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문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피고인은 피해자들로부터 합계 14억 원을 차용함에 있어 피해자들에게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말로 기망한 사실이 없고, 위 차용 당시 피고인의 재정 상황을 피해자들이 모두 알고 있었으므로 피고인은 피해자들에게 변제능력을 기망한 사실도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이 피해자들을 기망하여 차용금 14억 원을 편취하였다고 판단하였으므로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2년 6월)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골재채취·생산·선별·판매·운반업을 하는 주식회사 B(2022. 8. 1. 폐업, 이하 'B'라 한다), 주식회사 C(2022. 8. 15. 폐업), 주식회사 D(2022. 8. 31. 폐업, 이하 'D'이라 한다)의 대표이사였던 사람이고, 2020. 6. 5.경 피해자 E, 피해자 F이 운영하던 주식회사 G(2022. 10. 4. 법인회생 신청)을 인수한 뒤 위 회사들을 운영하여 왔다.
피고인은 2022. 1. 중순경 장소 불상지에서 피해자들에게 "사업자금 14억 원을 빌려달라, 하반기부터는 진천군 H 현장에서 1,000만 루베의 원석이 나올 것이 있는데 지리적으로 G이 가장 유리하기 때문에 몇 년 동안은 원석을 채취하면서 꽤 큰 수익이 날것으로 예상이 된다, 차용금에 대해서는 연 4.5%의 이자를 매월 지급하겠으며 원금을2024. 1. 31.까지 변제하겠다"라고 거짓말하면서 그 무렵 관련 합의서, 금전소비대차계약서를 작성하였다.
그러나 사실은 피고인은 당시 운영하던 법인들이 수십억 원씩의 채무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4대 보험은 물론 국세와 법인카드 대금, 전기세를 체납하는 등 재무상태가 매우 열악한 상황이었으며, I산업단지에 대한 개발 계획 소문만 있었을 뿐 피고인이 I산업단지에 대한 구체적인 사업추진 계획을 수립한 것도 아니었으며 당시 재무 사정이 열악하여 장비 대여 업자들에게 수억 원의 대금을 지급하지도 못하고 있었기에 피해자들로부터 14억 원을 차용하더라도 매달 이자를 정상적으로 지급하기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원금을 변제할 의사나 능력도 없었다.
피고인은 이에 속은 피해자들로부터 2022. 1. 28.경 8억 원, 같은 해 2. 10.경 3억 원, 같은 해 2. 22.경 2억 5,000만 원, 같은 해 3. 15.경 5,000만 원을 각각 G 명의 계좌로 송금받았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들을 기망하여 합계 14억 원을 편취하였다.
3. 판단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비추어 피고인이 편취의 고의로 약정한 기한 내 변제할 의사와 능력이 없었음에도 피해자들을 기망하여 피해자들로부터 차용금 14억 원을 편취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유죄를 선고하였다.
1) 피해자들이 피고인에게 합계 14억 원을 빌려준 것(이하 '이 사건 대여'라 한다)은, 피고인이 2020년 주식회사 G(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을 인수한 이후 2022. 1.경 전후로 회사 운영이 어려운 점 등을 들어 다시 이 사건 회사를 재인수해달라고 요청하였으나, 피해자 측이 부채도 파악이 되지 않고 회사 평판도 좋지 않다는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그렇다면 이 사건 회사가 정상 운영될 수 있도록 운영자금을 대여하여 줄 것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졌다.
2)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고인이 2020년 이 사건 회사를 인수한 후 그간의 계약에 대하여 제대로 이행한 것이 없었다. 이 사건 대여금 이전에 25억 원을 돌려받을 것이 있고, 복구공사나 다른 토지 문제 등 연결된 문제가 많아 피고인이 이 사건 회사를 잘 운영해서 잘 되어야 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이 사건 회사를 위하여 사용하라고 빌려주었다. 피고인이 '빚이 얼마 없으니 14억 원을 빌려주고 이자를 싸게 연 4.5% 정도로 해주면 2024. 1. 31.까지 갚겠다.'라고 하여,2022. 3.경까지 총 14억 원을 지급하였는데, 2022. 3. 31. 최초 1회분의 이자 약 390만 원만 지급한 후 원리금을 전혀 변제하지 아니하였다."라고 일관되게 진술하였다.
