부모님께 말씀드려도 되는 거야?”라는 인스타그램 메시지를 보내고, 2023. 5. 23. 07:39경 “5천으로 보자”라는 인스타그램 메시지를 보내어 이에 겁을 먹은 피해자로부터 합의금 명목으로 불상의 장소에서 2023. 5. 23.경 피고인 명의(F)의 G은행 계좌로 1,000,000원, 2023. 6. 12. 09:22경 피고인 명의 H은행 계좌로 9,780,000원, 2023. 6. 21. 09:04경 같은 H은행 계좌로 220,000원을 각각 지급받아 합계 약 11,000,000원을 교부받았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를 공갈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았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인은 이 사건 이전인 2023.초경부터 B과 합의하에 지속적으로 성관계를 가져온 점, ② B의 증언 등에 의하면, 피고인과 B은 2023. 5. 20. 새벽경 밖에서 만나 함께 카페 및 식당을 가고 거리‧공원을 거닐다 자연스럽게 모텔로 들어갔고(B은, 피고인이 모텔 입실 전부터 B의 성기 등 신체를 만졌다고 증언하였다), 모텔에 들어가 함께 티비를 보다 B이 피고인에 대한 성관계를 시도하자 피고인도 B을 안고 B의 귀에 바람을 넣는 등 이에 응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으며, 이후 성관계를 하는 과정에서도 피고인이 성관계를 거절하는 말과 행동을 한 사실은 없어 보이는 점, ③ 피고인은 당시 술에 취하여 모텔에서 잠들었고, 성관계가 마쳐진 이후에야 잠에서 깨었다고 주장하나, B의 증언, 피고인의 일부 검찰진술(피고인은 당시 B과 만나게 된 경위 및 B을 만난 후 모텔에 들어가기 전까지 한 일을 상세히 기억하고 있다, 증거기록 제352쪽 내지 제358쪽 등 참조), 앞서 ‘②’항서 인정된 사실에 비추어 피고인은 당시 술에 취해있었거나 모텔에서 잠들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설령 술에 취해 모텔에서 잠들었다고 하더라도, 앞서 모텔 입실 전까지의 피해자의 상태나 모습 등에 비추어 B이 피고인을 애무하며 성관계를 시도할 무렵 또는 성관계가 시작될 무렵에는 잠에서 깨는 등 정신을 차렸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④ 피고인은 2023. 5. 20. 이후 B에게 위 성관계에 관한 준강간 합의금을 요구하면서도, B을 만나 함께 술을 마시거나 B의 집에서 함께 자기도 하였는바(B에 대한 증언 녹취록 제6쪽 등 참조), 이는 B으로부터 준강간 피해를 당한 피해자의 모습으로는 도저히 보기 어려운 점, ⑤ 피고인이 B에게 공소사실 제2항 기재와 같이 금원을 요구할 무렵 친구인 I와 나눈 인스타그램 및 카카오톡 대화내용(증거기록 제685쪽 내지 제755 쪽)을 보면, 피고인은 I에게, “한번에 받고싶어, 나 천대로 부를거야, 아 어떻게 달라하지, 아시발 존나 미안한데(증거기록 제682쪽, 제683쪽), 그럼 걔(B)도 (대출 1억) 받을 수 있는거야?(증거기록 제718쪽), 아니 이 새끼가 왜 돈 안주냐고(증거기록 제753쪽)”는 등으로 말하였는바, 이는 일반 경험칙에 비추어도, 준강간 피해를 당한 자의 모습이라기보다는 성범죄 무고 후 공갈 범행을 하려는 자의 모습으로 봄이 보다 상당한 점, ⑥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2023. 5. 20.경 B과 적어도 묵시적인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졌을 뿐, B으로부터 준강간 피해를 당한 사실은 없었던 것으로 인정되고, 그럼에도 피고인이 공소사실 제2항과 같이 경찰에 신고한다거나 부모님에게 알리겠다고 말하며 B에게 합의금을 요구해 합계 1,100만 원을 교부받은 행위는 충분히 B에 대한 공갈행위로 인정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각 공소사실과 같이 B을 무고하고, 공갈하여 재물을 갈취한 사실 및 이에 대한 범의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아, 이 사건 각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다. 당심의 판단
1) 무고의 점
가) 관련 법리
