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문피고인은
무죄.
이 유
1. 공소사실
가. 사기
C는 서울 강남구 D건물 4층에 있는 주식회사 E의 대표이사이고, 피고인은 2015. 12.경부터 주식회사 E의 사업 관련하여 투자자를 모집하는 모집책이다.
피고인과 C는 2016. 8.경 서울 서대문구 F에 있는 피해자 G이 운영하는 커피숍에 순차 방문하여 피해자에게 “주식회사 E에서 추진하는 ‘스타폰’ 사업에 투자하면 3개월 후 원금 및 이자 10%를 지급하고 순이익 중 30%에 대하여 투자액 비율로 배당금을 주겠다.”라고 말하고, 계속하여 같은 무렵 피해자에게 “주식회사 E에서 추진하는 ‘H’, ‘I’, ‘J’ 등 각종 사업의 고수익 창출이 예상되니 주식회사 E 주식에 투자하면 1년 후 투자금의 2배로 회사에서 매입해 주겠다.”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사실 위 스타폰 사업은 사업의 관건인 해당 연예인과의 계약조차 불확실하여 3개월 후 제품생산 및 판매를 통한 수익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였고, 기타 사업의 경우에도 광고비 투입 등을 통한 어플리케이션 활성화 및 이에 따른 수익 실현에 이르기까지 상당 기간이 소요되거나 그 사업 전망이 불투명한 반면, C는 당시 직원들의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료도 미납할 정도로 재정상황이 열악하였음에도 별다른 초기자금 없이 피해자들의 투자금에만 의존하여 사업을 진행하면서 기존 사업의 수익 실현이 불확실함에도 계속하여 신규 사업을 개시하여 투자자를 모으는 방식의 사업을 추진하는 등 피해자들에게 정상적으로 투자금을 돌려줄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피고인은 C와 공모하여 위와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2016. 8. 8. C 명의의 기업은행 계좌(계좌번호 1 생략)로 40,000,000원을 송금받은 것을 비롯하여 2016. 1. 15.경부터 2018. 4. 6.경까지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피해자 36명으로부터 합계 3,112,290,000원을 송금받았다.
나. 유사수신행위의규제에관한법률위반
누구든지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기 위하여 장래에 출자금의 전액 또는 이를 초과하는 금액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고 출자금을 수입하는 행위를 하고자 하는 자는 법령에 의한 인가·허가 또는 등록·신고 등을 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C와 공모하여 인가·허가를 받거나 등록·신고 등을 하지 아니하고 위 ‘가’항 기재와 같이 위 G으로부터 투자금 명목으로 40,000,000원을 받은 것을 비롯하여 2016. 1. 15.경부터 2018. 4. 6.경까지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총 36명으로부터 합계 3,112,290,000원을 교부받아 장래에 출자금의 전액을 초과하는 금액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고 출자금을 수입하는 행위를 업으로 하는 유사수신행위를 하였다.
2. 변호인의 주장 요지
(1) 피고인은 다른 피해자들처럼 C의 기망에 속아 주식회사 E(이하 ‘이 사건 회사’라고 한다)에 투자한 주주로서 피해자에 불과할 뿐이다. 피고인은 투자금 편취에 관하여 C와 공모한 사실이 없고, 피고인에게 피해자들을 기망하여 투자금을 편취한다는 인식도 없었다.
(2) 피고인은 유사수신행위를 업으로 하는 것에 대해 C와 공모한 사실이 없고, 이에 대한 고의도 없었다.
3. 판단
가. 관련 법리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검사의 증명이 그만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설령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어 유죄의 의심이 가는 등의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유죄의 인정은 범행 동기, 범행수단의 선택, 범행에 이르는 과정, 범행 전후 피고인의 태도 등 여러 간접사실로 보아 피고인이 범행한 것으로 보기에 충분할 만큼 압도적으로 우월한 증명이 있어야 하고, 피고인이 범행한 것이라고 보기에 의심스러운 사정이 병존하고 증거관계 및 경험법칙상 위와 같이 의심스러운 정황을 확실하게 배제할 수 없다면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 피고인은 무죄로 추정된다는 것이 헌법상의 원칙이고, 그 추정의 번복은 직접증거가 존재할 경우에 버금가는 정도가 되어야 한다(대법원 2023. 1. 12. 선고 2022도14645 판결 등 참조).