3) 피고인은 이 사건 대여 당시 '회사 사정이 많이 안좋지 않냐'는 F의 질문에 대하여 '그 정도는 아니다'라고 대답하면서, '제가 지금 그 추진하고 있는데, 여기 I산업단지에 나올 양이 1,000만 루베 정도의 물량이 있어요. 그래서 지금 2년째 그쪽에 회장님하고 나오면 하려고, 이제 J에서 들어와있걸랑요. 내년 이제..올 후반기는 이제 시작할 건데, 그러면 1,000만 루베 치려면 이제 뭐 몇 년 걸리겠죠. 그래서 K이 제일 괜찮고."라고 하면서 이 사건 회사가 1,000만 루베의 원석에 대해 채취권을 취득할 수 있을 것처럼 이야기하였다(증거기록 1796면 내지 1797면).
또한 피고인은 "그러면 5억 정도 매출이걸랑요 한 루틴에. 후반기에는 누구 줘서 여기서 가서 깨면 돈이 될 건데, 이제 그동안 어떻게 버텨낼 건가.", "대표님이 조금…그 25억에 대해서 유예 좀 해주고, 뭐…", "그 운영자금을 좀 대주실 건지, 압류해서, 근저당 잡아놓고."라고 하는 등(증거기록 1799면), 피해자 측에게 기존 25억 원의 선급금 회수를 유예하여 주고, 추가로 자금을 지원해 주면 원석 채취가 시작될 때까지 회사를 정상화시키고 1,000만 루베를 채취하여 얻는 이익으로 변제할 것처럼 말하였다.
피고인은 그 과정에서 "얼마까지 유예를 해 주실 수 있어요? 만약에. 지금 저기 산단이 올 후반기부터 시작할 건데, 그러면 저기 물량을 계속 이렇게 갖고 와가지고."(증거기록 1803면)이라고 하면서 I산업단지 원석 채취가 곧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하였다.
4) 그러나 피고인은 앞서 본 바와 같이 2020년경 피해자들로부터 이 사건 회사를 매수하는 과정에서 주식매수대금 총 16억 7,400만 원 중 15억 원을 주식회사 B, 주식회사 D(이하 통틀어 '관계회사'라 한다)의 거래처로부터 차입하여 조달하는 등 관계회사의 신용에 크게 의존하고 있었는데, 이 사건 회사 및 관계회사는 이 사건 대여금 지급 이전인 2021. 9. 16. 기준 이미 부채가 50억 원에서 70억 원에 이른 상태였고, 실제로 관계회사는 2022. 8.경 모두 폐업에 이르렀다. 피고인도 수사기관에서 관계회사 현황과 관련하여 '(매출액과 관계 없이) 인건비나 기타 영업비용, 대출금 이자 등을 고려할 때 실질적으로 적자 상태였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2025면).
