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문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 유
1. 소송의 경과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부산 사하구 B에 사업장 소재지를 두고 여객자동차 운송사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C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였던 사람이고, 피해자 D은 2018. 5.경부터 위 회사에 (차량번호 1 생략) 뉴그랜버드 버스(이하 '이 사건 제1버스'라고 한다)를 지입하기로 계약한 지입차주이며, 피해자 E은 2018. 7.경부터 위 회사에 (차량번호 2 생략) 뉴그랜버드 버스(이하 '이 사건 제2버스'라고 하고, 이 사건 제1, 2버스를 통틀어 '이 사건 각 버스'라고 한다)를 지입하기로 계약한 지입차주이다.
피고인은 위 회사의 대표이사로서 피해자들로부터 지입받은 이 사건 각 버스를 명목상 관리하면서 이 사건 각 버스의 실제 소유자인 피해자들의 동의 없이 금융기관 등에 담보로 제공하지 아니하여야 할 업무상의 임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19. 2. 22.경 위와 같은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F조합로부터 80,000,000원을 대출받으면서 피해자 E의 동의 없이 이 사건 제2버스에 채권최고액 96,000,000원 상당의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담보로 제공함으로써 대출금에 상응하는 80,000,000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함과 동시에 피해자에게 동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고, 2019. 7. 29.경 위와 같은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F조합로부터 80,000,000원을 재차 대출받으면서 피해자 D의 동의 없이 이 사건 제1버스에 이미 설정되어 있던 채권최고액 168,000,000원 상당의 근저당권을 유용하여 담보로 제공함으로써 대출금에 상응하는 80,000,000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함과 동시에 피해자에게 동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과 피해자들 사이에 지입계약이 체결된 사실이 인정되므로 피고인은 이 사건 각 버스의 재산적 가치를 보전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고, 피고인이 피해자들의 동의 없이 이 사건 각 버스에 근저당권을 설정한 행위는 신임관계를 저버린 것으로서 피해자들에게 재산상 위험을 초래하여 업무상배임죄를 구성한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다. 환송 전 당심판결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판결에 대하여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를 제기하였으나, 환송 전 당심은 피고인의 주장을 모두 배척하고 항소를 기각하였다.
라. 환송판결의 판단
피고인은 환송 전 당심판결에 불복하여 상고를 제기하였다. 대법원은 환송 전 당심판결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업무상배임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는 이유로 환송 전 당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이 법원으로 환송하였다.
2.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이 사건 각 버스에 대한 소유권은 C 주식회사에 있으므로, 피고인이 피해자들과의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이 사건 각 버스의 소유권이 피해자들에게 있음을 전제로 피고인의 행위가 업무상배임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
나. 양형부당
설령 피고인에 대해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원심이 선고한 형(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명령)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3.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환송판결의 기속력
법원조직법 제8조는 "상급법원의 재판에 있어서의 판단은 당해 사건에 관하여 하급심을 기속한다"고 규정하고, 법률심을 원칙으로 하는 상고심은 형사소송법 제383조 또는 제384조에 의하여 사실인정에 관한 원심판결의 당부에 관하여 제한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것이므로 조리상 상고심판결의 파기이유가 된 사실상의 판단도 기속력을 가진다. 따라서 상고심으로부터 사건을 환송받은 법원은 그 사건을 재판함에 있어서 상고법원이 파기이유로 한 사실상 및 법률상의 판단에 대하여 환송 후의 심리과정에서 새로운 증거가 제시되어 기속적 판단의 기초가 된 증거관계에 변동이 생기지 않는 한 이에 기속된다. 기속적 판단의 기초가 된 증거관계에 변동이 생기지 아니하였음에도 하급심이 상급심판결의 파기이유와 달리 판단한 경우 그 하급심판결에는 파기판결의 기속력에 관한 법리를 위반한 위법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9. 4. 9. 선고 2008도10572 판결, 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2오5 판결 등 참조).
나. 당심의 판단
(1) 관련 법리
㈎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때 성립하는 것이므로 그 범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을 위하여 대행하는 경우와 같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 · 본질적 내용이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그들 사이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데에 있어야 한다. 이익대립관계에 있는 통상의 계약관계에서 채무자의 성실한 급부이행에 의해 상대방이 계약상 권리의 만족 내지 채권의 실현이라는 이익을 얻게 되는 관계에 있다거나, 계약을 이행함에 있어 상대방을 보호하거나 배려할 부수적인 의무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채무자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수 없고, 위임 등과 같이 계약의 전형적 · 본질적인 급부의 내용이 상대방의 재산상 사무를 일정한 권한을 가지고 맡아 처리하는 경우에 해당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9도1477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 지입차주가 자신이 실질적으로 소유하거나 처분권한을 가지는 자동차에 관하여 지입회사와 지입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지입회사에게 그 자동차의 소유권등록 명의를 신탁하고 운송사업용 자동차로서 등록 및 그 유지 관련 사무의 대행을 위임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지입회사 측이 지입차주의 실질적 재산인 지입차량에 관한 재산상 사무를 일정한 권한을 가지고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서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 ·본질적 내용이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그들 사이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데에 있으므로, 지입회사 운영자는 지입차주와의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할 것이나(대법원 2021. 6. 24. 선고 2018도14365 판결 참조), 지입차주가 지입회사로부터 할부로 지입회사 소유의 자동차를 매수하면서 해당 자동차에 관하여 지입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지입차주가 그 할부대금을 완납하기 전까지는 지입차량을 지입차주의 실질적 재산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지입계약이 체결되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지입회사 운영자가 지입차주와의 관계에서 지입차량에 관한 재산상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대법원 2024. 11.14. 선고 2024도13000 판결 참조).