무고죄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신고한 사실이 객관적인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인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이므로, 신고한 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이라는 요건은 적극적 증명이 있어야 하고, 신고사실의 진실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소극적 증명만으로 곧 그 신고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의 사실이라 단정하여 무고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는 없으며, 신고내용에 일부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범죄의 성부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부분이 아니고 단지 신고사실의 정황을 과장하는 데 불과하다면 무고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한편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의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피해자가 부정적인 여론이나 불이익한 처우 및 신분 노출의 피해 등을 입기도 하여 온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서 성폭행 등의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
위와 같은 법리는,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자가 성폭행 등의 피해를 입었다고 신고한 사실에 대하여 증거불충분 등을 이유로 불기소처분되거나 무죄판결이 선고된 경우 반대로 이러한 신고내용이 객관적 사실에 반하여 무고죄가 성립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고려되어야 한다. 따라서 성폭행 등의 피해를 입었다는 신고사실에 관하여 불기소처분 내지 무죄판결이 내려졌다고 하여, 그 자체를 무고를 하였다는 적극적인 근거로 삼아 신고내용을 허위라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됨은 물론,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서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자가 처하였던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아니한 채 진정한 피해자라면 마땅히 이렇게 하였을 것이라는 기준을 내세워 성폭행 등의 피해를 입었다는 점 및 신고에 이르게 된 경위 등에 관한 변소를 쉽게 배척하여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19. 7. 11. 선고 2018도2614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인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은 B이 2023. 5. 20. 새벽경 자신을 준강간한 것으로 생각하여 고소를 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되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고소사실의 진실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소극적 증명을 넘어 위 고소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이라는 점에 관한 적극적 증명이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이 B을 무고하였다고 볼 수 없음에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① 피고인과 B은 3~4년 전에 J의 소개로 서로 알게 되었는데, 당시 피고인은 J과 교제 중이었고, B은 J의 친구였다. 피고인과 J은 2023년 초경 크게 싸워서 헤어지게 되었는데, 2023. 4.경 피고인에게 호감을 갖고 있던 B이 피해자에게 고백을 한 이후부터 이 사건 성관계가 있었던 2023. 5. 20.경까지 피고인과 B은 몇 차례 성관계를 가져왔던 것으로 보인다.
② 피고인과 B은 2023. 5. 20. 새벽 3시경 E 모털에서 성관계를 가졌는데, 피고인은 자신이 술에 취하여 잠든 상태에서 B이 자신의 동의 없이 성관계를 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살피건대, ㉮ 피고인은 2023. 5. 19.이 자신의 동생 생일이어서 가족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면서 술을 마시고 B을 만났고(피고인은 평소 자신의 주량보다도 많은 양의 술을 마셨다고 주장하고 있다), B 역시 피고인이 술을 마시고 온 상태에서 자신을 만났다고 진술하였는데, J은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이 술에 만취하면 주사가 심한 것은 아닌데 다음날 물어보면 좀 드문드문 필름이 끊기는 것 같다. 밖에서는 그렇지 않은데 집에 가거나 텔을 잡거나 하면 바로 잠들어 버린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 B은 2023. 5. 20. 