피고인 자신 또한 2022. 10. 5. 기준 대출 및 카드 연체료가 290,500,000원에 달하였고, 보증 관련 채무의 경우 약 70억 7700만 원에 달하였다(증거기록 576면). 이 사건 회사도 관계회사로부터 수억 원의 대여금채권을 회수하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L 주식회사와 사이에 관계회사에 대하여 연대보증을 하여, 약 1억 4,500만 원(B)과 8억 6,000만 원(D)의 각 연대보증채무를 부담하고 있었다. 피고인도 '관계회사 폐업 이전부터 경영상황이 좋지 않았던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하여, "E에게 25억 원을 차용하는 과정에서 L에 보험을 들어 매월 1억 원씩 상환을 해오다가 2021. 11.경 이 사건 회사부지 내 폐기물매립 문제로 다툼이 있었는데, 그 문제로 E이 보험금 청구를 하여 신용도가 떨어졌다. 신용도가 떨어지니 기존 대출금에 대한 연장이 되지 않았고, 계좌 압류등이 들어와 기존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으면 이 사건 회사에 대해 경매를 진행하겠다는 통보도 받았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사업 운영이 어려워져 폐업을 하게 된 것이다."라고 진술하는 등(증거기록 698면) 경영상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회사는 2022. 3.경 건강·요양,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4대보험료가 체납되어 있는 상태였고, 피고인은 2021. 9.경부터 수억 원의 장비대금도 지급하지 못한 상태에서 2022. 10. 4. 이 사건 회사의 회생신청에 이르렀다. 이에 대하여 피해자 측 외에도 별도의 피해자들이 수사과정에서 '피고인이 2021. 10.경부터 11.경 사이에 처 명의 등으로 진천군에 소재한 약 37억 원 상당의 빌딩과 토지 등 부동산을 구입하고, 호화 주택을 건설하는 데에 관계회사들의 계산으로 하는 등으로 돈을 빼돌린 후 돈을 갚지 않았다.'는 이유로 엄벌을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5) 피고인 및 변호인은 이 사건 대여금과 관련하여 이 사건 회사 소유의 부동산등에 2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주었고, 실제로 이후 경매 절차에서 약 10억 원이 배당되었으므로 변제의사나 능력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사기죄는 상대방을 기망하여 하자 있는 상대방의 의사에 의하여 재물을 교부받음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므로 충분한 담보가 제공되었다거나 피해자의 전체 재산상에 손해가 없고, 사후에 그 금원이 변제되었다고 하더라도 사기죄의 성립에는 영향이 없는데(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2도7262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은 이미 피해자 측에 대하여 선급금 25억 원의 채무와 주식매매계약에 따른 제반의무 등을 미이행한 상태에서 이 사건 회사 운영을 정상화하면 곧 1,000만 루베 원석채취를 통하여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하여 14억 원을 대여받은 것이고, 그 과정에서 피고인이 담보로 제공한 부동산의 감정가액 등에 대한 논의가 구체적으로 된 바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하여 이 사건 부동산 등은 최근 경매절차(청주지방법원 M 등)에서 37억 1,000만 원에 낙찰되었는데, 이 사건 합의서 작성 당시 위 부동산에는 이미 중소기업은행 명의로 채권최고액 33억 6,000만 원의 1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었다. 비록 피고인이 이후 위 1순위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을 25억 3,000만 원으로 변경하여 8억 3,000만 원 감소시키기는 하였으나 이는 피고인도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인의 자력이나 이 사건 대여금이 아니라 이 사건 대여금 수령 직전에 다른 관련 부지(이 사건 합의서 별지 3 기재 부동산) 재매각과 관련하여 피해자 측로부터 받은 돈(11억 원 중 6억 원)으로 상환한 것이다(피고인의 진술, 증거기록 1057면). 다른 부채 상환 내역을 보더라도, 이 사건 대여금은 2022. 1. 28.부터 2022. 3. 31. 사이에 총 14억 원이 피고인에게 지급되었으나, 피고인이 위 대여금으로 상환하였다고 주장하며 제출한 부채상환 내역 등 자료에 따르면 대부분의 채무가 피고인이 피해자 측으로부터 위 14억 원을 수령하기 이전인 2022. 1. 20. 상환되었는바(증거기록 1056면), 피고인 및 변호인이 주장하는 근저당권 설정 사실만을 두고 충분한 담보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도 없다.