나. 사기의 점에 관한 판단
(1) 먼저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 즉 ① 피고인이 L, M, N, O 등 지인이 아닌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을 찾아가 C가 추진한다는 사업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 적극적으로 투자를 권유하였던 점, ② 이 사건 회사가 투자자들에게 직접 교부해야 하는 ‘투자약정서’와 ‘주권교부증’을 피고인이 대신 교부하기도 한 점(피고인신문 6면), ③ 피해자들이 다수 가입되어 있는 네이버 ‘밴드’에 이 사건 회사가 추진 중인 사업 현황을 알리면서 곧 배당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취지의 글을 올리는 방법으로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고 추가 투자를 독려하였던 점(증거기록 1권 378면, 466-475면), ④ 피고인이 이 사건 회사의 ‘주주협의회 대표’로 활동하면서, 대표이사 C로부터 약 9억 원을 송금 받아 일부는 주주들 모임에 필요한 ‘활동비’ 명목으로 사용하였고, 일부는 투자금 회수를 요구한 피해자에게 ‘투자금 반환’ 명목으로 송금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C가 이른바 ‘돌려막기’ 방식으로 투자금을 유치한다는 사실을 알면서 C와 공모하여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투자를 권유하는 방법으로 금전을 편취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2) 그러나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앞서 인정한 사실만으로는 피고인이 C와 공모하여 편취의 고의를 가지고 피해자들을 기망한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 C는 피해자들에게 이 사건 회사가 추진하는 사업이 거액의 자금을 필요로 하므로 또 다른 투자자를 소개하면 사업이 더 잘 될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하였고, 지인 등 다른 투자자를 유치한 피해자를 ‘리더’라고 부르면서, 투자 유치활동을 독려하였다(증인 P의 증인신문조서 20면). 이에 따라 피고인뿐만 아니라, 다른 피해자들도 지인들에게 적극적으로 투자를 권유한 것으로 보인다(피해자 Q은 고소 당시 제출한 사건경위서에 ‘피고인과 R, S의 소개로 이 사건 회사 사업을 알게 되었다.’고 기재하였는데, S은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4에 기재된 피해자에 해당한다). 실제로 피해자 P은 이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 ‘제가 보험설계사인데, 제 고객들에게 투자했다고 알리니까, 투자하고 싶다는 분이 있었다.’, ‘C가 개인하고는 거래를 잘 안한다고 하면서, 자금을 모아서 투자해달라고 해서 제 돈과 고객의 돈을 모아서 투자하였고, 고객 이름으로 작성된 투자약정서를 제가 가지고 있다가 수사기관에 제출하였다.’고 증언한 바 있다(증인신문조서 4, 6-7면).
다른 피해자들과 마찬가지로 피고인 본인도 상당 금액을 투자금 명목으로 C에게 지급한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 P 역시 이 법정에서 ‘저도 그 때 당시에는 이게 진짜 될 것처럼 했기 때문에 저도 다른 분을 소개한 것이다. 제 돈이 들어갔기 때문에 잘 돼야 된다는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소개하였고, 피고인도 그런 마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증언하여(증인신문조서 17면) 다른 피해자들과 마찬가지로 피고인도 투자자로서 사업 성공을 위해 다른 투자자를 유치할 동기가 있었던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불특정 다수인에게 이 사건 회사의 사업을 설명하면서 투자를 권유했다는 사실만으로는 C와 범행을 공모하였다고 볼 수 없다.
② 피고인이 이 사건 회사의 ‘주주협의회 대표’로 선출된 것은 C에게 투자금을 지급한 피해자들, 일명 ‘주주’라고 불렸던 자들이 내부적으로 논의하여 선정된 결과로 보이고(피고인신문 15면, 증거기록 4권 1225면), 대표이사였던 C가 직접 피고인을 주주대표로 지정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즉, 피고인은 피해자들이 주주의 이해관계를 대변해달라며 선정한 ‘주주협의회 대표’ 지위에 있었을 뿐 이 사건 회사의 직원이 아니었고, 회사의 내부 정보를 알 수 있는 다른 직책을 맡은 사실도 없다. 피해자 P도 이 사건 회사 사무실에 방문하였을 때 피고인을 보지 못하였다고 증언한 바 있다(증인신문조서 18면).