사건 당일에 성관계를 할 때 피고인이 자신의 몸을 만지거나 성기 부분을 만지는 등 성관계를 하기 전의 루틴 같은 것들을 하였고 이 때문에 모텔에 가서 성관계를 하게 된 것이라고 진술하였으나, 피고인은 위 당시에 그러한 행동을 한 적은 없다고 비교적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고, B이 명시적으로 피고인에게 성관계 동의를 구하거나 동의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피고인과의 성관계로 나아간 것은 분명해 보이는 점, ㉰ B은 원심 법정에서 당시 피고인과 성관계를 할 때 ‘그때 술에 그닥 취해 보이지도 않았고, 자고 있다고 생각도 하지 않았다’고 진술하였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피고인이 자신을 안는다든가, 만진다든가 이런 상황 외에서는 이상하리만큼 부동자세였고, 성관계를 할 때도 피고인은 부동자세로 있었으며, 성관계 도중 피고인은 눈을 계속 감고 있었고, 숨소리가 커지고 중간중간 신음소리가 조금씩 있었지만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 성관계 후 피고인은 모텔 밖에서 B에게 ‘너 이제 손절할게, 너 내가 잘 때 했잖아’라고 말했고, 이에 B은 ‘그때 자고 있었냐? 나는 진짜로 몰랐다. 나는 생각도 못했다. 미안하다’라고 대답하였고, 이후에도 B은 피고인에게 ‘진짜 미안해..지금 생각하면 그냥 잠꼬대인데 나 혼자 착각했어.. 아진짜 미안해..’라는 등의 사과하는 문자를 보내기도 한 점, ㉲ 피고인은 2023. 6. 3. 새벽경 B에게 위 성관계 당시에 B이 콘돔을 처음부터 착용하였는지, 사정하기 전에 콘돔을 착용한 것인지 여부에 대해 물어보았고, B은 ‘중간에 꼈었어. 거의 좀 지나고 바로’라고 답변하였는데, 만약 피고인이 성관계 당시 깨어있었다면 B의 콘돔 착용여부에 관하여 잘 알고 있었을 것이어서 위와 같은 질문을 할 이유가 없어 보일 뿐만 아니라, 피고인이 B과의 성관계로 임신한 점에 비추어 보면 B은 사정 당시 콘돔을 착용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데, 피고인이 그 당시 술에 취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지 않았다면 콘돔을 착용하지 않은 채 성관계가 이루어지는 것에 대해 쉽게 동의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의 사실 내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위 성관계 당시 잠이 든 상태에서 B과 성관계를 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이고, 피고인으로서도 자신이 잠든 사이에 B이 자신의 동의 없이 성관계를 하였다고 생각하였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③ 비록 피고인이 B을 만난 후 모텔에 들어가기 전까지 한 일을 비교적 상세하게 기억하고 있다 하더라도, 이는 성관계 이전에 있었던 사정이므로 이러한 점을 들어 피고인이 성관계 당시에 잠든 상태가 아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또한 성관계 당시에 피해자가 피고인을 안았다거나, 귀에 바람을 넣거나 성기를 만졌고, 피고인이 잠결에 그런 것 같지 않다는 것은 B의 주관적인 느낌에 따른 진술로 보일 뿐이다. 뿐만 아니라, 피고인은 2023. 5. 21. B에게 인스타그램 메시지로 성관계 당시의 상황에 대해 따져 물으며 ‘그리고 내가 너 귀에 바람 불고 너를 만졌다고? 잠결이라 해도 귀에 바람을 부는건 말도 안되는거고. 그래서 내가 만졌어?’라고 따졌고, 이에 대해 B은 ‘아예 잡은 건 아니었어… 내 오해였어… 미안해 내가 다시 생각해도 내 행동들이 말이 안돼…’라고 답하였는바, B의 일부 진술만을 근거로 B이 피고인을 애무하며 성관계를 시도할 무렵 또는 성관계가 시작될 무렵에는 잠에서 깨는 등 정신을 차린 상태였다고 보기도 어려워 보인다.
④ 피고인은 2023. 5. 21. 위와 같이 B에게 성관계 당시의 상황에 대해 따져 물으면서, 계속해서 2023. 5. 22. ‘나도 이번엔 법대로 하고 싶어. 처벌을 받든 합의금을 받든 그냥 내가 잘못한게 아니라는걸 확실하게 인정받고 (…) 손해 보고 싶지 않아’, ‘내가 돈으로 만족할 수 있을까. 굳이 돈이 갖고 싶진 않은데’라고 하며 피해사실을 신고하려고 했다가, B의 계속된 사과에 신고 대신 5,000만 원의 합의금을 요구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피고인은 자신이 준강간 피해를 당했다는 생각에서 B에게 합의금을 요구했던 것으로 보이고, 성폭력 피해를 당한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합의금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고 볼 수는 없는 만큼 이러한 정황을 들어 피고인이 B을 무고하려고 했다고 볼 수는 없다.