또한 결과적으로 피해자 측에게 이 사건 대여금의 원리금 19억 8,700만 원의 절반 가량을 조금 넘는 약 10억 2,800만 원만이 배당되었고, 그마저도 L 주식회사의 사해행위 취소소송으로 인한 배당이의로 인하여 피해자 측이 실제 지급받을 수 있는 금액이 얼마인지는 불명확하다. 따라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6) 피고인 및 변호인은 피해자 측과 분쟁관계에 있던 중 여러 합의사항 중 하나로 2022. 1. 24. 이 사건 합의서를 작성하면서 피해자 측이 이 사건 회사에 14억 원을 대여하게 된 것이므로 수십 가지 합의사항과 별도로 이 사건 대여금 14억 원만 따로 떼어놓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제반 상황을 고려할 때 이 사건 합의서의 여러 이행 사항은 피고인이 14억 원을 대여받는 대신 이 사건 회사 운영을 정상화하겠다는 취지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위 합의서는 I항부터 VI항까지 총 6개의 조항 중 대부분이 피고인이 원하였던 내용이거나(IV항의 보증금 지급청구에 대한 합의 건은 피해자들이 피고인에 대한 25억 원 선급금과 관련한 보증금 지급청구를 취하하는 내용으로, 14억 원 추가 대여와 더불어 피고인이 우선적으로 요청한 사항이다. V항 역시 피고인의 요구대로 14억 원의 운영자금을 대여하여 주기로 하는 내용이고, Ⅱ, Ⅲ항의 부동산 재매입도 피고인이 피해자 측에게 무기성 오니 검출을 이유로 내용증명을 통하여 주식매매계약 해제와 함께 요구하였던 사항이다), 피고인이 원하였던 내용에 더하여 피고인에게 더 유리한 내용(Ⅱ, Ⅲ항에 따라 피해자 측이 피고인의 요구대로 부동산을 재매입하고 매매대금을 지급하여 자금 융통을 도와주면서도, 해당 부동산을 피고인에게 다시 임대하여 피고인이 계속 사업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보인다. 남은 I항의 주식매매계약의 경우, 더 이상 무기성 오니 등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그 유효성을 확인한다는 내용인데, 피해자 측은 이에 대하여 전혀 근거 없는 내용이라는 입장인데다가 실제로 경찰에서 무혐의 결과로 종결되었으므로, 결국 전체적으로 위 합의서의 내용은 피고인에게 보험금 청구를 유예하여 주면서도 거기에 더하여 14억 원을 대여해주는 유리한 내용으로 판단된다. 피고인도 수사기관에서 위 합의서를 작성할 상황에 대하여, "E씨가 L에 보험금 지급 청구를 한 것이 있어서 보험금 청구를 회수하지 않으면 G, D, B 등 제가 운영하던 회사들이 줄줄이 도산할 위험에 처해있던 상황이어서, 소위 을 의 상황이었다."라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1251면).
이처럼 피해자 측 입장에서는 회사를 정상화하여 미지급 채무 등을 잘 이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외에 피고인으로부터 다른 경제적 이익을 얻는 등의 특별한 유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웠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사건 합의서는 피해자 측이 주식매수대금의 지급을 지체하거나 25억 원의 선급금을 받고도 약정대로 계약을 이행하지 못한 피고인을 상대로 이 사건 회사 운영 정상화를 위하여 이미 피고인에게 매도한 일부 부동산을 다시 재매입하여 11억 원을 융통하여 주면서 위 부동산을 피고인에게 임대해 주는 한편, 14억 원을 추가로 빌려주면서 나름의 안전장치를 강구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F도 원심 법정에서 "I산업단지 이야기에 속지 않았다면 합의를 안했을 것이다. (I산업단지 외에도) 잘할 수 있다. 조금만 도와다오. 하고 읍소해서 거기에 넘어갔다. (오니가 나온 적이 없는 등) 저희가 잘못한 게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14억 원을 대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물품공급계약 무효확인의 소나 보험증권 관련 사항 등)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과 피해자 측 사이에 이 사건 대여와 관련하여 이루어진 대화 녹취록에도 위와 같은 사정들이 발견된다. 따라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7) 피고인 및 변호인은 피해자 측이 최초 고소과정에서 I산업단지 원석에 관한 내용을 고소장에 기재하지 않았으므로 관련 내용을 들어 기망행위로 볼 수 없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법률전문가가 아닌 피해자들의 입장에서 이러한 취지를 기재하지 않았다고 하여 기망행위가 없었다고 단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앞서 본 바와 같이 녹취록 및 수사과정에서 피해자 측의 진술에 I산업단지 관련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나. 당심의 판단
1) 관련 법리
가) 사기죄는 타인을 기망하여 착오에 빠뜨리고 처분행위를 유발하여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얻음으로써 성립하는 것으로, 기망, 착오, 재산적 처분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한편 어떠한 행위가 타인을 착오에 빠지게 한 기망행위에 해당하는지 및 그러한 기망행위와 재산적 처분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는 거래의 상황, 상대방의 지식, 성격, 경험, 직업 등 행위 당시의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여 일반적 ·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3도9669 판결 등 참조).