(2) 인정사실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 C 주식회사(이하 '이 사건 회사'라고 한다)는 이 사건 제2버스를 매수하여 2015. 4. 21. 그 명의로 등록하고, 이 사건 제1버스를 매수하여 2016. 1. 11. 그 명의로등록하였다.
㈏ 피해자 D은 2018. 5.경 이 사건 제1버스를, 피해자 E은 2018. 7.경 이 사건 제2버스를 이 사건 회사로부터 각 매수하면서 이 사건 회사와 사이에 이 사건 각 버스를 이 사건 회사로 각 지입하고, 피해자들은 이 사건 회사에 버스 매매대금으로 각 총 1억 5,500만 원을 지급하기로 하되 그중 3,000만 원은 계약 체결 시에, 나머지 대금은60개월간 할부로 지급하기로 구두 약정하였다.
㈐ 피고인은 2019. 2. 22.경 피해자 E의 동의 없이 대출을 받으면서 이 사건 제2버스에 관하여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2019. 7. 29.경 피해자 D의 동의 없이 이 사건 제1버스에 관하여 이미 설정되어 있던 근저당권으로 다시 대출을 받았다.
㈑ 한편 피해자들은 이 사건 회사에 위 약정에 따른 매매대금을 일부만 지급하고 할부대금 지급을 중단하였다.
(3) 구체적 판단
위와 같이 피해자들은 이 사건 회사와 사이에 이 사건 각 버스에 관하여 매매계약 및 지입계약을 체결한 이후 이 사건 회사에 매매계약에 따른 매매대금을 모두 지급하지 않았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을 모두 살펴보더라도 피해자들이 매매대금을 전부 지급하기 전에 이 사건 각 버스에 관한 실질적 소유권 또는 처분권한을 이전받기로 약정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는 자료를 찾아볼 수 없으므로, 피해자들이 이 사건 각 버스에 대하여 실질적 소유권 또는 처분권한을 가진다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피해자들과 이 사건 회사 사이에 지입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은 이 사건에서, 이 사건 회사가 피해자들과 사이에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그들 사이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이 사건 각 버스를 피해자의 재산으로 보호 또는 관리하기로 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도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지입회사 운영자인 피고인이 지입차주인 피해자들과의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한편, 검사는 당심에서 이 사건 회사가 ① 피해자 E을 상대로 제기한 이 사건 제2버스에 관한 차량인도 청구 사건의 판결문(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2021. 3. 19. 선고 2020가단104642 판결, 부산지방법원 2022. 1. 12. 선고 2021나47721 판결, 대법원 2022. 5. 12. 선고 2022다214149 판결), ② 피해자 D을 상대로 제기한 이 사건 제1버스에 관한 차량인도 청구 사건의 판결문(울산지방법원 2021. 4. 7. 선고 2020가단106199 판결, 울산지방법원 2022. 1. 27. 선고 2021나12353 판결, 대법원 2022. 5. 12. 선고 2022다216466 판결) 등을 증거로 제출하였으나, 위 각 판결문은 이미 원심 공판절차에 증거로 제출되어(증거목록 순번 22, 59, 61, 63) 원심에서부터 환송 전 당심, 환송심에 이르기까지의 종전 변론 과정 전반에 현출되어 환송심의 판단에 충분히 고려된 자료에 불과하고, 달리 이 사건 회사가 피해자들과 사이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이 사건 각 버스를 피해자의 재산으로 보호 또는 관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새로운 유죄의 증거는 제출된 바 없다.
이와 같이 당심의 심리과정에서 새로운 증거가 제시되는 등으로 환송심의 사실상 내지 법률상 판단의 기초가 된 증거관계에 변동이 발생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 나타나지 않는 이상, 환송심이 파기이유로 삼은 사실상 및 법률상 판단의 기속력이 인정되고, 피고인이 피해자들과의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환송판결이 설시한 것과 같은 합리적 의심이 여전히 존재한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다시 쓰는 판결 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은 위 제1.의 가.항 기재와 같은바, 위 제3.의 나.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