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족 간 성범죄 사건은 사회적으로 매우 심각한 문제로 주목받고 있으며, 특히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인 경우 법원의 판단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가 중요한 쟁점이 됩니다. 이 글에서는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미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이 무죄를 선고받은 실제 사례를 통해 관련 법리를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죄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5조 제1항에 규정된 범죄로, 4촌 이내의 혈족·인척 등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을 강간하면 성립합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5조(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등) ① 친족관계인 사람이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경우에는 7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일반 강간죄보다 훨씬 무거운 형사처벌을 받게 되며, 법정형은 7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해당합니다.
범행이 미수에 그쳤더라도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으며, 이 경우 법원은 미수 감경 여부를 재량으로 결정합니다.
강간죄에서 ‘폭행·협박’의 의미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폭행 또는 협박을 수단으로 간음행위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여기서 폭행·협박은 피해자의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러야 하며, 단순한 신체 접촉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따라서 피고인이 실제로 피해자를 제압하여 간음하려 하였는지가 핵심 판단 요소가 됩니다.
2. 피해자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할 수 있는가
유죄 인정을 위한 증명의 기준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인정하려면 법관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공소사실이 진실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을 정도의 증거가 필요합니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가 이러한 확신을 주기에 부족하다면, 비록 유죄의 의심이 든다 하더라도 피고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이는 형사재판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원칙 중 하나입니다.
피해자 진술만 있는 경우의 신빙성 판단
피고인이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하고 직접적인 증거가 없어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그 진술에 매우 높은 수준의 신빙성이 요구됩니다.
구체적으로는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과 타당성은 물론, 객관적인 정황 및 경험칙에도 부합해야 합니다.
또한 피고인의 무죄 주장을 배척할 수 있을 만큼 설득력 있는 진술이어야 유죄 인정의 근거로 삼을 수 있습니다.
3. 이 사건의 사실관계와 법원의 판단
사안의 개요
피고인은 사촌 지간인 피해자와 함께 술을 마시다가 모텔로 이동한 후, 두 차례에 걸쳐 피해자를 강간하려다 미수에 그쳤다는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피해자는 피고인이 침대에 눕히고 몸 위에 올라타 바지를 벗기려 하였으나, 자신이 바지를 붙잡고 버티면서 “하지 마”라고 말하며 저항하여 범행이 미수에 그쳤다고 진술하였습니다.
이 사건에서 피해자의 진술 외에 공소사실을 직접 뒷받침하는 독립적인 증거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 문제
법원은 먼저 범행 일시에 관한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다는 점에 주목하였습니다.
피해자는 최초 신고 당시 “몇 개월 전”이라고 하였다가, 이후 진술서에서는 “2022년 11월경”, 경찰 조사에서는 “2022년 8월경”이라고 말을 바꾸었고, 법정에서는 “2022년 4월경”이라고 진술하였다가 다시 “2023년에 이 사건이 있었던 것 같다”며 번복하였습니다.
법원은 범행 일시는 공소사실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임에도 진술이 큰 폭으로 반복 변경된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사건 후 피해자 행동의 비합리성
또한 법원은 피해자의 사건 이후 행동이 경험칙에 비추어 이례적이라는 점도 지적하였습니다.
피해자는 강간미수 피해를 당했다고 하면서도 피고인이 모텔을 떠난 후 신고하거나 그 자리를 벗어나지 않고 몇 시간을 더 머물며 잠을 잤고, 사건 이후에도 피고인에게 친근한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객관적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그럼에도 피해자는 법정에서 “사건 이후 피고인에게 한 번도 연락한 적 없다”고 진술하여 객관적 사실과 모순되는 진술을 하였습니다.
법원의 최종 판단
법원은 피해자의 진술이 그 자체로 모순되고, 객관적으로 확인된 사실과도 배치되며, 논리와 경험칙에 비추어 합리적이지 않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따라서 신빙성에 큰 의문이 있는 피해자의 진술만을 근거로 피고인의 무죄 주장을 배척하고 강간미수를 유죄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결국 법원은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부산지방법원
주 문 피고인은 무죄.