나) 사기죄가 성립하는지 여부는 그 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므로, 소비대차 거래에서 차주가 돈을 빌릴 당시에는 변제할 의사와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비록 그 후에 변제하지 않고 있다 하더라도 이는 민사상의 채무불이행에 불과하며 형사상 사기죄가 성립하지는 아니한다. 소비대차 거래에서, 대주와 차주 사이의 친척·친지와 같은 인적 관계 및 계속적인 거래 관계 등에 의하여 대주가 차주의 신용 상태를 인식하고 있어 장래의 변제 지체 또는 변제불능에 대한 위험을 예상하고 있었거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경우에는, 차주가 차용 당시 구체적인 변제의사, 변제능력, 차용조건 등과 관련하여 소비대차 여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허위 사실을 말하였다는 등의 다른 사정이 없다면, 차주가 그 후 제대로 변제하지 못하였다는 사실만을 가지고 변제능력에 관하여 대주를 기망하였다거나 차주에게 편취의 범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대법원 2016. 4. 28. 선고 2012도14516 판결 참조).
다) 한편,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정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며, 이와 같은 증명이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유죄로 판단할 수는 없다(대법원 2016. 4. 28. 선고 2012도14516 판결 참조).2) 구체적 판단
이 사건 대여는 피고인이 피해자들에게 이 사건 회사가 정상 운영될 수 있도록 운영자금을 대여하여 달라고 요청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사실, 피고인이 2022. 1. 13.경 피해자들에게 'I산업단지에 나올 양이 1,000만 루베 정도의 물량이 있어요. 1,000만루베 치려면 이제 뭐 몇 년 걸리겠죠. 그래서 K이 제일 위치적으로 괜찮고'(증거기록1796면, 1797면)라고 이야기하며 이 사건 회사가 I산업단지와 관련하여 원석 1,000만루베에 대한 채취권을 취득할 수 있을 것처럼 이야기한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 그러나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들로부터 14억 원을 차용함에 있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기망행위, 기망행위와 피해자들의 처분행위와의 인과관계, 편취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 이 사건 공소사실에 기재된 기망행위의 핵심적인 내용은 피고인이 피해자들에게 I산업단지 개발과 관련한 골재채취권을 취득한 다음 그로 인한 수익으로 이 사건 대여금을 변제하겠다는 것이므로 피고인이 단순히 피해자들에게 위 골재채취권에 관한 언급을 했다는 것만으로는 기망이라고 볼 수 없고, 그로 인하여 피해자들이 돈을 대여한 것임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최초 수사기관에 고소할 당시 '이 사건 회사에 14억 원을 이자 연 4.5%의 비율로 정하여 대여하였는데 피고인은 이자를 1회 지급한 후 현재까지 지급을 하지 않고 있고, 피고인은 이 사건 당시 변제 의사와 능력이 없었다'라는 취지로 고소하였을 뿐, 고소장에 이 사건 대여 경위와 관련하여 위 골재채취권과 관련된 내용이 기재되어 있지 않다. 피해자 E은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이 이 사건 회사를 인수할 시기부터 현재까지 골재 가격이 폭등을 하였다. 당시 자신이 이 사건 회사를 운영할 때 한 달 매출액이 3~4억 원이었고, 영업이익은 매출액의 약 30%였다. 그런데 피고인이 사업을 인수하고 나서 골재가격이 계속 폭등하여 자신이 운영하였을 때보다 매출액이 더 많아 대여금 상환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피고인에게 매도하려고 했던 이 사건 회사 공장 인근의 논을 피고인에게 임시로 사용할 수 있도록 대여해주었으므로 이 사건 회사 입장에서는 비용적인 부분에서 큰 금액이 절감되는 상황이라 대여금을 상환하는 데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이 사건 대여금 14억 원에 대해 선순위로 근저당권을 설정해주겠다고 하였고, 대여금에 대한 이자도 연 4.5%로 받기로 하였고, 그간 피고인이 피해자 측을 상대로 소를 제기했던 민사소송도 취하하기로 하여 최종적으로 합의서를 작성하고 14억 원을 대여해주게 된 것이다'(증거기록 1890면, 1891면)라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원심 법정에서는 '피고인의 I산업단지 개발과 관련된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그 외의 것도 많고 피고인이 "잘할 수 있다. 