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문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 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부천시 B오피스텔 C호에 거주하는 D의 남자친구이다. 피해자 E(여, 23세, 이하 ‘피해자’라고 한다)은 위 오피스텔 F호에서 거주하는 사람이고, G은 피해자의 남자친구이다. 피고인과 피해자, D 및 G은 2022. 8. 6. 23:30경 위 오피스텔 C호에서 술을 마시던 중 G은 F호로 돌아가고 피해자는 술을 더 먹기 위해 피고인, D과 함께 술을 마시게 되었다.
피고인은 2022. 8. 7. 02:30경 위 오피스텔 C호에서, D이 술에 취하여 잠들어 있고 피해자는 술을 마시던 중 공황장애 증상이 발생하여 바들바들 떨며 손에 이불을 꽉 쥔 상태로 엎드리는 등 항거불능 상태에 있자 피해자에게 다가갔다.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공황장애가 와서 이렇다 잘게”라고 말하며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며 잠들려고 하자 공황장애 증상이 발생하여 위와 같이 항거불능이 된 피해자의 상태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할 마음을 먹고 피해자에게 키스한 뒤 손을 피해자의 팬티 안으로 넣어 피해자의 음부에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피해자의 음부에 손가락을 넣는 행위를 하였다.
2. 판단
가.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 요지
공소사실 기재 일시, 장소에서 유사강간 행위를 한 사실은 있으나, 피해자가 먼저 피고인의 손가락을 빨아 성적 접촉을 하게 되었을 뿐,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그러한 행위를 한 것이 아니다.
나. 관련 법리
1) 형사재판에서 공소제기 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0. 11. 11. 선고 2010도9633 판결 등 참조).
2)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증거가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이유일하고, 나머지 증거는 모두 피해자의 진술에 기초한 전문증거 등에 불과한 경우, 피해자의 진술에만 터 잡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 진술의 진실성과 정확성에 의심을 품을 만한 여지가 없을 정도로 높은 증명력이 요구되고, 이러한 증명력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는 피해자가 한 진술 자체의 합리성, 일관성, 객관적 상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1도16413 판결 등의 취지 참조).
다. 구체적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의 진술 등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해자가 피고인의 성적 접촉 시도에 대하여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조절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정도의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고, 피고인이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인식하고 이를 이용하여 유사강간 행위를 하려는 고의가 있었다는 점에 관하여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1)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여부
가) 피해자 진술의 요지
(1) 피해자는 2022. 8. 10. 이루어진 경찰 조사에서 다음과 같이 진술하였다.
– 저는 침대에 누워있고 D이랑 피고인은 바닥에 누워있었다. 제가 화장실도 왔다 갔다 하고 침대에 엎드려 있었다. 그때 술을 애매하게 마셔서 기절도 안 하고 공황 장애가 와서 이불 덮고 엎드리고 있었는데 저를 계속 눕혔다. 천장을 보는 자세로 눕혔다. 그래서 제가 “공황장애 와서 이렇게 있어야겠다”라고 했는데 계속 눕혔다. 인형도 안겨줬다.
– 제가 계속 뒤척였다. 잠이 들려 하는데 피고인이 먼저 키스를 하고 아래로 손이 들어왔고, 그러다 제가 밀어냈다. 그랬더니 피고인이 “D이 가면 할래”라고 했다. 그래서 제가 “뭐”라고 하니까 걔도 정신을 차렸는지 D이 옆에 가서 누웠다.
– 피고인이 침대 옆 바닥에 앉아서 “나 웹툰 볼 때까지만 여기 있을게”라고 했다. 옆으로 보니 웹툰을 보고 있었다. 저는 다시 침대에 누워서 심호흡을 하고 있었다. 피고인이 일어나더니 부산했다. 그러다가 저를 보더니 키스를 했다. 저는 그때 술도 먹었고, 공황장애도 왔고, 잠도 오려고 해서 인지가 늦었고, 음부에 손가락이 들어올 때 정신을 확 차렸다. 제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러니까 손을 빼더니 D이 가면 할까“라고 해서 제가 뭐라고 하니까 정신을 차렸는지 D이 옆으로 갔다.
