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이중매매로 인한 배임죄 문제는 국내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건 중 하나로, 최근에는 해외 부동산 거래를 둘러싼 형사 분쟁도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해외 소재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매도인의 이중처분 행위가 배임죄를 구성하는지에 대해 실제 사례를 통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1. 배임죄란 무엇이며, 어떤 경우에 성립하는가
배임죄의 기본 성립요건
배임죄는 형법 제355조 제2항에 규정되어 있으며,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상대방에게 손해를 가할 때 성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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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
제355조(횡령, 배임)
②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 |
배임죄가 성립하려면 반드시 그 행위자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어야 한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아무리 상대방에게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배임죄로 처벌할 수 없습니다.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란 단순히 계약 상대방의 이익을 고려할 부수적인 의무를 지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하거나 관리하는 데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단순히 계약을 이행하는 채무자가 성실하게 급부를 이행하면 상대방이 이익을 얻게 되는 관계에 있다거나, 계약 이행 과정에서 상대방을 배려할 부수적 의무가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위임과 같이 계약의 전형적·본질적인 급부 내용이 상대방의 재산상 사무를 일정한 권한을 가지고 맡아 처리하는 경우에 해당하여야 합니다.
2. 부동산 이중매매와 배임죄의 관계
중도금 지급 이후의 법률관계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때에는,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매수인의 재산 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하고 관리할 신임관계에 놓이게 됩니다.
이 단계부터 매도인은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게 됩니다.
따라서 이러한 지위에 있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소유권을 이전하기 전에 제3자에게 부동산을 처분하고 그 등기까지 마쳐준 행위는 매수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로서 배임죄가 성립합니다.
배임죄의 처벌 수위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배임죄는 형법 제355조 제2항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나아가 이득액이 5억 원 이상인 경우에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가 적용되어 이득액이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 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가중 처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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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특정재산범죄의 가중처벌)
① 「형법」 제347조(사기), 제347조의2(컴퓨터등 사용사기), 제350조(공갈), 제350조의2(특수공갈), 제351조(제347조, 제347조의2, 제350조 및 제350조의2의 상습범만 해당한다), 제355조(횡령ㆍ배임) 또는 제356조(업무상의 횡령과 배임)의 죄를 범한 사람은 그 범죄행위로 인하여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가액(이하 이 조에서 "이득액"이라 한다)이 5억원 이상일 때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가중처벌한다. <개정 2016.1.6, 2017.12.19> 1.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일 때: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2.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 때: 3년 이상의 유기징역 ② 제1항의 경우 이득액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을 병과(倂科)할 수 있다. |
이처럼 배임죄는 피해 금액 규모에 따라 상당히 무거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3. 이 사건의 경위와 쟁점
사안의 개요
피고인은 멕시코에 소재한 약 1만 5천 제곱미터 규모의 토지를 피해자에게 1,200만 페소에 매도하기로 구두로 약정하였고, 이후 수십 차례에 걸쳐 피해자로부터 매매대금의 58% 상당인 706만 5천 페소를 지급받았습니다.
이후 두 사람은 서면으로 매매계약서를 작성하고 공증까지 받았으나, 피고인은 약정된 소유권 이전 기한 이후 저당권자에게 이 사건 토지의 소유권을 이전하였습니다.
검사는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음에도 임무에 위배하여 제3자에게 토지를 처분함으로써 배임죄를 저질렀다고 공소를 제기하였습니다.
준거법 문제
이 사건은 거래 당사자 모두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대상 부동산이 멕시코에 소재하고 계약 체결지도 멕시코이므로 국제사법 제1조에서 말하는 외국적 요소가 있는 사건에 해당합니다.
국제사법 제46조 제3항에 따르면 부동산에 대한 권리를 대상으로 하는 계약의 경우 부동산 소재지국의 법이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국제사법 제33조 제1항에 의하면 부동산에 관한 물권 또는 등기하여야 하는 권리는 그 부동산의 소재지법에 따릅니다.
따라서 이 사건 계약의 내용과 효력, 피고인과 피해자 간의 신임관계의 정도 등은 멕시코 할리스코주법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합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멕시코 할리스코주법에 따른 부동산 물권변동에 관한 법리, 이 사건 계약의 구속력의 정도, 매매대금 지급에 관한 거래 관행 등 피고인이 피해자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피해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사정을 확인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법원은 오히려 멕시코에는 매도인의 이중처분을 방지할 수 있는 공증인 제도 내지 에스크로 제도와 같은 장치가 마련되어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법원은 피고인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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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지방법원 남양주지원
주 문
피고인은 무죄. 이 유 1. 공소사실 5) 피고인은 2020. 1. 14. D 앞으로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 |
4. 결론
이 사건처럼 해외 부동산 거래가 얽힌 배임죄 사건은 준거법 결정, 외국 법제에 대한 증명 문제 등 복잡한 법적 쟁점이 중첩되어 있어 당사자 혼자서 이를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데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습니다.
배임죄 성립 여부를 좌우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해당 여부, 준거법 적용 등의 쟁점은 형사 전문 변호사의 정밀한 법리 분석과 증거 수집 전략이 뒷받침되어야 비로소 제대로 된 방어가 가능합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사건에 연루되었다면, 사건 초기 단계부터 반드시 형사전문변호사의 조력을 받아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