피고인이 네이버 밴드에 올린 글은 이 사건 회사의 사업 현황과 관련된 것으로서 ‘영업부를 대리하여’ 올렸다는 표현이 있기는 하나(증거기록 1권 378면, 4권 1667면), 피고인의 진술에 의하면 영업이사로 불렸던 T로부터 들은 내용을 전달한 것에 불과하고, 그 밖에 피고인이 사업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알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고 볼 만한 다른 증거가 없다.
피고인은 C가 추진하였던 스타폰 사업 등이 실제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았다면서, ‘통역 앱을 개발해서 유명 회계법인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는 C의 말을 그대로 믿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피고인신문 12면), 피해자 P 역시 피고인과 동일하게 ‘C가 회계법인 서류를 보여주면서 회사 가치가 600억 원으로 평가되었다고 말하여 믿게 되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피해자 P 증인신문조서 12면). 또한 수사과정에서 C가 스타폰 사업을 실제로 추진하였다는 증거로 연예인과 체결한 계약서를 제출하였던 점(증거기록 749면), 피고인이 ‘C가 제작한 통역 앱의 테스트 버전을 실행해본 적이 있다.’고 진술한 점(피고인신문 12면)에 비추어보면, 다른 피해자들과 마찬가지로 피고인도 대표이사 C가 추진하고 있다는 사업에 관한 구체적인 진행 상황을 알지 못한 채 C가 제공하는 자료에 의존하여 막연히 투자금을 지급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투자를 권유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피고인이 다른 피해자들에 비해 C가 진행한다는 사업의 실체를 자세히 파악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미필적으로나마 C가 추진한다는 사업의 실체가 없음을 인식하면서 투자를 권유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③ C의 변호인이 수사과정에서 제출한 의견서에 ‘C는 투자자들과의 연락을 담당한 피고인에게 고마워서 주주협의회 모임과 활동의 경비로 월 1,000만 원에서 2,000만 원 정도를 지급하였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데(증거기록 4권 1381면), 다른 피해자들 진술에 의하더라도, 주주들끼리 모여 식사하거나 만난 사실이 있으므로, 주주협의회 대표로서 비용 지출이 필요하였던 사정이 확인된다. 따라서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C가 피고인에게 지급한 돈 전부가 투자자 모집책으로 활동한 수당이라거나, 투자자 유치의 대가 성격을 갖고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비록 피고인이 본인의 계좌로 직접 피해자 U, V으로부터 돈을 송금받은 사실이 인정되기는 하나(증거기록 1권 239, 352면), 피고인 외에 투자자를 유치한 다른 피해자들도 본인의 계좌로 투자금을 송금 받아 C에게 보내기도 하였으므로, 피고인의 계좌로 투자금이 송금된 사실만으로는 피고인이 C와 사기 범행을 공모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인이 C로부터 받은 돈으로 일부 피해자들에게 투자금을 직접 반환하였던 사정은 인정되나, 주주들의 의사를 취합하였던 피고인이 대표이사 C에게 피해자들의 요구를 전달한 것으로 보이고, 대표이사인 C의 결정에 따라 투자금 반환 여부가 결정된 것이어서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이 투자금을 직접 관리하였다고 볼 수 없다. C의 제안에 따라 이 사건 회사 사무실에서 손님 등에게 커피를 제공하였던 피해자 G은 ‘T가 이 사건 회사의 영업이사로서 투자금을 관리하였다.’고 진술하였고(증거기록 2권 555면), 그 밖에 피고인이 투자금 관리에 관여하였다고 볼 만한 다른 증거가 없다.
④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증거로는 피해자 S, G, L, W, M, X, Y, Z이 ‘피고인으로부터 기망 당하여 투자하였다.’는 취지로 작성한 사건경위서와 W, X, G이 수사기관에서 같은 취지로 한 진술 등이 있다. 그러나 위 피해자들은 이 법원에 다시 사실확인서를 제출하면서 ‘피고인을 고소하지 않았고, 피고인을 처벌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더하여 피해자 L는 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C만 고소한 줄 알았고, 피고인은 고소한 줄도 몰랐다.’고 증언한 바 있어 수사 단계에서 이루어진 피해자들의 진술은 신빙성이 떨어져 믿을 수 없다.
나. 유사수신행위의규제에관한법률위반의 점에 관한 판단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회사의 투자자 모집 과정에 관여한 사정은 인정된다. 그러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C와 공모하여 장래에 출자금 전액을 초과하는 금액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고 출자금을 받는 행위를 업으로 하였다는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만큼 증명되었다고 할 수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