이 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피해자 B(여, 47세)와 사촌지간으로 친족관계이다. 피고인은 2022. 4. 26. 00:15경 부산 해운대구 C에 있는 'D'에서 피해자와 함께 술을 마시던 중 피해자에게 "모텔로 이동해서 편하게 마시자"라고 제안하고 이에 응한 피해자와 함께 같은 동에 있는 상호불상의 모텔로 갔다. 가. 1차 범행 피고인은 같은 날 01:00경 위 모텔에서 피해자와 함께 술을 마시던 중 갑자기 피해자를 밀어 침대에 눕히고 피해자의 몸 위로 올라타 누르는 등 힘을 주어 피해자를 반항하지 못하게 한 후 피해자의 입술에 키스를 하고 손으로 피해자의 속옷을 내려 가슴을 만지다 피해자의 바지 지퍼를 내렸다. 이어 피고인은 피해자의 바지를 벗기고 피해자를 간음하려고 하였으나, 피해자가 한 손으로 바지를 붙잡고 버티면서 "하지 마"라고 말하고, 다른 손으로 피고인의 얼굴과 가슴을 밀어내는 바람에 그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피고인은 친족관계인 피해자를 강간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나. 2차 범행 피고인은 위 가.항과 같은 1차 범행 이후 모텔에서 나와 피고인의 주거지로 돌아갔다가 같은 날 05:00경 다시 위 모텔로 돌아와, 자려고 침대에 누워있던 피해자의 몸위로 올라타 누르는 등 힘을 주어 피해자를 반항하지 못하게 한 후 피해자의 입술에 키스를 하고 손으로 피해자의 바지 지퍼를 내렸다. 이어 피고인은 피해자의 바지를 벗기고 피해자를 간음하려고 하였으나, 피해자가 한 손으로 바지를 붙잡으면서 "하지 마"라고 말하고, 다른 손으로 피고인의 얼굴과 가슴을 밀어내며 버티는 바람에 그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피고인은 친족관계인 피해자를 강간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2. 피고인 및 변호인 주장의 요지 피고인은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를 2회 강간하려고 한 사실이 없다. 이 사건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유일한 증거인 피해자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 3. 판단 가. 관련 법리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검사의 입증이 이러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충분히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설령 유죄의 의심이 든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1도15767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이 일관하여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공소사실을 인정할 직접적인 증거가 없어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과 타당성뿐만 아니라 객관적인 정황과 경험칙 등에 비추어 피해자의 진술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고, 피고인의 무죄 주장을 배척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신빙성이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7. 10. 31. 선고 2016도21231 판결, 대법원 2019. 7. 25. 선고 2019도6576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에 관한 직접적인 증거는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이유일하고, 나머지 증거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만한 독자적인 증명력을 가진 증거로 보기 부족하다. 그런데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해자의 진술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이 사건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고, 피고인의 무죄 주장을 배척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신빙성을 가지고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그 밖에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를 2회 강간하려다가 미수에 그친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1) 피해자는 이 사건 공소장에 범행일시로 기재된 2022. 4. 26.로부터 약 1년 7개월이 경과한 2023. 11. 17. 피고인에 대하여 112신고를 하였는데, 당시 작성된 112신고 사건처리표에는 "몇 개월 전 모텔에 끌고 가서 당했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반면 같은 날 피해자는 진술서에 범행 일시를 "2022. 11.경"이라고 기재하였고, 2023. 11. 27. 경찰 제1회 조사에서는 범행 일시를 "2022. 8.경"으로 진술하였다. 이후 피해자는 2023. 12. 19. 경찰 제2회 조사에서 범행일시에 관하여 "제 기억으로는 여름철인데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진술하였기도 하였고, 2024. 1. 23.자 자필진술서에는 범행 일시를 다시 "2022.8.경"으로 기재하였다. 한편 피해자는 이 법정에서 범행 일시를 공소장에 기재된 2022.4.경이라고 진술하였다가, 그와 같이 기억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다시 2023년에 이 사건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하여 진술을 번복하였다. 또한 위와 같이 진술을 변경한 이유에 관하여, 피해자는 "그때는 신고할 생각이 없어서 전혀 기억을 못하고 있었다. 우발적으로 화가 나서 신고를 한 것이고, 계획된 것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범행 일시는 공소사실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범행 일시에 관한 피해자의 진술은 계속 큰 폭으로 매번 변경되었다.