– 아 맞다. 피고인이 키스 한 번 하고 나서 제가 “왜 이래”라고 했나 아마 그랬을 거다. 그러니까 피고인이 “쉿 조용히 해”라고 하고 다시 키스했다. 제가 지금 기억이 잘 안 난다. 순서도
– 두 번째 키스했을 때 제가 고개를 돌렸다. 공황장애가 오면 바들바들 떨면서 그냥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다. D이도 같은 말을 했다. 왜 소리 안 질렀냐고, 근데 그게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2) 피해자는 2022. 9. 1. 경찰에 다시 출석하여 다음과 같이 진술하였다.
– 피고인이 침대 옆 바닥에 앉아서 웹툰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 제가 불편해서 바른 자세로 누웠다. 이제 좀 괜찮아지면서 몽롱하고, 잠이 오기도 하는 그런 상황이었는데 갑자기 피고인이 침대 옆에 바닥에 서 있는 상태로 상반신을 살짝 숙여서 키스했다.
– 저는 사실 그때 정신이 너무 없었다. 제가 ‘뭐 하는 거냐’고 옹알옹알하니까(피고인이) “쉿 조용히 해 D이 깨”라고 말을 하고 다시 저한테 키스를 한 후에 제 음부에 손가락을 넣었다. 그래서 제가 고개를 돌리면서 거부를 하니까 “D이 가면 할까”라는 말을 해서 제가 그 말에 제대로 정신이 들어서 “뭐”라고 하니까 D이가 자고 있는 바닥으로 가서 누웠다.
(3) 피해자는 2023. 10. 6. 이 법정에서 다음과 같이 진술하였다.
– 피고인이 계속 저를 누우라고 제 어깨를 밀어서 천장을 보게 눕게 했고, 그렇게 한 4, 5차례 한 다음에 제가 누워서 있으니까 인형도 안겨주고 그런 식으로 했는데, 저는 계속 발버둥을 치는 상황이었다.
– 공황장애가 오면 온몸을 가만히 있지 못한다. 술도 취했고 공황장애도 20분 정도 겪었을 무렵 정신이 몽롱해지면서 잠이 오기 시작했다. 그 다음 누군가 저한테 키스를 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제가 눈을 살짝 떠보니 피고인이었다. 그래서 제가 싫다는 식으로 ’으으‘ 거부를 했고, 왜 이러냐고 웅얼웅얼 말했고, 피고인은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대며 쉿 조용히 하라고, D이 깬다고 그렇게 한 다음에 다시 키스를 하면서 제 아래로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그때 제가 정신이 확 들어서 뭐 하는 거냐고 했고, 그때 피고인은 손가락을 빼면서 “D이 가면 할래? 같이 할래?”라고 했고, 저는 “뭐?” 이렇게 되물었다. 그때 피고인이 정신을 차렸는지 D이 뒤로 가서 D이를 안고 누웠다.
나)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판단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듯한 위와 같은 피해자의 경찰 및 이 법정에서의 진술은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여러 정황에 비추어 볼 때 그대로 믿기 어렵다.