⑤ 피고인은 위와 같이 B에게 준강간 합의금을 요구하면서도, 2023. 6. 3. B을 만나거나 2023. 6. 4. B의 집에서 함께 자기도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다만 피고인과 B이 성관계를 갖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는 피고인이 위 성관계 이후에 생리를 하지 않고, 임신테스트기에 두 줄이 표시되는 등 임신이 의심되어 그에 대한 확인을 하기 위한 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이고(피고인은 2023. 6. 3. B과 만나서 ‘(임신테스트기를) 한번 더 해보려고’, ‘해보고 연락줘요’, ‘또 애매하게 나왔어’라는 인스타그램 메시지를 주고 받기도 하였다), 피고인은 당심 법정에서 ‘B이 계속 사과를 하기도 하고 오래 알고 지내온 사이라서 상대방이 다시는 이런 일을 반복하지는 않을 거라는 믿음은 있어서 크게 경계심을 갖지 않았다’고 진술하였다. 따라서 위와 같은 사정을 들어 피고인이 준강간 피해를 당한 피해자의 모습으로 보이지 않는다거나, 이를 이유로 피고인의 변소를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
⑥ 피고인은 자신의 친구 K과 위 당시 B이 피고인을 준강간하였음을 전제로 B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거나, B에 대하여 합의금을 얼마나 어떻게 지급받을지에 관한 카카오톡을 주고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위 카카오톡 대화 내용에 의하더라도 피고인과 K은 B이 피고인의 동의 없이 피고인이 잠든 상태에서 성관계를 하여, 피고인이 준강간 범행의 피해자임을 전제로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일 뿐, 피고인이 B과 명시적 내지 묵시적 동의 하에 성관계를 하였지만 이를 빌미로 하여 허위로 합의금을 지급받고자 하였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또한 피고인은 I와 ‘(B에게 합의금을 요구하는 것이) 아시발 존나 미안한데, 이런 일 다시는 넘어가고 싶지 않아’라는 인스타그램 메시지를 주고받기도 하였는데, 위 메시지에 비추어보더라도 피고인은 실제로 자신이 B으로부터 준강간 피해를 당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일 뿐, 성범죄 무고 후 공갈 범행을 하려는 자의 모습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⑦ 피고인은 위 성관계가 있었던 이후 2023. 6.말경 J과 다시 교제하기로 하였는데, 이후 J은 피고인과 B이 연락하고 지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피고인에게 헤어지 자고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피고인은 ‘B으로 인해서 임신을 하고 낙태까지 한 상황에서, B이 주기로 했던 돈 약속도 지키지 않으려는 와중에 위와 같은 일이 생겨서 감정이 격해진 나머지 이 사건 공소사실 제1항 기재와 같이 B을 고소하게 되었다’고 고소 경위를 진술하였다. 고소의 경위가 위와 같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으로서는 자신이 실제로 B으로부터 준강간의 피해를 당했다고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위 고소를 피고인이 B을 무고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워보인다.
2) 공갈의 점
공갈죄의 수단으로서의 협박은 사람으로 하여금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만한 해악을 고지하는 것을 말하고, 여기서 고지된 해악의 실현은 반드시 그 자체가 위법한 것임을 요하지 않으며, 또한 그 해악고지의 수단방법은 명시적이거나 직접적이 아니더라도 묵시적으로 피공갈자 이외의 제3자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할 수도 있는 것이나, 그것이 정당한 권리자에 의하여 권리실행의 수단으로서 사용된 경우 행위의 주관적인 측면과 객관적인 측면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그 방법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정도를 넘지 않는 한 공갈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대법원 1990. 8. 14. 선고 90도114 판결 등 참조).
앞서 제1)항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잠이 든 상태에서 피해자 B과 성관계를 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일 뿐만 아니라, 피고인으로서도 자신이 잠든 사이에 피해자가 자신의 동의 없이 성관계를 하여 준강간의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였을 가능성이 높은바,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고인은 이 사건 공소사실 제1항 기재와 같이 실제로는 피해자 B으로부터 준강간을 당한 것이 아님에도 준강간을 당한 것처럼 행세하여 피해자로부터 합의금 명목의 금원을 갈취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볼 수는 없다. 또한 자신을 준강간 피해자로 생각하고 있던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형사 고소할 수 있음을 밝히며 합의금으로 5,000만 원을 요구한 것은 정당한 권리행사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고,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한도를 넘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는 만큼 피고인의 행위가 공갈죄의 수단으로서의 협박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를 공갈하였다고 보기 어려움에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다시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은 위 제2의 가.항 기재와 같은데, 이는 위 제2의 다.항 기재와 같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