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또는 대기발령 상황에서 회사 컴퓨터를 반납하기 전에 업무용 파일을 삭제하였다가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사례가 최근 들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회사 업무용 파일을 삭제한 행위가 전자기록등손괴죄 및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실제 사례를 통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1. 전자기록등손괴죄란 무엇인가
죄의 성립 요건
형법 제366조는 타인의 재물, 문서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하거나 그 효용을 해한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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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
제366조(재물손괴등) 타인의 재물, 문서 또는 전자기록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기 효용을 해한 자는 3년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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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타인의 전자기록’이란 행위자 이외의 사람이 기록으로서의 효용을 지배하고 관리하고 있는 전자기록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내가 직접 작성한 파일이라도 회사가 그 기록으로서의 효용을 지배·관리하는 상태라면, 이를 무단으로 삭제하는 행위가 전자기록등손괴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손괴죄에서 ‘효용’의 의미
손괴죄의 객체가 되려면 해당 전자기록이 재산적 이용가치 또는 효용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전자기록은 무한 복제가 가능한 특성이 있으므로, 원본과 복제본의 구별이 사실상 의미가 없는 경우에는 삭제된 파일이 독자적인 효용을 가진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결국 삭제된 파일과 동일한 내용의 파일을 피해 회사가 이미 보유하고 있었거나 쉽게 확보할 수 있었다면, 그 파일을 삭제한 행위가 효용을 해한 것으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2. 업무방해죄의 성립 요건
위력의 의미와 판단 기준
형법 제314조 제1항이 규정하는 업무방해죄에서 ‘위력’이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거나 혼란하게 할 만한 일체의 세력을 뜻하며, 유형적 방법이든 무형적 방법이든 가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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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
제314조(업무방해)
①제313조의 방법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12.29> |
다만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실제로 제압하기에 충분한 정도가 되어야 하고, 범행의 동기, 목적, 인원수, 업무의 종류, 피해자의 지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업무방해 결과 발생 위험의 요건
업무방해죄가 성립하려면 실제로 업무방해의 결과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업무방해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발생하여야 합니다.
또한 그 위험의 발생이 위력으로 인한 것인지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합니다.
따라서 파일을 삭제하였더라도 그로 인해 회사 업무에 실질적인 지장이 생길 위험이 없었다면,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습니다.
3. 이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과 법원의 판단
사안의 개요
피고인은 오랜 기간 피해자 법인에서 근무하다가 대기발령 조치를 받은 후, 사용하던 업무용 컴퓨터와 외장 하드디스크를 포맷하여 그 안에 저장되어 있던 업무 관련 파일들을 삭제하였습니다.
피해자 법인은 피고인이 파일을 삭제하기 전에 업무 관련 파일은 삭제하거나 외부로 반출하지 말라는 내용을 직접 전달하였고, 같은 취지의 카카오톡 메시지와 이메일도 발송하였습니다.
이에 검사는 피고인을 전자기록등손괴죄 및 업무방해죄로 기소하였습니다.
삭제된 파일들의 성격
삭제된 파일 중 상당수는 피고인이 이미 피해자 법인의 내부 전산망 등을 통하여 보고하거나 제출을 마친 파일과 동일한 내용의 것들이었습니다.
일부 파일은 최종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생성된 미완성 자료이거나 구두보고를 위한 기초자료에 불과하였고, 또 다른 파일들은 외부 인터넷에서 다운로드받을 수 있는 자료이거나 피해자 법인 측도 이미 보관하고 있던 외부 자문의견서였습니다.
한편 추가로 공소사실에 포함된 파일들 중 일부는 피고인이 해당 파일을 실제로 보유하였다가 삭제하였다는 사실 자체가 증거로 확인되지 않고, 피해자 법인 측이 피고인의 업무 이력을 근거로 추정한 것에 불과하였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피고인이 삭제한 파일 대부분이 피해자 법인 측에 이미 보고된 파일과 별도로 재산적 이용가치나 효용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피고인에게 타인이 효용을 지배·관리하는 전자기록을 손괴한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피고인이 인사이동 후 이 사건이 발생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경과하는 동안 피해자 법인이 파일을 전달받지 못해 업무에 지장이 있다는 취지의 지적을 한 사실도 확인되지 않았고, 피고인의 퇴사 이후 별도의 후임자를 지정할 필요조차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업무방해의 위험이 발생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결국 법원은 전자기록등손괴죄와 업무방해죄 모두에 대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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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부지방법원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 사실오인, 법리오해 |
4. 결론
전자기록등손괴죄나 업무방해죄로 기소된 경우, 삭제된 파일의 효용 여부와 회사의 지배·관리 여부, 업무방해 위험의 발생 여부 등 복잡한 법리가 얽혀 있어 당사자 혼자서 이를 효과적으로 반박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형사전문 변호사는 삭제된 파일의 성격과 회사의 파일 보유 현황, 업무 인수인계 방식 등을 면밀하게 분석하여 무죄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사정을 법원에 효과적으로 제시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업무용 파일 삭제와 관련하여 형사 문제가 발생하였다면, 반드시 형사전문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