가) 피해자가 이 사건 당일인 2022. 8. 7. 작성한 진술서에는 ‘자는 도중 피고인이 갑자기 키스를 했고, 제가 거부하자 여자친구가 깬다고 조용히 하라고 했다. 그 후 키스와 함께 팬티 속으로 손가락을 넣었다’라고 기재되어 있을 뿐, ‘공황장애’에 관한 언급이 전혀 없다. 수사기관이 작성한 2022. 8. 7.자 입건전조사보고서에도 이 사건 당일 피해자가 ‘침대에서 자는 도중 피고인이 자신에게 키스를 하였고 그때 자신이 정신을 차렸으며 피의자에게 “하지말라”며 명시적으로 거부의사를 표했음에도 불구하고 피의자는 자신의 여자친구가 깨니 조용하라고 말하며 계속 자신에게 키스를 하였고 자신의 팬티 속으로 손을 넣어 음부 안으로 손가락을 넣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나아가 피해자가 작성한 2022. 8. 7.자 진술서에는 피고인의 유사강간 행위 직후의 상황에 관하여 “제가 바로 일어났고 피고인의 여자친구한테 위 일을 말했으나 술에 취해 반응이 없었고, 피고인은 계속 꺼지라고 했다“라고 기재되어 있어 그 직전에 공황장애로 인하여 의사표현이 불가능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유사강간 행위를 한 피고인이 오히려 피해자에게 위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는 점도 납득하기 어렵다.
나) 반면, 피고인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당일부터 피해자와 신체접촉을 하는 경위를 밝히면서 ‘피해자가 공황장애가 있으니 잠에 들 때까지 옆에 있어 달라고 하는 등 요구하여 그에 따라 침대 옆에 앉은 이후 피해자가 자신의 손가락을 먼저 빨기 시작하면서 스킨십을 하게 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피고인의 이러한 진술은 수사 단계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다. 피해자가 수사기관에서 공황장애에 관하여 언급한 것은 피고인의 위와 같은 진술이 이루어진 이후이다.
다) 피해자는 2022. 8. 10. 경찰 조사에서 ”잠도 오려고 해서 인지가 늦었고, 음부에 손가락이 들어올 때 정신을 확 차렸다. 제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러니까 손을 뺐다“라고 진술하였다. 그러다가 수사관이 최초 진술과 시간적 순서가 다른 부분을 지적하자 ”피고인이 키스 한 번 하고 나서 제가 “왜 이래”라고 했나 아마 그랬을 거다.
그러니까 피고인이 “쉿 조용히 해”라고 하고 다시 키스했다. 제가 지금 기억이 잘 안난다. 순서도“라고 진술하였다. 이후 피해자는 2022. 9. 1. 경찰조사에서 ”잠이 오기도 하는 그런 상황이었는데 갑자기 피고인이 침대 옆에 바닥에 서 있는 상태로 상반신을 살짝 숙여서 키스했다. 제가 ‘뭐 하는 거냐’고 옹알옹알하니까 (피고인이) “쉿 조용히 해 D이 깨”라고 하고 다시 저한테 키스를 한 후에 제 음부에 손가락을 넣었다. 그래서 제가 고개를 돌리면서 거부를 하니까 “D이 가면 할까”라는 말을 해서 제가 그 말에 제대로 정신이 들어서 “뭐”라고 하였다“라고 피해 사실을 더욱 구체적으로 진술하였다.
라) 피해자의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서의 진술내용을 모두 살펴보아도 피해자가 유사강간을 당할 당시 잠에 들어(잠에서 덜 깨어) 항거불능 상태였는지, 공황장애로 의사표현 등이 어려운 항거불능 상태였는지 명확하지 않다. 즉, 피해자 진술 중 피고인의 유사강간이 이루어진 당시의 상황을 보면, ‘잠이 든 상태’ → ‘공황장애를 20분 정도 겪어 잠이 들었다가 피고인의 키스로 잠이 깬 무렵’ → ‘공황장애로 의사표현이 어려운 상태’로 변경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피고인과 성적 접촉에 이르게 된 과정 및 그 시간적 선후관계, 당시 피해자의 상태나 반응 등에 대한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오히려 피해자가 당시 상태나 반응에 대하여는 시간이 지나면서 진술이 구체화되는 것으로 보인다.
2) 피고인 진술의 신빙성
피고인의 진술은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신빙성이 있다.
가)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아래와 같이 일관되게 진술하였다.
–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남자친구와 싸워 보기 싫다면서 문도 열어주지 말고 전화도 받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였고, 문을 열어주려는 피고인의 팔을 잡기도 하였다.