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기억이 산일되거나 불분명해지고 세부적인 부분에 관한 진술이 어느 정도 달라질 수 있음을 감안하더라도, 이 사건 범행의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사항인 범행일시 자체에 관하여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은 것은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2) 피해자는 경찰 조사에서 "사건 당일 피고인과 만나서 'D'에서 술을 마시다가 편의점에서 맥주와 소주, 안주를 사서 함께 모텔로 갔다. 당시 'D'에서 한 시간 가량있었던 것 같고, 술도 많이 마신 것은 아니다. D에서 대화를 할 때는 편안하게 대화를 하고 좋았다. 피고인이 '모텔로 이동해서 편하게 마시자'고 하기에 내가 '이건 아닌 것 같다'고 거절했는데, 다시 한 번 '편하게 먹자, 가자'고 해서 모텔에 가게 된 것이다. 이후 모텔방에서 피고인이 내 입술에 키스를 하고 내 바지 지퍼를 내렸는데 내가 저항하여 벗기지 못하였고, 그러다가 피고인이 '집에 가야된다'면서 옷을 입고 나갔다. 나는 진이 빠져서 잠이 들었는데, 약 두 시간 후에 피고인이 다시 와서 또 내 바지를 벗기려고 하다가 내가 필사적으로 바지를 붙잡는 바람에 벗기지 못했다. 이후 피고인이 '출근해야 된다'고 하면서 혼자 모텔에서 나갔고, 나는 혼자서 다시 잠에 들었다가 12시쯤집으로 갔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증거기록 제28, 제29, 32, 33, 116면). 또한 피해자는 이 법정에서 "13살 때 피고인이 가슴을 만지는 성추행을 하였고, 여동생에게는 성기를 만지는 추행을 하였다. 그때부터 계속 트라우마가 남게 되어 성관계가 어렵고 트라우마 때문에 결혼을 못한 것도 있는 것 같다. 피고인과 20년 이상 연락을 안하다가 2021년경 처음 연락하여 만났고, 사건 당일 피고인과 함께 포차를 가고 모텔에 간것은 술을 먹어서 정신력이 흐트러져서 그런 것 같다. 피고인으로부터 강간을 당할 뻔한 후 바로 뛰쳐나가거나 신고를 하지 못한 이유는 당시 뛰쳐나갈 몸 상태가 안 되었기 때문이다"라고 진술하였다. 3) 위 진술내용에 의하면 피해자는 사건 당일 피고인과 'D'에서 만나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면서 술을 마시다가 함께 모텔로 이동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피고인으로부터 강압을 당한 사정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피해자는 이 사건 모텔에서 두 번 강간을 당할 뻔하였다고 하면서도 피고인이 떠난 직후 이 사건 모텔에 몇 시간 동안 더 머무르면서 잠을 잤고 경찰에 신고를 하지도 않았다. 피해자의 진술대로라면 피고인으로부터 13살 무렵에 성추행을 당하여 심각한 트라우마가 생겼고, 그로 인하여 성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등 약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정신적 고통을 받아왔다는 것인데, 피고인으로 인하여 트라우마를 겪게 된 피해자가 피고인과 함께 술을 마시다가 비교적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모텔로 이동하고, 강간미수 범행을 당한 후 피고인이 모텔에서떠났음에도 그곳을 벗어나려고 하거나 아무런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채 계속 모텔에 머무르면서 잠을 잤다는 것은 이례적이어서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4) 한편, 피고인의 휴대전화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결과 피해자가 2022. 6. 2. 피고인에게 전화를 발신한 사실, 피해자가 2022. 11. 14. 피고인에게 "네. 서울에서 뵈여", "몸조리 잘하시구요"라는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사실이 확인된다. 위와 같이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두 차례 연락한 사실이 있음에도 이 법정에서 "이 사건 이후 피고인에게 한 번도 연락한 사실이 없다"라고 진술하였다가, 재판부에서 위 문자메시지발신내역에 대하여 묻자 "2022. 11. 14. 피고인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은 피고인 누나의 딸 결혼식 때문에 서울에 가야 하는데 이동수단을 알아보기 위하여 연락했다. 이때는 단순히 물어볼 생각만 했고 사과 요구를 할 생각은 없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그러나 이 사건 이후 피고인과 연락하게 된 상황에서 피해자가 피고인의 범행에 대하여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은 채 일상적인 대화만을 나누었다는 것은 과거 피고인으로부터 당한 성추행과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강한 분노를 품고 있었다는 진술과도 맞지 않는다. 5)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의 진술은 그 진술 자체로 모순되거나 객관적으로 확 인된 사실과도 모순되고, 진술 내용이 논리와 경험칙에 비추어 합리적이지 않다. 설령 피해자가 불분명한 기억을 환기하는 과정에서 일부 사항을 착오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할지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그 신빙성에 큰 의문이 있는 피해자의 진술만을 근거로 이에 반대되는 피고인의 진술 및 객관적인 정황을 모두 배척하고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를 2회 강간하려다가 미수에 그쳤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않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4. 결론
성폭력 사건은 법리가 복잡하고 진술의 신빙성 판단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만큼, 피고인이나 피해자 모두 혼자서 사건을 대응하는 데는 명백한 한계가 있습니다.
형사전문 변호사는 진술의 일관성, 객관적 정황과의 모순 여부, 경험칙에 따른 행동의 합리성 등을 치밀하게 분석하여 의뢰인에게 가장 유리한 방향으로 대응 전략을 수립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혐의와 같은 중대한 형사사건에 연루되었다면, 반드시 형사전문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