조금만 도와달라"라고 읍소한 것에 넘어간 것 같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공판기록 287면). 이에 의하더라도 피해자들이 이 사건 대여금을 지급함에 있어 다수의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일 뿐, I산업단지 개발과 관련한 골재채취권의 취득과 그로 인한 수익의 기대 가능성이 이 사건 대여의 결정적인 원인이 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② 피고인이 2022. 1. 13.경 피해자들에게 'I산업단지에 나올 양이 1,000만 루베 정도의 물량이 있어요. 1,000만 루베 치려면 이제 뭐 몇 년 걸리겠죠. 그래서 이 사건 회사가 제일 위치적으로 괜찮고'(증거기록 1796면, 1797면)라고 이야기하며 이 사건 회사가 I산업단지 개발과 관련하여 원석 1,000만 루베에 대한 골재채취권을 취득할 수 있을 것처럼 이야기한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 그러나, 피고인은 피해자들에게 이 사건 회사가 골재채취권을 취득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대하여 이야기를 한 것으로 보일 뿐 이를 확정적으로 이야기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피해자들로서는 이 사건 대여의 주된 원인이 I산업단지 개발과 관련한 골재채취권의 취득과 그로 인한 수익의 기대가능성이라면, 피해자들 나름대로 그에 대하여 알아보려고 노력하였을 것으로 보이는데, 피해자들이 그에 대하여 별도로 확인하거나 조사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피고인과 피해자들이 최종적으로 합의하여 작성한 처분문서인 이 사건 합의서에도 이에 관련된 조항이나 내용이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아니하다.
③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 및 피해자들의 위임을 받아 법무법인 N가 피고인등의 대리인인 법무법인(유한) O에 보낸 내용증명(증 제9호증)에 의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 회사의 인수대금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였고, 그 이후에도 피해자들에게 어려운 자금 사정을 이야기하면서 돈을 빌려달라고 한 사실, 이에 피해자 F이 대표로 있는 주식회사 P(이하 'P'라 한다)가 이 사건 회사와 물품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선급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한 사실, 그 이후에도 피고인은 피해자들에게 이 사건 회사 사정과 자금 사정을 이야기하면서 이 사건 회사를 다시 인수해 가라고 이야기한 사실, 피해자들의 법률대리인은 피고인의 법률대리인에게 '피해자들은 2021. 11.경 이 사건 회사의 자금난이 심각한 상황이고, 4대 보험료 및 전기료를 연체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취지로 내용증명을 보낸 사실, 피해자 측이 2021. 12. 27. 및 2022. 1. 11.L에 위 선급금에 대한 보험금 청구를 한 사실, 그 이후 피고인이 피해자들에게 위 보험금 청구를 취하하고 금원을 추가로 빌려달라고 요청하였고, 피고인과 피해자들이 수차례 협의를 거쳐 이 사건 합의서를 작성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사실관계에 의하면, 피해자들은 이 사건 대여 당시 차용인인 이 사건 회사의 자금 사정에 대하여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④ 피고인이 피해자들에게 이 사건 회사의 운영을 위한 자금을 요청하고, 그 자금 경색의 원인이 된 보증보험청구를 취소하기 위하여 협의를 요청하였고, 그 이후 수차례 협의를 거쳐 이 사건 대여 등에 관한 이 사건 합의서가 작성되었다. 그러나 한편, 피해자들로서도 피고인과의 각종 법적 분쟁을 원만히 해결할 필요가 있었고, 이 사건 합의서에 각종 분쟁을 정리하는 내용이 포함된 점, 피고인과 피해자들이 협의 과정에서 무기성 오니 등 폐기물에 대하여 피고인이 전적으로 책임지기로 하되 그와 관련한 벌금이나 변호사 비용을 피고인과 피해자들이 분담하는 문제에 대하여도 논의하였고, 이 사건 합의서에 이 사건 회사는 피해자들 측에 폐기물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아니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점, 이 사건 합의서에 P가 이 사건 회사로부터 Q 공장 및 그 부지 등을 11억 원에 매수하기로 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고, 실제로 그와 같은 매매계약이 체결되어 이행되었는데, 그 매매 목적물에 대하여 2020. 