– 피해자의 말에 알겠다고 말하고 잠을 자기 위해 D 옆 바닥에 누웠는데, 피해자는 계속해서 남자친구로부터 전화가 오자 갑자기 침대에 앉아서 울기 시작하였다. 피해자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으니 괜찮을 거라고 하자 피해자가 피고인의 팔을 자기 몸쪽으로 가져다 끌어안고 울었다. 피해자는 침대에 누워 있었고 바닥에 앉아 왼팔을 침대에 얹고 오른손으로 휴대폰을 하고 있었는데 피해자가 갑자기 피고인의 왼팔을 가져가더니 팔을 품에 끌어안고 몇 초 후에 피고인의 손가락을 입에 넣어 빨았다. 그때 피해자에게 키스를 하게 되었고 피해자의 가슴과 성기 부분을 만졌다.
나) 피고인은 이 사건 당일 수사기관에서 돌아온 직후 G과 D에게 피해자가 먼저 자신의 손가락을 빨아서 신체 접촉을 하게 되었다고 사건의 경위에 관하여 이야기하였고, G의 조언에 따라 경찰에 손가락의 DNA 채취를 요구하기도 하였다.
3) 그 밖의 사정
가) 피고인의 주치의는 이 법원에서 ’피해자가 주장하는 상태(바들바들 떨면서 손에 뭔가를 꽉 쥐고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고, 소리를 지르거나 말을 하거나 다른 행동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흔한 경우는 아닐 것 같고, 아주 극한 상황이라면 가능성은 있을 수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러나 피해자는 이 법정에서 ”30분 정도 지나 살짝 완화된 상태였다. 공황장애가 심할 때는 제대로 눕지 못하고 일어나서 무릎을 안고 눕고 이랬지만 좀 안정이 와서 바른 자세로 눕게 되었다. 그런 상태에서 피고인이 키스를 했다“라고 진술하였다.
나) 이 법원의 전문심리위원은 ’피해자가 이 사건 당시 공황증상이 어느 정도였는지는 불명확하다. 사건 직후 진술서에는 공황 증상에 대한 내용이 보이지 않는다. 피해자가 자신의 주거지를 벗어난 상태로 남자 친구를 곁에 오지 못하도록 문을 열어주지 않고 전화도 받지 않았던 행동에서 ‘친숙하지 않은 상황을 회피하는 행동’의 공황장애 진단기준 B-2와 다소 맞지 않는다. 공황발작이 나타나면 죽을 것 같은 불안, 공포에 휩싸이므로 비밀/종이백에 입을 대고 숨 쉬거나, 밖으로 나가 혹은 문을 활짝 열어 바깥바람을 쐬어 숨통을 틔우거나, 119 구조대를 불러 응급실로 가는데 이러한 내용이 보이지 않는 점이 공황발작 발현과 다소 상이한 부분이 있다. 공황발작 상태에서는 바들바들 떨면서 손에 뭔가를 꽉 쥐고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고 소리를 지르거나 말을 하는 등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수 있으나 사건 당시 피해자가 공황발작 상태에 있었다고 단정하기에는 정황상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라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
다)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이 사건 당시 공황장애가 있다는 말을 듣고 공황장애 증상을 완화하기 위하여 물을 가져다 달라, 침대 옆에 있어 달라는 등 여러 가지 요구를 들어주다가 신체접촉 행위를 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는바, 설사 피해자가 이 사건 당시 공황장애 증상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판단능력을 상실한 상태였거나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 있었다고 하더라고, 피고인으로서는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라) 피고인이 이 사건 당일 수사기관에서 돌아온 후 피해자에게 사과를 하려고 한 사실은 인정되나, 범죄 전력이 전혀 없는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에게 사과하는 선에서 사건이 마무리 될 것으로 여기고 그와 같이 행동한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
3. 결론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판결요지를 공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