6. 16.을 기준으로 감정평가된 금액의 합계 약 11억 5,000만 원이어서 P가 이 사건 회사로부터 시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위 매매 목적물을 매수한 것으로 볼 수도 있는 점 등에 종합하여 살펴보면, 피해자들이 피고인에게 이 사건 대여 등을 통해 자금을 융통할 수 있도록 해 주면서 그에 대한 대가로 피고인으로부터 다른 이득을 취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따라서 피해자들은 이 사건 회사의 어려운 자금 사정이나 부족한 변제능력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대여를 할 다른 이유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
⑤ 피해자 E은 피고인과 이 사건 대여 등에 관하여 협의를 하던 중에 변호사에게 이 사건 대여금 등 이 사건 회사에 지급할 합계 16억 원에 대한 담보를 얼마나 설정해야 할지에 관하여 상의하였다. 그리고 피고인과 피해자들은 이 사건 합의서를 작성하면서 주식회사 R(이하 'R'), P, 피해자 F이 그 순서대로 이 사건 회사의 재산에 대하여 각 근저당권을 취득하고, 이 사건 회사는 중소기업은행의 변경된 채권최고액에 따른 근저당설정등기 이외에 선순위 근저당권이 존재하지 않도록 다른 근저당권을 모두 말소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피고인과 피해자들은 이 사건 회사가 피해자들 측으로부터 지급받을 이 사건 대여금, 매매대금을 말소하기로 한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 변제 등에 사용하기로 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인은 2022. 1. 27. 피해자들 측에게 차용인인 이 사건 회사의 재산인 공장 및 광업재단 저당법 제6조 목록 제2022-62호(이하 '이 사건 담보물'이라 한다)에 대하여 채권최고액 1,820,000,000원의, 채권최고액120,000,000원의, 채권최고액 80,000,000원의 각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쳐주었다. 피고인은 2022. 1. 20. 위 피해자들 측의 각 근저당권에 우선하는 S, T, U의 각 근저당권을 말소하였고, 2022. 2. 22. V의 근저당권을 말소하였다. 또한 피고인은 2022. 1. 28. 중소기업은행의 근저당권 채권최고액을 3,360,000,000원에서 2,530,000,000원으로 감액하는 변경계약을 체결하였고 그에 따른 근저당권변경등기도 마쳤다. 또한 피고인은 이 사건 담보물 중 일부에 대하여 2021. 10. 25.에 마쳐진 W, X, Y의 가압류등기도 말소되게 하였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와 아울러 피해자들이 2020. 6. 5. 피고인에게 이 사건 회사를 처분하여 이 사건 회사의 재산인 이 사건 담보물의 가치에 대하여 잘 알고 있었던 사정, 피해자들은 차용인인 이 사건 회사 이외에 피고인이나 관계회사의 보증등다른 담보는 요구하지 아니한 것으로 보이는 점까지 고려해 보면, 피해자들은 이 사건 대여를 하면서 피고인에게 그에 상응하는 담보를 요청하였고, 피고인은 이를 이행한 것으로 보인다. 그 이후 이 사건 담보물에 대한 경매절차에서 이 사건 담보물은 2022. 7. 20.경 약 39억 원 정도의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 평가되었는바, 위 중소기업은행의 근저당권 채권최고액이 2,530,000,000원인 점을 고려하면 피해자들 측에서 취득한 담보권의 가치가 이 사건 대여금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⑥ 피고인은 이 사건 합의서에 첨부된 부채상환계획에 따라 위 근저당권자들인 중소기업은행, S, T, U에게 피담보채무 전액 내지 일부를 변제하고, 가압류권자인 W, X, Y에게도 그 피보전채권을 변제하며, Z협회에 대한 구상금 채무도 일부 변제하였다. 이처럼 피고인은 피해자들로부터 지급받은 매매대금 및 이 사건 대여금을 대체로 이 사건 합의서 별지 6 부채상환계획에 기재된 대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은 위 제2항 기재와 같은바, 제3의 나항에서 본 것과 같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본문에 따라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